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尹 대통령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 원천 차단”
LH·지역난방공사·가스공사 등 캠프 출신들, 주요 공기업 사장 취임
수자원공사·도로공사·HUG 등 수장 공석…낙하산 인사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 출범 후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이 주요 공기업 수장 자리를 속속 꿰차고 있어서다.

◇ 이전 정권 고소영·서수남·캠코더…尹 대통령 “낙하산 인사 원천 차단”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정부가 출자한 회사로 정부의 감독·통제를 받는다. 특히 정부의 국정 과제와 각종 정책을 일선에서 시행하는 만큼, 정권 교체 시 새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대거 기관장에 임명됐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에도 잘 나타난다. 지난 2019년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전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을 때, 공공기관 261곳 중 31.4%에 해당하는 82곳 기관의 수장이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넘어갈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309곳 중 37.2%에 달하는 115곳의 기관장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과 박근혜 정부의 ‘서수남(서울대·교수·영남)’,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대선캠프·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등 명칭은 다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은 인사로 지적되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은 이유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키는 그런 거 안 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시 구태의연한 보은성 인사를 이전 정권처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취임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최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경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
지난 12일 취임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최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경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한국가스공사

◇ 대선 캠프 인사들, LH·지역난방공사·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 사장 차지

하지만 최근 신규 취임한 공기업 수장들을 들여다보면 보은성 또는 낙하산 인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무색하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캠프나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이 주요 공기업 수장을 차례대로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6개 공기업 중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수장이 교체된 곳은 4개 기관이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다. 특히 황주호 사장을 제외한 3명의 신임 사장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경선 또는 대선 후보 시절 캠프 출신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이한준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캠프에 합류해 부동산 공약 설계 등에 참여한 인사다. 정용기 사장은 국민의힘 경선 캠프에서 상임정무특보를 맡고 이후 대선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 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12일 취임한 최연혜 사장 역시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최 사장은 경선 캠프에서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공석이거나 내년 초 임기 만료인 공기업 수장 자리도 캠프 출신 인사가 차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도로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임 사장의 사퇴로 현재 수장이 공석인 상태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항만공사는 내년 3월 중순 현임 사장의 임기가 만료 예정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으로 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수장이 임명되면 기관이 과거부터 시행해온 정책의 연속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능력 있는 인사, 정치 성향을 따지지 않는 인사를 한다고 하지만 정권을 막론하고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은 대통령 임기인 5년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낙하산 기관장이 부임하면 정치 논리에 따라 사업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랜 기간 조직에 몸담으며 해당 기관과 사업에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사를 기관장으로 발탁하는 게 정책의 연속성이나 공적인 측면에서 부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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