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내년 리스크 관리하며 새 도전에 나선 신사업 분야 만전 기해야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발한 2022년은 금융업권에 도전의 한 해였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 틀 듯 쏟아부은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금융시장은 위축된 발걸음을 내딛어야 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악재 속에 글로벌 공급위기까지 불거지며 침체된 경기에 금융업권은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더욱이 하반기부터 불거진 채권시장 리스크는 다음해의 험난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금융산업 각 업권은 목전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속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연말과 연초 금융업이 직면한 과제는 무엇이며,  알껍질을 깨고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편집자註]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중심 성장 예상

금융업권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은행권은 비교적 여유롭게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내외 경제위기 상황을 반면 교사로 삼아 체질 개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게다가 수익 자체가 줄어든다기 보다, 수익성 둔화의 원인이 미래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비이란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국내 은행들은 올해 급증한 대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흐름이 내년 갑작스레 깨질 우려는 적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의 방어는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비록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조달비용 증가 등의 NIM 하락 요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가계대출 부문은 수요증가와 수요감소 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DSR규제 3단계 시행,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흥행엔 실패했지만 문턱을 낮춘 안심전환대출이 얼마나 바람을 몰고 올지의 여부는 관심사다.

그러나 주담대는 부진하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전세대출이나 집단대출로 수요자들이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세대출은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약화되며 임대수요 유지에 따라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기업대출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설자금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신부문 역시 증가폭 자체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금리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저원가성 예금이 정기예금으로 수평이동 예상되기 때문에 은행마다 대규모 정기예금 유치에 집중한 바 있다.

최근 1년 사이 저원가성 예금은 26조원, 투자자예탁금은 17조원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정기예금으로는 약 158조원이 유입됐다. 특히 6개월 미만의 단기 정기예금의 증가율은 매우 가파르다. 

▲취약차주·부동산 부문 리스크관리 필수

내년 은행권의 주요 리스크요인을 꼽자면 금리상승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과 이로 인한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80%에 가까울 만큼, 변동금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차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금감원 분석 결과, 대출금리가 3%p 상승할 경우 DSR 70%가 넘는 차주는 50만명이 늘어나 19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부채 규모는 123조원이 늘어나 총 480조 4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70% 수준을 단순히 도식화하면 연 수입 3000만원에서 2100만원을 빚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실질적으로 1년을 900만원을 가지고 살아야 하기에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하면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를 말한다.

마찬가지 조건에서 DSR 90%를 초과하는 대출자는 9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늘어나고, 총 부채도 254조원에서 336조원으로 증가한다. DSR 90% 초과 차주는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을 차감하면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차주다.

가계대출 부문의 위험요인과 함께 기업대출 부문에선 한계기업·자영업 다중채무자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이후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2021년 말 기준 한계기업은 3572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차입금은 122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지난 6월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는 42만명으로 이들의 대출액은 모두 195조원에 달한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각각 45%, 20% 증가했다. 단순계산으로 자영업 대출자 1인당 평균 4억 7000만원의 대출을 끼고 있는 셈이다.

타 업권에 비해 여력이 있다지만 부동산 익스포져 부문 역시 예의주시해야 할 지점이다. 6월말 기준 부동산업과 건설업 등의 기업대출과 가계 주택대출을 합한 은행의 부동산 익스포져 부문 잔액은 1209조원이다. 이는 전체 대출 2031조원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들은 지난 2010년대 초반에 부동산 PF대출과 집단대출에서 부실과 연체가 발생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PF대출의 부실과 연체가 급증한 바 있다. 2009년 부실채권비율은 2.3%에 불과했으나 2010년엔 16.4%로, 2011년 3월엔 18.4%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1.7%에서 4.3%, 5.3%로 뛰었다.

이후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며 차주와 시행사간 분쟁으로 중도금 연체 등이 증가하기도 했다. 2011년 집단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1.03%였는데, 2012년엔 1.28%, 2013년 3월엔 1.39%로 늘어났다. 연체율 역시 1.18%에서 1.51%, 1.92%로 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아니면 온고지신?

세부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과 별개로 정권과 금융당국이 규제완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 역시 은행권에 위협이자 기회다. 특히 금융산업에 강력한 도전자로 평가받는 거대 플랫폼 기업이 최근의 경기 상황에서 다소 주춤대거나 사업이 위축돼 있는 형국이기에 은행으로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빅테크와의 단면적 비교만이 아니라 자회사 보유범위, 부수업무 영위범위, 업무위탁 범위 등에 대한 재검토는 은행권의 신사업 유치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불가침의 성역 없이 필요하면 금산분리, 전업주의까지 기존 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적인 규제 완화 사례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와 관련한 규제혁신이다. 이는 계열사간 정보공유를 활성화하고, 통합 앱의 기획과 관리, 유지업무를 지주사 부수업무로 허용하며, 법령개정 등으로 향후 지주사가 통합 앱을 직접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각 계열사별 앱이 존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지주 중심의 통합 액 구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을 포함해 기성 금융권의 현재 통합 앱 구조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모바일 웹페이지를 앱 화면에 옮겨 놓은 하이브리드 방식이란 점이다. 그에 반해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의 통합 앱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네이티브 앱이다.

전자의 경우 인터넷 속도가 원활하지 않으면 앱 사용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 그러나 네이티브 앱의 경우 인터넷 속도가 앱 사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이미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한 빅테크들은 기존 원 앱 플랫폼에 은행, 보험, 증권, 페이 등 다양한 금융업 서비스들을 규제개선 때마다 덧붙이는 방식의 서비스 구성을 가져가고 있다.

그에 반해 기성 금융권은 각자 업권별로 쪼개져 있던 앱과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구성해야 한다. 어떤 게 더 어려운 작업일지 단순비교는 어렵다. 

주로 개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 특화돼 있던 플랫폼이 점차 부가기능의 덩치가 커지며 점점 서비스가 느리고 무거워졌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박종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