내용요약 “영국 정부, 50개 폐기물 소각장 건설 계획 중단해야”
"배출권 거래제 실시하고 세금 부과" vs "에드먼턴 소각장은 안전하고 깨끗"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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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지은 기자]  영국의 폐기물 소각장 증설 문제가 환경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50개의 새로운 폐기물 소각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에 건강 보호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서는 새로운 폐기물 소각장 확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공식 정당 간 그룹인 초당적 의회단체(All-Party Parliamentary Groups APPG)는 대기오염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새로운 소각장을 승인할 때 사전주의적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전주의적 원칙이란 확실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환경파괴의 위험이 있을 때는 적기에 적극 동참해 환경피해를 감소시켜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보고서는 “대기 오염으로 영국에서 매년 6만4000명이 사망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50개의 폐기물 소각장 건설을 허용해 소각 용량을 두 배로 늘리려는 정부 계획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각장없는영국네트워트(United Kingdom Without Incineration Network UNWIN)에 따르면 영국에는 최소 90개 이상의 소각장이 있으며 50개 이상의 새로운 소각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대규모 소각장에서 연소 과정 중 배출되는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끼친다”며 “폐기물 소각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소각장 확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북런던 폐기물청(North London Waste Authority NLWA)이 20만톤 규모의 에드먼턴 소각장을 건설하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에드먼턴 소각장의 재건과 증설 계약과 관련해 7개 의회의 승인 여부가 투표를 통해 결정되기 며칠 전에 발간돼 더욱 주목을 끌었다. 

현재 에드먼턴 소각장 건설을 놓고 영국 내에서는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시민들뿐만 아니라 의사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노스미들섹스 병원의 에드 트라나 박사는 “물질을 태우는 매연이 이 지역에서 일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애드먼턴 소각장이 위치한 북런던의 재활용률은 30%에 불과하고 소각된 폐기물의 절반 이상이 쉽게 재활용이 가능하다며 지역 쓰레기 처리의 깨끗하고 대안적인 방법을 지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APPG 보고서는 서문에서 북런던 폐기물청(NLWA)이 발전소의 오염 영향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제시해 준 것에 감사하지만 런던에서의 소각장 증가를 지지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탄소 포집과 저장을 위한 효과적인 기술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초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해악에 대한 전체 구상도 여전히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폐기물을 태워야 한다면 진정한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만 소각될 수 있도록 쓰레기 혼합 분류에 따라 해로운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의 서문을 작성한 노동당의 게레인트 데이비스 위원은 에드먼턴에 있는 소각장 뿐 아니라 다른 소각장 역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런던 등지에서 소각장을 늘리는 계획은 보류돼야 한다”며 “기후 변화와 싸우고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인간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대기질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심 전략이 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한 “초미시세 먼지가 누적돼 건강에 위협을 미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신규 폐기물 소각장에 사전주의적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의원은 소각장 문제를 계급 문제와 연관시키기도 했다. 데이비스 의원은 “빈곤층이 불균형적인 대기 오염과 불평등으로 인해 더 나쁜 건강 상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린피스의 최근 연구에서도 가난한 지역이 부유한 지역보다 소각장을 보유할 가능성이 3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가 인프라 위원회(National Infrastructure Commission, NIC)에서 나온 최근 보고서는 폐기물 소각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2050년까지 영국이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폐기물 소각장 보다 영국 배출권 거래제(UK Emissions Trading Scheme)를 제시하며 또한 공장들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경 컨설팅 업체 유노미아(Eunomia)의 설립자인 도미닉 호그 박사 역시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 호그 박사는 하원 의원들에게 70만톤의 소각장이 연간 약 700톤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급 원료의 탄소 함량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및 기타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세금을 부과하고 배출권 거래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런던폐기물청(NLWA) 측은 에드먼턴에 건설된 소각 시설은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오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시설이 될 것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소각세를 부과하고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현금이 부족한 지방 의회에 타격을 줄 뿐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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