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위원회, 9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문책 경고’ 중징계
주요 금융사 인사철 맞아 새 정부 입맛에 맞는 ‘낙하산 후임’ 우려 커져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 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새 정부의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지난 9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 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새 정부의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새 정부와 금융당국이 관치금융 부활 신호탄을 쏜 것일까. 최근 금융계는 주요 금융사 내부에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합성어)가 들어 닥칠 우려에 휩싸여 있다. 

시작은 BNK금융지주였다. 지난 7일 자녀 관련 특혜 의혹을 받은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임기 5개월을 남긴 상황에서 조기 사퇴했다. 김 회장은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김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상고 동문이자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경제고문 등을 지낸 전 정부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었다.

특히 BNK금융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내부 승계 원칙을 깨고 후보군으로 외부인사도 조건 없이 회장 후보에 포함될 수 있게 규정을 바꾼 것이 관치금융의 우려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회장 후보군 규정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수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수협은행은 김진균 은행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차기 행장 공모 절차를 시작했지만 위원 간 합의가 무산되면서 재공모를 진행했다. 1차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 5명 가운데 4명이 수협 출신이었다. 재공모에서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손길이 기어코 4대 지주까지 뻗쳤다. 바로 우리금융지주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9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문책 경고’ 중징계를 결정했다. 지난해 4월 금감원은 손 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 제재안을 금융위로 넘겼다. 이후 금융위는 1년 6개월 만에 징계를 확정했다. 문책 경고는 금융권 취업이 3년 제한되는 징계다.   

때문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이 불확실해졌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임 중에 2019년 우리금융 회장직을 겸직하다 2020년 3월부터 3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내년 3월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였다.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손 회장이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경우 징계 효력이 정지돼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손 회장은 2020년 3월에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지만,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그렇지만 타격을 피할 수는 없다. 손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또 정권 초기부터 금융당국과 연속으로 대치하는 상황 등이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과 관계없이 우리금융그룹은 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화와 국민경제의 위기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결정이 손 회장의 연임을 막고 ‘낙하산 후임’을 앉히려는 포석이란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징계 시기다. 당초 금융위는 이번 사태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온 뒤 천천히 결정하겠다는 기조였다. 하지만 최근 속도가 빨라졌다. 손 회장 제재안을 논의하는 금융위 안건소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 번 열렸다. 그런데 지난 10월 말부터 최근 2주 사이에 세 번 열렸고, 9일 확정을 한 것이다. 

그동안 제재안을 확정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1년 6개월을 미뤄오다 최근 급박하게, 그것도 민감한 시기에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일각에서 의도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계에서는 이례적인 절차라고 혀를 차고 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손 회장 제재안이) 그동안 너무 지체돼 있다고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다”며 “지금 시장이 어렵지만 금융위가 해야 될 것은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우리금융 노조는 지난 9일 ‘우리금융지주를 관피아(관료+마피아 합성어)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며 “펀드 사태 제재를 악용한 친정권 유력 인사들이 차기 우리금융 회장을 노린다는 보도가 나온다.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권력에 의탁한 일부 인사들의 관치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역시 성명을 내고 “권력자의 측근이나 현장경험 하나 없는 모피아 출신을 금융권 낙하산으로 보내려 한다면 저지 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BNK·수협·기업은행·우리금융·신한금융에도 모피아 낙하산 설이 확산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초기마다 금융권 수장 임명은 낙하산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 모임)’가,  문재인 정부 에서는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 등을 중심으로 한 ‘코드 인사’가 이뤄졌다. 

관치금융의 부활은 이전 정권 때처럼 이번에도 금융권 수장 선임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의미다. 금융계는 이번 손 회장 징계가 관치금융으로 가는 확실한 물꼬를 텄다고 바라보고 있다. 금융계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벌써부터 주요 금융사 수장 자리에 관료 출신 인물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을 지나 다음 주자가 대기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사 수장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진옥동 신한은행장‧권준학 NH농협은행장(이상 12월), 윤종원 기업은행장(내년 1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박성호 하나은행장(이상 내년 3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내년 11월) 등이 후보군이다. 

이런 의구심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10일 금융권 글로벌사업 담당 임원과 간담회 자리에서 “정치적 외압은 있지 않다”며 “혹여 향후 어떤 외압이 있다면 내가 정면으로 그에 맞서고 싶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금융위원장도 같은 뜻”이라고 말했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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