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등번호 제한 해제... 1번부터 99번까지 사용 가능
V리그 선수들 특별한 방식으로 등번호 결정
삼성화재 이크바이리, 사고로 떠난 친구 생일 기리며 24번 선택
현대건설의 김주하와 이나연은 자신의 생일로 등번호를 바꿨다. /KOVO 제공
현대건설의 김주하와 이나연은 자신의 생일로 등번호를 바꿨다. /KOVO 제공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선수들의 또 다른 얼굴과 다름없다. 선수들은 등번호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곤 한다.

국내 프로배구의 등번호 규정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등번호의 확대다. 기존에는 선수 등번호가 1번에서 20번까지로 제한됐다. 하지만 올 시즌부턴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등번호가 1번에서 99번까지로 늘어났다.

신인 선수들에게 등번호의 의미는 남다르다. 첫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의 신인 배민서(23), 배상진(22), 박현빈(18)은 각각 자신이 동경하는 스포츠 선수의 등번호를 선택했다.

배민서는 자신과 같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의 롤 모델 선배를 번호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규정상 같은 팀 선수의 번호는 사용이 불가능해 소속팀 선배의 등번호를 제외하고 선택해야 했다. 고민 끝에 신영석(36·한국전력)의 대표팀 등번호 22번을 자신의 프로무대 첫 등번호로 결정했다.

배상진은 해외 무대로 눈을 돌렸다. 종목도 달랐다.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24번을 달기로 결심했다. 배상진은 “LA 레이커스가 저희 팀 유니폼과 같은 노란색이다. LA 레이커스 최고 스타였던 고(故) 코비 브라이언트를 닮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B손해보험의 신인 배상진은 24번을 달고 코트를 누빈다. /KOVO 제공
KB손해보험의 신인 배상진은 24번을 달고 코트를 누빈다. /KOVO 제공

박현빈은 99번을 골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는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등번호다. 박현빈은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 류현진처럼 세터로서 빠르고 정확한 공을 공격수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이유를 전했다.

여자부 IBK기업은행 신인 김윤우(18)는 프로 데뷔전 자신이 팬이었던 선수의 등번호를 달고자 마음 먹었다. 소속팀 선배 박민지(23)의 12번이었다. 다만 같은 팀 선수의 번호 사용이 불가함에 따라 12번과 유사한 22번을 등번호로 정했다.

자신의 나이와 생일에 의미를 담아 등번호를 택한 선수들도 있다. 남자부 삼성화재 신인 박성진은 2000년생이다. 나이에 맞춰 등번호 23을 골랐다. 같은 팀 신인 안지원(22)은 21번이다. 그는 “언제나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21살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에 21을 등번호로 정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수련 선수 오유란(18)도 특별한 방식으로 등번호를 결정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는 줄곧 4번을 달았다. 이제 곧 20살이 된다. 기념으로 20과 4를 더한 24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김주하(24번)와 이나연(25번)도 새로운 등번호를 달고 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생일로 등번호를 바꿨다. 남자부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아흐메드 이크바이리(26·리비아)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절친한 친구의 생일을 기리기 위해 24번을 등에 새겼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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