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인수위, 文대통령 "탄소중립 정책 유지돼야" 발언 하루만에 "전면 재검토"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 낮추고 원전 확대…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재정비"  
환경단체·시민단체 즉각 반발…"MB 원전정책 복사판" 비판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왼쪽)과 김상협 상임기획위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왼쪽)과 김상협 상임기획위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현(現)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뜻을 밝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 흐름을 고려해 '2050 탄소중립' 목표 자체는 유지하되, 신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낮추고 원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불과 3개월여 전 발표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도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재정비를 공언했다. 이에 일각에선 "MB(이명박)정부 원전정책 복사판"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윤석열정부는 탄소중립에 관한 정직하고, 현실성 있고, 책임 있는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 (인수위) 기후·에너지팀의 잠정적 결론"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 정책의 연속성을 언급한지 하루 만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탄소중립 정책 근간은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수위는 현 정부의 목표대로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까지 확대할 경우 매년 4~6%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발전량 감소로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지난 5년 동안 13조원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인수위는 원자력에너지가 줄어든 만큼,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가 빈자리를 대체하면서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에 비해 4.16% 늘어났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온실가스 배출이 1.3% 이상 증가해 총 6억8500만톤에 달할 것이라는 국가 온실가스정보 종합센터의 전망도 소개했다. 

K-택소노미에 오는 8월까지 원자력발전을 포함하는 로드맵도 설명했다. 현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K-택소노미에는 원자력발전이 빠져있어 원자력업계 등으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환경부는 대선 전부터 K-택소노미를 수정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해 12월 29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29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식 홈페이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에 가까운 상황에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 방안으로 원전만 고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은 12일 논평을 내고 인수위의 탄소중립 정책 방향 발표에 대해 "원전 확대를 위한 끼워 맞추기식 명분만 나열했다"며 "무늬는 탄소중립을 표방하면서도 결국 원전만 외치는 꼴"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한전 부채와 전기요금 인상은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한 전력 생산 방식에 기인한다. 원전만 바라보다가는 국제 유가 변동을 비롯한 리스크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최근 러시아 침공 전쟁으로 인해 각국은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고작 3개월 전 확정했던 K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 올해 8월까지 재수립하겠다는 방향도 성급하다"며 "탄소중립 정책 방향에 대해 사회적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했지만, 방향과 일정을 이미 제시해놓고 말로만 외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12일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탄소중립정책에 대한 팩트체크"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탈원전 정책이 전기요금 원가상승요인이 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인수위의 에너지정책에 대해서는 "MB 원전정책 복사판"이라고 표현했다. 

포럼은 "지난 5년간 가동 중인 원전의 이용률 하락과 건설 중인 원전의 공기 지연은 과거 국내 원자력계에 만연했던 안전불감증이 현재까지 미친 영향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신한울 1·2호기에서 발생하는 각종 안전문제는 결국,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출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국내 동종원전에 적용되는 각종 설비들의 설계·제작·안전심사 과정을 무리하게 진행해 나타난 부실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정부 5년간 전기요금이 상승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포럼은 "연도별 전기요금 판매단가를 살펴본 결과,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권에서의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전기요금 판매단가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에서 전기요금을 올렸다는 내용은 사실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포럼은 "문재인정부에서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원인은 품질 인증서 위조·가짜 부품·격납 건물 공극과 철판 부식 등 안전결함·부실 문제로 인해 통상 2개월이 소요되는 계획예방정비기기간이 길어진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포럼은 "한전은 원전 가동이 정지된 기간 동안 원전의 전력 부족분을 대체하기 위해 석탄 및 천연가스 전력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며 "따라서 2017~2018년 한전의 당기순손실의 상당 부분은 원전 안전 문제 및 부실시공으로 인한 추가전력비 구입의 원인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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