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현, 30살을 앞두고 커리어 최다골 목전
20대 돌아본 김현 "아쉬움 많다"
30대를 앞둔 김현 "축구를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수원FC 김현이 23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수원FC 김현이 23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수원종합운동장=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만추가경(晩秋佳景)이라는 말이 있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고 더 오래간다’라는 의미다. 알록달록한 자태를 뽐내는 백일홍은 다른 꽃들이 다 진 다음에 그때서야 피어난다.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꽃을 피운다. 100일 동안이나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이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있듯, 축구 선수들에게도 자신의 기량이 만개하는 때가 있다. 

올 시즌 K리그1(1부) 수원FC에도 꽃향기가 은은히 밀려온다. 바로 30살을 앞두고 커리어 최다골을 목전에 두고 있는 스트라이커 김현(29·수원FC)의 활약 덕분이다. 김현은 23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20대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치기도 했고, 시련도 많았다. 많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땠다.
 
◆ 길었던 여정, 다시 돌아온 수원

김현은 경기도 수원시에서 태어났다. 수원시의 축구 명문 수원세류초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 축구선수로서 꿈을 처음 키워가기 시작한 곳이 수원이다. 그러나 이후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12년 전북 현대의 일원이 된 뒤 1군에서 좀처럼 자리 잡지 못했다. 경쟁에서 밀리며 소속팀을 옮겨 다녔다. 임대 신세는 계속됐다. 올 시즌 전까지 9개의 클럽을 전전했다. 2019년에는 일본 J2리그(2부리그)에서 뛰기도 했으며, 2020년에는 K3(3부)에서 반 시즌을 소화했다.

길고 긴 여정 끝에 2021년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처음 빛을 봤다. 29경기 7골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프로 커리어 한 시즌 최다골을 마크했다. 올 시즌을 앞둔 지난 1월 7일에는 고향인 수원으로 돌아왔다. 수원FC로 이적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 곳에서 다시 축구를 하게 됐다. 김현은 “수원은 제가 태어난 고향이다. 집이 가깝기도 하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다시 돌아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정말 기뻤다”라며 “부모님께서 가까이 계셔서 집에 가서 식사도 종종 한다. 심리적으로 편하다. 특히 보양식 같은 것들을 부모님께서 챙겨주셔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원FC 김현이 23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수원FC 김현이 23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마음을 나누는 동료 이승우·신세계

김현이 팀에서 가장 마음을 나누는 선수는 이승우(24)와 신세계(32)다. 세 선수 모두 ‘수원’으로 한데묶여 있다. 김현과 이승우는 수원에서 태어났으며, 신세계는 프로 입단을 수원 삼성에서 했다. 김현은 두 선수에 대해 “처음에는 친하지 않았다. 신세계 선수랑은 같은 방을 쓰면서 친해졌다. 이승우 선수는 같은 공격수 포지션이다 보니 축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어떻게 패스를 주고 어떻게 움직일지 서로 많은 상의를 한다”고 말했다. 

세 선수는 축구 외적으로도 여가 시간을 같이 즐기기도 한다. 김현은 “같이 보양식을 먹으러 자주 다닌다. 지난 동계 훈련 때는 쉬는 날에 같이 피시방을 간 적이 있다. 피시방에 있던 어린 친구들이 저희를 알아봤다”라며 “축구 선수들이 축구 게임을 하다 보니까 되게 신기하게 느껴진 것 같다.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 주려 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다가오지 않았다.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더라. 그래서 저희도 그냥 게임만 하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수원FC 김현이 23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수원FC 김현이 23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 돌아본 20대 그리고 나아갈 30대

수원FC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뽐내는 팀이다. 스트라이커인 김현이 활약하기에 최적인 조건이다. 그 덕분에 그는 올 시즌 리그 22경기에서 7골을 기록 중이다. 한 골만 더 기록하면 커리어 한 시즌 최다 골을 쌓는다. 사실 김현은 아직까지 리그에서 10골을 넣어 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많은 주목을 받은 것에 비해 성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30대를 앞둔 시점에서 리그 10골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아져 의미가 더 크다.

20대를 떠올린 김현은 “저는 아쉬운 선수였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20대에 좋은 신체 조건을 가졌으나 정신적으로 강인하지 못했다. 많이 흔들리기도 했다. 영리하게 이겨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20살에 프로에 처음 입단했을 때 위축이 많이 됐다”라며 “당돌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 됐다. 아무래도 저 혼자 20살이었고 모두 형들이었다. 눈치를 많이 보고 당돌하지 못했던 그때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돌아봤다.

일찍 피는 꽃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일찍 피었다고 성공한 것이 아니고, 늦게 피었다고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이제 꽃을 피우려고 하는 30대 김현은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담담하게 “축구를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축구를 잘했던 선수’라는 표현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듣기 힘든 말이다. 팬들에게 축구를 잘했던 선수로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20대에는 멀리 바라봤다면 30대에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목표다. 김현은 “20대에는 월드컵도 나가고 싶고, 해외 진출도 하고 싶고, 유럽에서도 뛰고 싶은 꿈이 있었다. 지금은 멀리 보지 않으려고 한다. 당장 내일 경기 다음 주 경기 이번 달 성적을 바라보며 단순하게 지내고 있다”라며 “물론 큰 꿈도 아직은 접지 않았다. 그러나 30대에 점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바로 앞에 있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행복이 더 큰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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