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달내 분류체계 최종확정...EU 회원국 사이 의견 갈려
매이리드 맥기네스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연합뉴스
매이리드 맥기네스 EU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EU 택소노미(Taxonomy분류체계)에서 가스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투자가 녹색 에너지로 분류될 예정이라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일(현지시간) 밝혔다. 대신 까다로운 조건이 붙으면서 실효성 논란과 함께 탈원전을 지향하는 일부 EU회원국의 반발 또한 격화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두 가지 유형의 에너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할 경우 지속 가능한 투자(sustainable investment)로 분류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최종 규정에서 가스발전소는 20년간 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70g 이하이거나 kW당 연간 배출량이 550kg 이하일 경우 녹색으로 표기된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가스발전소도 저탄소 가스로 전환하거나 나중에 가동 시간을 줄인다면 녹색 투자로 분류된다. 

가스 발전소들은 2035년까지 저탄소 가스로 가동되도록 전환해야 한다. 신규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고,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과 자금이 있는 국가에 위치해야 한다.

매이리드 맥기네스 EU집행위원장은 "탄소중립이라는 어려운 전환을 위해 가스와 원자력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택소노미에 포함되기 위해 엄격한 조건을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EU 택소노미에서 가스와 발전소를 친환경 투자로 간주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렸으며 EU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견해차가 컸다. 

EU 회원국 중 원자력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녹색 택소노미에 넣자는 입장이고, 탈원전을 지향하는 네덜란드, 스웨덴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독일의 미하엘 블로스 녹색당 의원은 "아직 이를 막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칼 네하머 총리는 “EU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원자력은 친환경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원자력이 녹색 택소노미에 포함 되는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위협을 반복했다.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은 과거에도 유럽 사법 재판소를 통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룩셈부르크 역시 법적 조치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덴마크, 아일랜드 등 국가들은 화석연료를 녹색으로 지정하면 기후 변화에 맞서싸우는 EU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찬성 국가들은 “이산화탄소가 없는 에너지원이 기후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폴란드와 불가리아도 “오염을 더 많이 일으키는 석탄을 단계적으로 없애기 위해 가스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이리드 맥기네스 EU집행위원장은 “기후 중립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석탄과 같은 더 해로운 에너지원에서 벗어나 이러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동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엄격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U는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이달 중 분류법을 확정한다. 승인되면 가스 및 원자력 규정은 2023년 1월부터 적용된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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