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문제 핵심은 입찰 평가 과정에 있는 '정성평가 항목'
항목 자체의 객관성 의구심
강춘자 KLPGT 대표, 국정감사 증인 출석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춘자 KLPGT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최근 중계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의혹에 관해 질의했다. /연합뉴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춘자 KLPGT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최근 중계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의혹에 관해 질의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국내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로 자리잡은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KLPGT) 방송중계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제의 핵심은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평가 과정에 있는 ‘정성평가 항목’이다.

8월 19일 KLPGT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을 진행해 SBS미디어넷(SBS골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심사 결과 SBS골프가 93점으로 1위, JTBC디스커버리(JTBC골프)가 83.6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심사 방식 등을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되자 JTBC골프 측은 “6년 전 입찰에서도 SBS골프보다 많은 중계권료를 써 냈지만 정성평가 항목에서 발목이 잡혔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JTBC골프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정성평가 항목이란 무엇일까. 먼저, 입찰 과정부터 하나씩 뜯어봐야 한다. KLPGA가 공개한 ‘KLPGT 방송중계권 사업자 선정 경과’ 내용을 보면, 먼저 법무 자문 및 9차례의 이사회 의결로 입찰 조건과 평가 내용, 심사위원 선정, 평가 기준을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와 직·간접적 관계가 있는 4명(SBS골프 3명, JTBC골프 1명)과 강춘자 대표이사, 김남진 사무총장은 심사위원에서 배제됐다. 그 결과 내부위원 8명, 외부위원 4명(프로스포츠 단체 1명, 대학교수 1명, 변호사 2명)이 이사회 의결을 위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후 1차 서류 심사와 2차 심사 평가 과정을 거쳐 8월 19일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입찰 과정 논란은 SBS골프, SPOTV, JTBC골프가 참가한 2차 심사 평가 과정에서 나왔다. 2차 심사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중계료 액수에 대한 배점이 35%다. KLPGA 투어 발전 방향 등 정성 평가 배점은 65%다. 정성 평가 배점은 실적 부문 10%와 KLPGT 발전 및 기여 부문 55%로 나뉜다. 먼저 실적 부문에서는 입찰을 요청한 회사의 경영 상태와 최근 3년간 골프 중계와 제작 실적을 평가했다. KLPGT 발전 및 기여 부문에서는 방송 계획, 콘텐츠 활성화 방안, 중계콘텐츠 재판매 전략, 방송사 인프라 현황, 하부투어 지원 방안, 투어· 브랜드 기여도를 나눠 세부적인 평가를 내렸다.

KLPGA 로고. /KLPGA 제공
KLPGA 로고. /KLPGA 제공

2차 심사 평가의 이해하기 어려운 배점 배분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2019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진행한 방송 중계권 입찰과 비교하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당시 KBO는 입찰 가격 60%와 수행 실적, 적합성, 사업 전략 등 기술 부문 40%로 배정해 공정성을 기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5년간 1100억 원(연평균 220억 원) 규모의 액수를 제안하며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KLPGT는 중계료 액수에 대한 배점을 35%로 낮게 잡아 논란을 키웠다. 정성 평가 비중이 65%로 매우 높기 때문에 높은 액수를 제시한 방송사도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정성 평가라는 항목 자체의 객관성도 도마에 올랐다. 방송 계획, 콘텐츠 방안, 중계콘텐츠 재판매 전략 등은 심사 위원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KLPGT가 내건 조건인 ▲4시간 골프방송이 가능한 골프전문채널 ▲컨소시엄 구성 입찰 금지 ▲전체 경기를 고정 편성해 생중계 항목들도 의문점을 증폭하는 요소가 됐다. 입찰 금액을 훨씬 높게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찰 참여자의 범위를 스스로 좁힌 셈이다.

법원의 판단은 논란에 불을 끼얹었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JTBC디스커버리가 KLPGA 투어를 상대로 낸 우선협상자와 중계권 계약 체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KLPGA 투어가 정한 입찰 자격과 심사 기준, 절차 등은 폭넓은 재량이 허용되는 회사법에 기반해 정당했다’라며 미리 정해놓은 사업자를 선정하려는 것이었다는 JTBC 디스커버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심사 기준 역시 세부적으로 설정해 공정했다고 판단했다. 

강춘자 KLPGT 대표이사의 모습. /KLPGA 제공
강춘자 KLPGT 대표이사의 모습. /KLPGA 제공

하지만 논란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법원의 기각에도 입찰 과정에서 심사 방식 등이 특정 업체에 유리한 것 아니었냐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잡음이 커지자 결국 국정감사까지 이어졌다.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춘자 KLPGT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최근 중계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의혹에 관해 질의했다. 김윤덕(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간 100억 원을 내고 선수들의 연금까지 만들겠다는 중계권 업자가 탈락하고, 연간 64억 원을 써 낸 업자가 선정된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워낙 많은 차이가 나는 데도 ‘골프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는 설명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춘자 대표는 “양쪽 방송사가 있는데, 가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5∼6개 대회를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한다. (JTBC골프의 경우) 같은 시간대에 남자 대회도 중계하고 있고, LPGA 투어 아시아 대회와 겹치는 문제가 있다”라며 “고정 시간에, 고정 채널에서 중계하는 게 스폰서 만족도가 높다. 제가 평가 위원이 아니지만, 평가 위원들이 그런 이유에서 이런 판단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윤덕 의원은 “그게 골프의 어떤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골프든 배구든 축구든 협회는 선수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골프 특성 때문이라고 하는데,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서 다수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책임지고 사퇴하겠느냐”고 압박했다.

강 대표 대신 참고인 자격으로 답변에 나선 김남진 KLPGT 사무총장은 “골프 종목 특성이 다른 종목과 상당히 많이 차이가 있다. 돈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봐서 협회와 투어, 선수가 발전하고 전체 골프 산업 발전을 위해 정성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임종성(57)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춘자 대표의 답변 태도를 보니 (증언을 들을수록) 오해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의혹만 더 생긴다. 여야 간사님께서 의논하셔서 종합감사 때 다시 증인으로 출석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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