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철강·기계업, 공시율 9위...현대엘리베이터·이오테크닉스 미발간
GRI, 발간사 모두 활용...고려아연·현대제철·동국제강, ESG위원회 설치·女등기임원 선임
현대로템, 스코프3 기재 '유일'...두산밥캣·현대두산인프라코어, 환경검증 미이행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 사진=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 사진=고려아연 제공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ESG행복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총 200대 기업들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조사·분석(올해 10월말 기준)한 결과,전체 공시율은 71.5%로 확인됐다. 최근 3년간 기업들의 자율공시 확대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가장 많은 업종은 자동차부품업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코스닥 기업이 많이 속해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제약·바이오업은 정보공개가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총 200대 기업을 15개 업종(ESG행복경제연구소 기준)으로 분류해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 및 세부적인 분석 결과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철강·기계 업종은 8개 기업이 포함됐다. 이 중 6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거래소와 자사 홈페이지에 공시한 기업은 △현대제철 △두산밥캣 △현대로템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4곳이었고, 자사홈페이지에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고려아연 △동국제강 2곳이었다. 철강·기계업 가운데 발간사 6곳 모두 올해 7월 이전 정보공시를 마쳤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이오테크닉스 2개사는 지속가능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보고서 발간 여부에 대해 문의한 결과 구체적인 확답은 없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시총 200대 기업에 포함된 철강·기계 업종의 8개사. / ESG행복경제연구소 제공
지난해말 기준 국내 시총 200대 기업에 포함된 철강·기계 업종의 8개사. / ESG행복경제연구소 제공

최근 글로벌 ESG와 관련해 지속가능성 공시표준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EFRAG(유럽연합 재무보고자문그룹)를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다. 이 3개 지침 모두 늦어도 2024년까지 공시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내에서도 2025년부터 자산규모에 따라 공시가 단계별로 의무화될 예정이다. 아직은 자율공시 대상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채널이 거래소와 각 기업의 홈페이지로 이원화 돼있다. 

철강·기계업은 75.0%의 공시율로, 15개 업종 중 9위를 기록했다. △자동차부품(100%) △물류업(94.1%) △비금융지주사(88.2%) △은행·증권·카드(87.5%) △건설·조선업(83.3%) △보험(83.3%) △화학·장업(78.6%) △금융지주(77.8%) 등 보다 낮았고, △식음료(71.4%) △IT(66.7%) △엔터테인먼트(62.5%) △전문기술(60.0%)  △전기전자(55.0%) △제약·바이오(50%) 보다는 높았다.

◆GRI, 발간 6개社 모두 활용...고려아연·동국제강, ESG위원회 설치·女등기임원 선임

철강·기계업종에서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GRI(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전담협의체) 등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국제기준을 복수로 4개 이상 활용한 기업은 현대제철과 현대로템 등 2개사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3개 국제기준을, 두산밥캣은 2개 국제기준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과 동국제강은 1개의 국제기준을 사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철강·기계업종 가운데 보고서를 발간한 6곳 모두 GRI를 활용 중이다. SASB(66.7%), UN SDGs(50%), TCFD(33.3%)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ESG경영활동을 목적으로 이사회내 ESG위원회 설치·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시총 200대 기업 중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140개사였다. 철강·기계 8개사 가운데 △고려아연 △두산밥캣 △동국제강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제철 등 5개사가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외 △현대로템 △현대엘리베이터 △이오테크닉스 등 3개 기업은 ESG 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지난 8월부터 개정·시행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회사는 특정성(性)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게 돼있어 여성임원 1명 이상을 선임해야 한다. 이에 시총 200대 기업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0개 기업은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철강·기계 업종 가운데 △고려아연 △현대제철 △현대엘리베이터 △동국제강 등 4개 기업은 각각 1명의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했다.

◆현대로템,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유일'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와 물류는 물론, 제품 사용·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외부 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를 산출해 공시한 곳은 시총 200대 기업 중 70개사(35%)에 불과했다. 최근 EU(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지침과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발표는 스코프3를 측정해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철강·기계 업종 가운데 현대로템만이 스코프3 배출량을 기재했다. 

전반적으로 철강·기계 업종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사 6곳 모두 국제기준을 복수로 4개 이상 활용했다. 다만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이오테크닉스는 ESG위원회 미설치, 여성등기임원 미선임으로 ESG 경영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고려아연 울산온산제련소, 현대로템 수소추출기 공장,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위부터 시계방향) / 사진=각 사 제공.
고려아연 울산온산제련소, 현대로템 수소추출기 공장,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위부터 시계방향) / 사진=각 사 제공.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이중 중대성까지 포함... 두산밥캣 비롯 2社, 환경검증 미이행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항과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선정하는 중대성(중요성) 평가를 통해 전략화한 과제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담고 있었다. 시총 2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143개사 중 136개사(95.1%)가 중대성평가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기계 업종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6개사 모두 중대성평가를 이행했다. 

또 2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143개사 중 21개사는 선도적으로 이중 중대성평가(Double Materiality)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이슈 풀을 구성하고 사회·환경적 영향과 재무적 영향 측정결과를 종합한 이슈의 우선순위 결정을 매우 중요하게 다뤘다. 

이중 중요성평가는 EU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에서 제시한 중요성 평가방법으로, GRI를 비롯한 지속가능경영분야 글로벌 스탠더드들도 해당 개념을 적용해 보고기준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철강·기계 업종 가운데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유일하게 이중 중대성 평가까지 진행해 보고서를 강화했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기관을 통한 검증절차를 밟고 있었다. 시총 2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한 143개사 가운데 137개사(95.8%)가 중요성의 관점에서 사용한 준거기준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는지에 대해 제3자 검증을 받았다. 철강·기계 업종은 보고서 발간사 6곳 모두 제3자 검증은 마쳤다. 

