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단기 차입
반도체 업황악화에도 반도체 투자 의지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삼성전자가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리기로 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해 영업이익이 감소가 예상되면서 반도체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공시에서 "본 차입은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건"이라고 밝혔다.

상환일은 2025년 8월 16일며 이자율은 연 4.60%다. 차입금액은 2021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35%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그간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던 데다가 보통 자회사가 모회사에게 자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번 자회사 차입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투자에 쓸 여윳돈이 줄었다는 의미로 보이지만 차입을 통해서라도 올해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영업이익 급감으로 반도체 투자 재원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수 있어 돈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20조원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6조8966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영업이익(43조3766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50조원 안팎 규모로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삼성전자 시설 투자 금액은 53조1000억원으로 이 중 90%가 반도체 설비 투자에 쓰였다. 시장 분석대로라면 올해는 영업이익 감소로 반도체 투자 재원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업황악화로 시설 투자 및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기회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은 이달 1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로 R&D 투자를 늘릴 것이고 설비투자를 줄일 생각이 없다"면서 "시장을 보면서 대응력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도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래 수요와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메모리 설비투자(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메모리의 경우 작년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가 예상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첨단공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과 미국 테일러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해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회사 차입이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해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투자를 계획대로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여유 현금이 생기면 이번 차입금을 조기 상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