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과거 저가 수주 뒤 어려움 겪어 우려 섞인 목소리도
주택시장 침체로 해외 시장 중요성↑...신중론 나와
대우건설은 리비아 멜리타 및 미수라타 지역에 가스화력 발전소를 건설한다. 사업 규모는 7억9000만달러(한화 약 1조원)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수주한 발전공사 위치도.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은 리비아 멜리타 및 미수라타 지역에 가스화력 발전소를 건설한다. 사업 규모는 7억9000만달러(한화 약 1조원)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수주한 발전공사 위치도. (사진=대우건설)

[한스경제=문용균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지역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가하면서 ‘제2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과거 저가 수주 뒤 어려움을 겪었던 건설사들의 사례를 들며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라면서 주택 시장이 침체돼 해외 수주가 더욱 중요해졌지만 그럼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해외건설종합서비스의 지역별 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누적 중동 수주액(지난 29일 기준)은 12억4354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3억2068만 달러와 비교해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1분기 수주액이 없었던 리비아가 올해엔 7억9300만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위는 사우디아라비아로 3억354만달러, 아랍에미리트(UAE) 1억546만달러, 카타르 4134만달러 순으로 수주금액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019년 말부터 지연돼 왔던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중동에서 수주액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증가했다”면서 “유가가 배럴 당 70~80달러를 유지하며 중동 국가 발주 여건이 개선된 상황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동에선 움직임이 관측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 타북주 약 2만6500㎢ 용지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내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네옴 프로젝트 중 하나인 ‘더라인’(170㎞에 이르는 직선형 도시를 만드는 사업) 프로젝트 일부를 수주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리비아에서도 대형 공사가 발주됐고 국내 건설사가 따냈다. 주인공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리비아전력청이 발주한 7억9000만달러 규모의 가스 화력발전소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한 대우건설은 이라크 정부가 추진 중인 2041년까지 407억달러(53조원)를 투입해 남부 바스라주 알포지역에 위치한 알포항을 세계 12대 허브항만으로 개발하는 ‘알포 신항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선별 수주가 이뤄지고 있을까. 아니면 과거처럼 저가 수주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주액이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제2 중동 붐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저가 수주, 지나친 경쟁으로 겪었던 실패 사례도 거론되고 있는데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주택 시장 경기가 침체됐던 2010년 유가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며 중동에서 신규 발주가 쏟아지던 시절인데 당시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발주처에 휘둘렸다”면서 “해외에서 선수금이나 공사비를 받아 국내 직원들 월급을 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인식이 변화돼 조심스럽게 중동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긴 기간 거래해 거점화돼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원가율이 좋은 곳에서 수주를 준비하지 중동에서 발주가 늘어났다고 해도 무작정 들어가진 않는다. 다른 회사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엔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하기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중동은 전 세계 건설 시장의 2% 밖에 안 된다”면서 “중동 붐도 좋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3년간 꾸준히 진출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은 물론 다른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용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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