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울 종합수리 거점 내년 문 여는 성수센터 뿐
2년 만에 판매량 두 배…재투자는 마케팅 중심으로
딜러사별 서비스 품질도 제각각…전화 연결은 ‘먹통’
수리 부품 주문은 선불로…사설 정비소 관행 그대로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가 운영하는 포르쉐센터 분당에 공간 부족으로 차량이 바깥까지 늘어선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가 운영하는 포르쉐센터 분당에 공간 부족으로 차량이 바깥까지 늘어선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한국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포르쉐가 정비·수리 등 국내 고객 서비스에는 뒤처진 모습을 보여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21일 포르쉐코리아는 세영모빌리티와 신규 딜러 파트너사 계약을 맺고 내년 개관 예정인 포르쉐센터 성수 기공식을 진행했다. 이곳에는 전기차 충전 라운지와 개별 출고 공간, 포르쉐 인증 중고차 센터(POC), 판금·도장까지 가능한 정비 서비스센터 등 시설이 들어서 서울에 위치한 포르쉐 센터 중 최대 규모의 서비스 거점이 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 포르쉐 센터 중 판금·도장, 사고수리, 엔진 정비 등이 가능한 곳은 분당, 수원, 일산 센터뿐이다. 그간 서울 지역의 포르쉐 고객들은 대치, 서초, 용산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경정비 항목만 가능해 사고수리나 엔진 등의 점검을 받기 위해서는 서울 밖으로 차를 보내야 했다. 포르쉐센터 성수가 운영을 시작하면 사실상 서울에 처음으로 모든 정비가 가능한 종합 서비스센터가 생기는 것이다.

포르쉐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판매량 측면에서 고속 성장을 이뤄왔다는 점과 고객 인구·차량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서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지역의 종합 서비스센터 마련은 다소 늦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포르쉐코리아는 2006년 한국 시장에 처음 발을 들이고 2014년 포르쉐코리아를 설립한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5년 2568대에 불과했던 연간 판매량은 2019년 4024대, 2020년 7779대, 지난해 8431대로 늘며 2년여 만에 약 두 배로 급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은 6278대로 수입차 브랜드 중 7위로 전년 대비 3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포르쉐코리아의 매출액도 2020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1조295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1조 클럽’에 올랐다. 외연 성장에 따라 올해 초에는 스타파이낸셜서비시스를 인수, 포르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자동차 판매 금융 사업까지 발을 넓혔다.

재투자는 마케팅 접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차량 전시와 브랜드·제품 경험이 가능하고 고객 휴게 공간 등을 구비한 포르쉐 스튜디오가 2019년 서울 청담, 지난해 인천 송도에 이어 올해 성남 분당에 문을 열었다. 이외 양재, 판교, 수원 등 3곳에는 인증 중고차 판매 센터도 운영 중이다. 신차와 인증 중고차 사업을 병행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판매 성장세를 가속하기 위함이다.

포르쉐센터 대치 /사진=포르쉐코리아
포르쉐센터 대치 /사진=포르쉐코리아

정비를 위한 서비스센터는 전국 13곳에 운영되고 있다. 2019년 수원, 2020년 창원, 지난해 제주에 센터를 마련하며 거점 수는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비슷한 규모의 타 브랜드와 비교하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연간 판매량 규모가 1만대를 전후인 포드 32곳, 렉서스 31곳, 미니 28곳, 지프 21곳 등으로 포르쉐 센터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수입차 판매 1·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벤츠(지난해 판매 7만6152대)와 BMW(지난해 판매 6만5669대)는 각각 전국에 75개, 69개의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포르쉐처럼 지난 수년간 고성장을 이룬 볼보자동차(지난해 판매 1만5053대)의 국내 서비스센터도 32개다.

포르쉐의 경우 스포츠카를 중심으로 특화 소비자를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고급 브랜드라는 점에서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거점 수를 직접 양적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다 고가의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가 올해 서울 장안동에 문을 연 10층 규모의 벤틀리타워는 전시장뿐 아니라 판금·도장과 고급 수리가 가능한 시설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정비 시설을 갖추지 않은 포르쉐 스튜디오 등과 질적으로 비교된다. 벤틀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판매 규모는 506대에 불과하다. 다른 주요 수입차 브랜드 다수도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정비 인프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실제 수도권 포르쉐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약 2~4개월의 대기 시간이 필요해 고객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최근 수년간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돼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수해에 따른 침수차량 다량 발생, 독일 본사로부터의 부품 공급 지연 등의 문제로 수리 차량이 서비스센터로 몰려 작업이 지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 수요가 몰리는 분당 센터의 경우 여름 이후로 대기 차량을 둘 곳이 없어 입구 밖까지 차량이 늘어서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포르쉐코리아 차원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을 전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포르쉐센터 대치 /사진=포르쉐코리아
포르쉐센터 대치 /사진=포르쉐코리아

게다가 포르쉐의 국내 서비스는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 아우토슈타트, 도이치아우토, YSAL 등 4개의 딜러사가 나눠서 운영을 맡고 있는데 서비스센터의 고객 응대·연결 등이 통합되지 않아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SSCL 등 콜센터를 갖추고 있지 않은 딜러사 센터는 정비 예약을 위해 전화를 해도 직원·어드바이저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받지 않는 경우 전화가 바로 끊어져 여러 차례 전화를 다시 돌려야 하는 고객 불편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지난 수개월 동안 수십 회 이상의 시도 끝에도 전화 연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여러 차례 확인됐으며 온라인 고객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토로하는 게시물 또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딜러사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외주 콜센터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각 딜러사의 서비스가 일원화·체계화 되지 못한 데 따라 부품 조달 등 수리 과정에서도 고객 불만이 불거진다.

차량 수리에 필요한 부품 재고가 없을 경우 포르쉐센터는 타 센터 또는 독일 본사에 해당 부품을 주문하는데 이 경우 고객에게 부품 가격을 선불로 내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설 정비소·튜닝숍 등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부품 대금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뤄지는 관행이지만 실제 수리가 문제없이 이뤄진 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체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선진 해외 시장에서도 정비 결제는 후불로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편, 일련의 고객 서비스 문제와 관련된 서비스센터 인력 추이와 향후 방침 등에 대해 포르쉐코리아 측은 답을 하지 않았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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