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50여개 기후 목표 중 하나만 달성...거의 모든 목표 누락, 수정, 무시"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 비행기/연합뉴스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 비행기/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국제 항공 산업이 지난 20년 동안 50개의 자체 기후 목표 중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는 환경단체의 조사가 나왔다. 

영국 기후자선단체인 포서블(Possible)이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항공 산업계가 설정한 모든 목표를 평가한 결과, 거의 모든 목표가 누락·수정·무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서블의 혁신 담당 이사인 레오 머레이는 “이번 법적 조사는 정부의 제트 제로(jet-zero) 전략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믿을 수 없는지를 보여준다”며 “이전의 기후 목표치를 전혀 달성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배출량 감소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비판했다. 

이어 “소수의 사람들이 비행기를 자주 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항공료 인상을 통해 감축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서블에 따르면 15%의 사람들이 모든 항공편의 70%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 목표 보고서는 지속가능성 기구인 그린 검프션(Green Gumption)의 연구원들이 작성했으며, 2000년과 2021년 사이에 시작과 종료되는 기후 목표를 조사했고, 일부 장기적인 목표에 대한 진척도를 평가했다.

연구원들은 항공사들이 불명확한 정의, 불투명한 모니터링 및 일관성 없는 보고로 인해 많은 대상을 평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많은 대상이 연구 기간 내에 갑자기 변경, 교체 또는 삭제되었음을 발견했다. 

연구원들은 “비록 단기 목표가 달성됐다 하더라도, 항공의 기후 영향을 줄이기에는 기후 목표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항공운송행동그룹(Air Transport Action Group)에 따르면 2019년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중 항공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약 9억1500만톤에 해당한다. 

예컨대 2007년 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Virgin Atlantic)은 2020년까지 매출 톤당 CO2(CO2/RTK)를 3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후 "우리는 이 큰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CO2/RTK가 기준치보다 8%밖에 줄지 않자 이 항공사는 “목표 기간이 거의 절반 정도 지났으며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더구나 버진 애틀랙랜틱은 2020년 연례 보고서가 출판됐을 때는 더 이상 2020년 목표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해, 이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6년까지 CO2/RTK의 총 15% 감축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기후목표 설정이 사실상 평상시처럼 사업을 위한 연막이라고 결론 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목표들은 항공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어떤 정책적 장벽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과 정책입안자들에게 항공의 환경적 영향을 다루기 위한 진전과 행동에 대한 인상을 주기 위한 전술로 기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2007년에 버진 애틀랜틱사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 리지웨이는 "항공 산업이 뭔가를 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서블은 “이번 조사 결과가 항공사들이 자율규제를 통해 배기가스를 줄이도록 내버려두려는 영국 정부의 계획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제트 제로 전략은 오는 7월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항공 여행 수요 증가를 관리하기 위한 계획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nge committee)의 지침은 무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교통부 대변인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이 보고서는 2050년까지 추가 세금 없이 제트 제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기술, 연료, 시장 기반 조치에 대한 정부의 역사적인 투자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며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를 가속하기 위한 1억8000만 파운드와 제로 탄소 및 저배출 항공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6억8500만 파운드가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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