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강한 정신력 원동력은 '즐거움'… "'항상 즐겁게 하자'는 생각"
"올림픽 3회 출전이 꿈, 중국, 일본 선수들 꼭 꺾고 싶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 하고 싶다"
손지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9일 오후 경기 용인 개인연습실에서 개인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5.09.
손지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9일 오후 경기 용인 개인연습실에서 개인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5.09.

[용인=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리듬체조에는 ‘퐁쉐턴(Penche turn)’이라는 기술이 있다. 퐁쉐는 발레 동작의 ‘팡쉐(Penche·기울어진)’를 뜻한다. 리듬체조의 퐁쉐턴은 발레의 팡쉐처럼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뒤 회전하는 동작을 의미한다. 이처럼 리듬체조와 발레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한 체육관에서 본지와 만난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17)은 발레에 빠졌던 어린 시절 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어렸을 때 발레밖에 몰랐다. 그런데 리듬체조를 하면할수록 빠져들었다. 아마 발레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잘하진 못했을 것 같다. 지금도 발레로 몸을 풀면서 ‘리듬체조가 나에게 더 잘 맞는구나’라고 느끼곤 한다”고 밝혔다.

손지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9일 오후 경기 용인 개인연습실에서 개인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5.09.
손지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9일 오후 경기 용인 개인연습실에서 개인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5.09.

◆리듬체조와 사랑에 빠진 날

손지인은 어린 시절부터 리듬체조에 두각을 나타냈다. 2020년 만 13세의 나이로 국가대표 선발전 주니어 대표 1위에 올랐다. 2021년 불가리아 소피아컵 개인종합 8위, 2021년 제34회 회장배 전국리듬체조대회 개인종합 4관왕과 함께 1위, 2021년 국가대표 선발전 주니어 대표 1위 등 이력도 화려하다.

다만 리듬체조와 첫 만남은 다소 엉뚱하게 이뤄졌다. 손지인은 “6살 때쯤 엄마에게 발레를 하게 해달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그때가 제 막냇동생이 태어났을 때다. 엄마가 많이 바쁘셨다. 발레학원도 멀었다”며 “집이랑 가까운 학원을 찾다가 리듬체조 학원을 알게 됐다. 처음엔 리듬체조를 잘 몰랐다. 그래서 하기 싫었다. 안 가려 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학원에 간 첫날 리듬체조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엄마가 ‘딱 한 번만 리듬체조 학원에 가보자’고 하셔서 갔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발레와 다르게 조금 더 자유롭고 수구를 사용한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했다”며 “발레처럼 음악에 맞춰 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작품을 한 번 할 때 완벽하게 해내면 성취감도 굉장히 많이 느껴졌다. 그래서 점점 빠져들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손지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9일 오후 경기 용인 개인연습실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5.09.
손지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9일 오후 경기 용인 개인연습실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5.09.

◆외유내강

타고난 정신력은 손지인의 강점 중 하나다. 그는 지난해 3월 2022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및 우수선수 선발전 겸 국제대회 파견대표 선발전 당일 대회를 앞두고 훈련 도중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고통을 이겨내고 4개 종목 모두 무사히 끝내며 당당하게 국가대표에 뽑혔다. 선발전 직후 병원에서 엑스레이(X-ray) 촬영을 진행했고 갈비뼈 골절 소견을 받았다.

손지인은 “너무 아팠다. 그래도 국가대표 선발전이기 때문에 뛰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을 때 진동이 있으면 통증이 올라오니까 배에 힘을 엄청나게 줬다. 그렇게 참고 그냥 했다”며 “너무 아파서 다음 동작을 연결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점수 높은 동작은 많이 뺐다. 그때는 너무 아파서 연습도 안 하고 몸만 풀고 가만히 있다가 바로 실전으로 들어갔다. ‘한 번만 잘하고 나오자’는 생각으로 참아냈다”고 떠올렸다.

강한 정신력의 원동력은 ‘즐거움’이다. 그는 리듬체조를 하면서 즐거움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다. 덕분에 큰 대회를 나가서도 긴장하지 않는 편이다. 그는 “안 좋은 기억들은 자고 일어나면 다 잊어버린다.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미리 걱정하는 것도 그다지 하지 않는다. 긴장도 잘 안 한다”며 “실수도 마음에 잘 담아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대회 때 실수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은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와 저, 둘 다 어떤 걸 하더라도 ‘항상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손지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9일 오후 경기 용인 개인연습실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5.09.
손지인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가 9일 오후 경기 용인 개인연습실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5.09.

◆올림픽 3회 출전 목표

리듬체조는 종목 특성상 20대 중반만 돼도 전성기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신수지(32)가 22세의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고, 손연재(29)도 23세에 은퇴를 선언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무대를 누비고 있는 손지인의 목표는 ‘올림픽 3회 출전’이다. 손지인은 “리듬체조는 선수 수명이 짧다. 보통 선수들이 23~24세에 은퇴를 결정한다. 저는 몸이 따라준다면 올림픽을 3번 정도까지 나서고 싶다. 2024 파리 올림픽,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2032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출전하는 게 제 꿈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2032년은 아직 먼 미래다. 손지인은 다가오는 대회들부터 차근차근 좋은 성적을 쌓아나갈 생각이다. 그는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이 다가온다. 여기서 잘해서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꼭 따내고 싶다”며 “9월엔 아시안게임이 있다. 메달 색은 상관없지만 도전하고 싶다. 중국, 일본 선수들을 꼭 이겨보고 싶다. 저보다 나이가 한 두 살 정도가 많다. 그래도 실력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꼭 꺾고 싶다”고 강조했다.

17세 손지인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향후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손지인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 제 연기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연기로 감동을 줬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어떨까. 아울러 제 연기로 리듬체조 종목을 더 알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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