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정책 기구 및 장관직 2개 신설
노후원전 수명은 늘리고 6기 신규 원전 건설
환경단체 “마크롱은 ‘기후 위선자’...원전 정책은 도박”
감격한 표정을 짓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2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대선 결선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지지자 앞에서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감격한 표정을 짓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2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대선 결선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지지자 앞에서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5년전 강력한 기후 정책을 내세우며 당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번에는 신규 원전 건설 공약 등 환경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연임에 성공했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려는 신규 원전 건설 등 환경·에너지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당초 탈원전 기조를 뒤집은 점 등은 논란거리다.

최근 프랑스 환경단체들은 마크롱을 ‘기후 위선자’라고 부른다. 5년전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와 재임에 선공한 지금, 그의 환경 정책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대통령 취임 이후 살충제 금지, 프랑스의 핵 원자력선 규모 축소, 청정 공기 구역 도입으로 대기 오염 감소, 프랑스가 세계 기후 외교를 선도하는 것을 포함하는 강령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또 당시 마크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 협정에서 탈퇴를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2017년 영상에서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는 외침으로 트럼프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전복시키기도 했다. 

아울러 마크롱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자신의 5년 임기 동안 온실 가스 배출량 감소율이 두 배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크롱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도, 철도 투자, 육류 소비 제한 또는 에너지 효율 문제 등 가장 많이 배출되는 분야를 어떻게 탈탄소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환경운동가인 앤 브링골트는 “마크롱이 새로운 것을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기후·사회정의단체 연합인 기후행동네트워크(Reseau Action Climat) 역시 마크롱의 계획을 “막연하고, 불완전하며, 부정확하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유럽 내에서도 마크롱의 기후 문제에 대한 태도는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택소노미에 따라 원자력·가스발전소를 녹색 투자로 표기할 것을 주장하면서 공동농업정책의 녹색화에 역행했다. 또 유럽위원회 제안인 2035년이 아닌 2040년에야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농업 녹화를 목표로 하는 EU의 '식탁에서 농장까지(Farm to Fork)'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특히 마크롱은 원자로 6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마크롱은 올해 2월 프랑스가 앞으로 수 십년간 최소 6기의 새로운 원자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원자력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줄이겠다던 과거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동부 산업도시 벨포르에서 새로운 원자력 전략을 밝히며 "프랑스가 필요로 하고, 그곳에 있는 조건들은 프랑스 원자력 산업의 재탄생"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노후 원전은 56기나 된다. 이에 대해 마크롱은 “안전하다면, 세계에서 가장 원자력 집약적인 국가의 오래된 원전의 수명을 현재 40년 이상에서 50년 이상으로 연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녹색에너지운동연합 네가 와트(negaWatt)는 “프랑스의 원자력 집착을 심화시킨다”고 비난했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역시 트위터를 통해 “원자력 에너지는 너무 비싸고, 너무 느리고, 너무 위험하다”며 “마크롱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에 투자하는 대신 구식이고 쇠퇴하는 에너지 자원에 돈을 걸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마크롱이 재임에 성공하면서 프랑스 정부의 환경·에너지 정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은 친환경 정책으로 독립 기구인 기후고등평의회(High Council on Climate) 신설과 신임 총리에게 환경 계획을 맡기고 이를 보좌할 두 명의 장관직 신설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부문에 걸쳐 경제를 탈탄소화하기 위한 장기 조치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어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를 모두 개발하고, 연간 70만 가구를 단열하고, 전기 자동차를 위한 임대 시스템을 구축하며 강권이 아닌 투자를 통해 산업 및 농업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고 기존 발전소를 재생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재생 에너지에 대해서는 50개의 해상 풍력 발전소를 설립하고, 태양 전지판은 10배 이상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마크롱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음 임기에는 두 배 더 빨리 가고 싶다”며 “프랑스를 위대한 녹색 국가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프랑스 세계야생동물기금(World Wildlife Fund) 이사이자 현재 마크롱과 동맹을 맺고 있는 신유럽(Renew Europe) 그룹의 유럽 의회 의원인 파스칼 칸핀은 환경 문제에 대한 마크롱의 생각이 “상당히 진화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자끄 들로어 연구소(Jacques Delors Institute)의 펠르랭 카르딘은 “마크롱의 환경정책은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다른 이니셔티브 위에 덮는 전략을 사용한다”며 “이것의 성공 여부는 마크롱이 행정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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