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태광산업, 국내 최초 섬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 완성
아라미드, 2020년 이어 추가 투자로 5000톤 규모 증설
AN 생산 합작법인 설립…시장지배력 확대 전략
내부 전문가 대표로 선임…신사업 발굴 등 새도약 초석
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울 종로구 태광그룹(흥국생명) 사옥에는 '해머링맨(Hammering Man)'이 있다.  높이 22m의 이 거대한 조형물은 쉬지 않고 해머를 상하로 움직인다. 노동의 숭고함을 표현한 이 조형물은 이제 태광을 넘어 광화문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됐다. 올해는 해머링맨이 설치된지 20년이 되는 해다. 2011년 이호진 3대 회장 구속 이후 '잃어버린 10년'이란 정체기를 보낸 태광그룹이 해머링맨처럼 재도약 시동을 걸고 있다. 더 열심히 움직일 태광의 '해머링'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①잊혀진 산업 발전의 주역
②리더십 바꾸고 석유화학 재도약 시동
③흥국생명·화재, 체질 개선 잰걸음
④교육·문화의 밑거름 되다

태광그룹의 중심 축은 섬유·석유화학 계열사인 태광산업이다. 1950년 10월 고 이임용 창업주 내외가 동양실업 지분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섬유사업에 뛰어들었고 1954년 7월 부산 문현동에서 태광산업사를 설립한 것이 지금의 태광그룹 모태가 됐다.

태광산업은 국내 최초로 아크릴섬유(1967년)와 스판덱스(1979년)를 생산한 데 이어 아크릴, 폴리에스터, 스판덱스, 나일론 등 모든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종합섬유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에는 석유화학사업까지 발을 넓혀 1995년 울산 석유화학 제1공장(PTA생산), 1997년 석유화학 2·3공장(프로필렌, 아크릴로니틸 생산)을 각각 준공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섬유·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으로 성장했던 태광산업은 2011년 이호진 전 회장의 구속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한 채 하락기를 맞았다. 2011년 연결 기준 4조원을 넘겼던 매출액은 지난해 2조5918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간 미래에 대비하는 거시적 관점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태광산업은 반전을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투자 활동을 재개했다. 먼저 친환경 산업 핵심 소재인 아라미드 투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5월 총 1450억원을 투자해 울산 화섬공장 아라미드 공장을 2025년까지 연산 5000톤 규모로 증설하기로 했다. 아라미드는 우수한 내열성과 강성이 특징으로 방위산업(방호·방탄), 소방·안전, 산업용 보강재, 우주산업 등에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태광산업 외에 코오롱인더스트리, 효성첨단소재 등이 생산하고 있다.

태광산업 아라미드 공장. /사진=태광산업
태광산업 아라미드 공장. /사진=태광산업

아라미드 브랜드 ‘에이스파라’를 운영하는 태광산업은 2010년 아라미드 제품 개발에 착수한 이후 2014년 연산 1000톤 규모의 상업화 설비를 구축, 2015년부터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2020년 500톤 규모 증설에 이어 대규모 투자를 통한 두 번째 증설에 나선 것이다. 신규 업체 진입, 글로벌 경쟁사 증설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 제고, 수익성 개선을 이루기 위함이다.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아크릴로니트릴(AN)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해 6월 태광산업은 LG화학과 AN 증설 관련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티엘케미칼을 세웠다. 태광산업은 티엘케미칼 주식의 60%를 728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추가 출자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LG화학은 나머지 지분 40%를 확보했다.

합작공장은 연 29만톤의 AN을 생산하는 태광산업의 울산 석유화학 3공장 인근에 자리하고 2024년 5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합장공장의 AN 생산능력은 연 26만톤 규모가 될 예정이며 지분 비율에 따라 태광산업과 LG화학에 AN을 공급한다.

NB라텍스와 ABS(고부가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AN은 태광산업의 주력 제품군이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3553억원 중 76%에 해당하는 2724억원이 AN에서 제품에서 발생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태광산업 AN 부문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9년 말 기준 33.3%다. 

특히 티엘케미칼은 태광산업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설립된 합작법인이다. 합작을 통해 대규모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핵심사업의 경쟁력 제고, 시장지배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태광산업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AN 공급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시 AN 가격 반등에 따른 매출 및 이익 제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 LS일렉트릭, SK가스, 두산퓨얼셀,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부생수소를 활용한 부하대응 연료전지 시범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울산미포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친환경 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이다. 태광산업은 원료인 부생수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 수소경제에 기여하고 ESG 경영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변화를 위한 리더십 교체도 이뤄졌다. 올해 1월 조진환 티엘케미칼 대표와 정철현 알켄즈 전무가 태광산업 신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조진환(왼쪽)·정철현 태광산업 각자 대표. (사진=태광그룹)
조진환(왼쪽)·정철현 태광산업 각자 대표. (사진=태광그룹)

두 신임 대표는 태광그룹에 오랜 기간 몸담아온 인물이다. 화학사업본부를 담당하는 조진환 대표는 1982년부터 태광산업에서 근무하며 프로필렌·AN공장 건설에 직접 참여한 화학플랜트 설비 전문가다. 태광산업 섬유사업본부와 섬유 계열사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겸하는 정철현 대표는 1989년 대한화섬에 입사해 울산 공장장과 태광산업 나일론·아크릴 공장장 등을 역임, 섬유사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공장 운영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보유한 대표이사 선임을 통해 사업 안정화를 꾀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초석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미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 기업문화 쇄신을 추진하고 신규사업도 적극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사업 발굴과 기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광산업의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538억원으로 전년 동기(3984억원) 대비 1544억원 늘었으며 부채비율도 20%대로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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