또한 143개사 중 84개사(58.7%)는 보고서에 수록된 온실가스배출량 데이터가 검증기준에 따라 작성·산정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별도의 환경검증 절차를 거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철강·기계 업종의 6개사 중 환경검증 미이행 기업은 △두산밥캣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2개사로 확인됐다. 

◆고려아연, RE100 가입 유일...현대제철만 UNGC 가입

RE100(재생에너지사용 100%)은 철강·기계 업종 가운데 고려아연만이 가입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은 탈탄소화를 위해 RE100 가입을 마쳤고, 공급망들에게도 RE100 가입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RE100 선언을 중이다. 현재 가입하지 않은 기업들의 적극적 행동이 필요한 대목이다.

UNGC(유엔글로벌콤팩트)은 200대 기업 중 61개사가 가입해 30.5%로 가입율이 저조한 가운데 철강·기계 업종은 현대제철 제외 7개사가 가입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보고서 발간사 6곳 모두 중대성 평가와 제3자 검증을 마쳐 보고서를 강화했다. 다만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가운데 절반이 환경검증을 이행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RE100과 UNGC 가입은 거의 하지 않아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한편, 지난해 S&P 500, FTSE러셀 1000 기업의 ESG 정보공시율은 각각 96%, 81%로 발표됐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의 한국거래소를 통한 ESG정보 자율공시율은 지난해 78개사에서 올해 127개사(11월말 기준) 61.4%로 크게 증가했으나, 아직은 전체 공시율이 15.5% 수준에 머물러 있어 향후 ESG정보공시기준 표준화와 의무화를 앞두고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국제강 페럼타워 본사(왼쪽) 현대두산인프라코어 DX225LCA 굴착기(위) 두산밥캣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스테이츠빌 공장. / 사진=각 사 제공.
동국제강 페럼타워 본사(왼쪽) 현대두산인프라코어 DX225LCA 굴착기(위) 두산밥캣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스테이츠빌 공장. / 사진=각 사 제공.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른 기업들의 향후 사업 계획·비전

고려아연은 친환경 신사업 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사업 △자원순환 사업 △2차전지 소재사업 등을 제시했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비철금속 제련업에서 친환경 제련소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호주 자회사와 함께 태양광, 풍력 발전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해 산업폐기물에서 유기금속을 재생산, 재사용해 제철에서 제련, 다시 제련에서 제철로 이어지는 자원순환 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2차 전지 소재' 사업에서는 자체 생산하는 동을 원료로 하는 전해동박 사업과 배터리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제조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계철강협회에서 지속가능발전 우수 멤버로 선정된 현대제철은 올해 ESG 중장기 전략 방향 등을 보고서에 담았다. 환경 분야에는 탄소중립목표와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Hy-Cube)', 질소산화물 저감시설 등 친환경설비 투자, 폐자원을 제철공정에 활용하는 친환경 조업방식의 개발 성과 등이 담겼다. 사회 분야에는 산업안전보건을 위한 안전 체제·문화·조직 역량강화 활동과 커피박 재자원화 등 지역사회 공헌 활동 등이 소개됐고, 지배구조·경제 분야에는 이사회의 다양성 강화, 미래 모빌리티 시장 대응을 위한 제품과 기술 개발 성과 등이 소개됐다. 

두산밥캣은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방식을 적용한 국내 최초 '움직이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엔 ESG 비전과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4대 핵심 영역(사람·제품 및 서비스·환경·지역사회)과 3대 기본 근간(지배구조·가치사슬·리스크 관리)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중점적으로 담았다. 특히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난해 생산 단위당 에너지 사용량이 전년 대비 15%, 온실가스 배출량은 17%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고, 사용했던 부품을 재활용하는 재제조 제품 판매는 61% 증가했다. 또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완전 전동식(All-Electric)' 건설장비인 T7X를 소개했다. T7X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와 함께 유해 물질 배출을 없애고, 소음과 진동도 줄인 환경친화적 제품이다.

현대로템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창조적 혁신'이라는 기업 미션을 토대로 친환경 경영활동과 안전경영, 수소사회 기반 구축 등에 나섰다. 특히 지속가능한 제품·서비스를 위해 수소전기트램, 친환경 고속열차 등 친환경 철도차량 라인업을 구축하고 고효율 전장품과 승객 편의 기술 확보 등 고객 맞춤 솔루션 제공으로 철도 사업의 기술 개발 비전을 설명했다. 여기에 공공·민간 부문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고, 수소전기트램과 수소 인프라 사업을 본격화했다. 향후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참여로 신뢰성 있는 기후변화 정보도 공개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환경가치 기반 비즈니스 △신뢰받는 경영 △사회적 책임 등을 ESG 경영 3대 지향점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환경 분야에는 순환형·저탄소 사회 실현을 목표로 '에코 팩토리 구축'과 '친환경 제품 생산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동국제강의 탄소 배출량은 국내 철강업 전체에서 2% 수준이고, 폐기물 재활용 비율은 98%가량이다. 또한 친환경 전기로 스크랩 조업 연구·카본 대체 기술 등 추가 개발하고, 하이퍼 전기로·신재생 전력 공급망 구축 등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에 나선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취득한 봉·형강류 GR(Good Recycled) 인증에 이어 냉연·후판 등 제품도 EPD(환경성적표지) 인증 취득을 추진해 친환경 제품 생산을 늘려갈 계획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2025년 100대 글로벌 ESG 리딩 컴퍼니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톱 티어 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만 한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동화, 무인화 관련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고된 북미,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메가딜러 추가 확보와 도저 등 신제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아울러 기후변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했다. 협력회사와는 공정 거래 준수, 선진노사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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