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책부터 CEO 인사까지 '개입' 본격화되나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임기가 끝나는 금융기관 수장들의 인사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정권의 낙하산 인사 시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산업 환경에서 또 다시 '관치금융'이란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먼저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것은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이다. 올해 12월까지가 임기다. 또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내년 3월까지가 임기로 올 연말부터 본격적인 회장 인선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 금융 당국이 1년 6개월 만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내림에 따라 '관치금융' 부활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손 회장의 징계 수위만 놓고 보면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관련 내용이 너무 지체된다는 국회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금융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국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정리할 건 연말까지 빠르게 정리하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불거지고 있다. 

노조는 금융 당국의 이 같은 결정이 차기 우리금융 회장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노조와 상급단체인 금융노조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손 회장의 사례에 앞서 자녀 특혜 의혹에 대해 자진 사임한 김지완 BNK금융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의혹이 불거지거 있다. 이 역시 포문은 금융노조가 열었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2018년 현 최고경영자 승계규정과 승계계획의 내부승계 원칙을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이사회가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이와 같은 개정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문이 일었다.

이에 금융노조는 "금융에 문외한인 정치인이나 정치권 관련자가 잘 못 발을 들이면 국가경제를 흔들 수 있다"며 "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노조 산하 사업장에서 숱하게 벌어졌던 낙하산 저지 투쟁이 BNK에서도 재현될 수 있음을, 전체 사내, 사외이사에 대한 퇴진 투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지난 행장 선임 때와 마찬가지로 공모절차가 길어지고 있는 Sh수협은행장 인선 역시 마찬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수협중앙회 내부 추천 인사가 명확한 가운데, 돌연 재 공모 일정을 잡고 정권이 추천하는 인사가 출사표를 내며 일정이 또 다시 연기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주회장만이 아니라, 각 금융그룹 산하 계열사 CEO들의 임기 만료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 올 연말과 내년 초는 가히 금융권 인사 폭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포함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사장,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등, 9명의 계열사 CEO가 올해 말까지가 임기다.

KB금융그룹은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을 포함해 10명의 CEO가 마찬가지로 연말까지 임기가 끝난다.

우리금융그룹도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을 포함해 9명의 계열사 CEO가 연말과 연초 임기 만료다. 하나금융그룹은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 등 4명의 CEO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관치금융의 가장 직접적 폐해라고 볼 수 있는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문제는 이명박 정권 시절 이른바 '금융 4대 천왕' 문제부터 시작됐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지주 회장 등은 정권과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으로 얽히며 '고소영 라인'이란 신조어도 만들어질 정도였다.  권력을 등에 업었지만 이들의 말로는 좋지 못했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박근혜 정권 당시 서강대 출신 금융인회, '서금회' 역시 대표적인 금융권 낙하산 그룹이었다.

금융노조는 성명을 통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면서 금융권에서 수많은 문제를 양산했음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역시 금융권 첫 인사였던 산업은행 회장 인선에서 보듯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낙하산 인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 들어 정권의 금융산업에 대한 입김은 강해진 게 사실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긴축기조,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그로 인한 공급망 이슈,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며 경제와 금융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갈팡질팡하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권에 인사 논란은 사실 득이 될 게 없다. 

노동계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현재의 상황에선 각 금융사 내부 상황에 맞게 승계나 인선 프로그램이 자율적으로 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랜 세월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결합된 전문성과 도덕성이 위기국면에서 중요한 리더십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게서 이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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