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 과학자들, 엘니뇨로 '지구온난화 이정표' 1.5도 넘어설 가능성 우려 
"온실가스 배출량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기온 계속 상승" 경고 
유럽 중기 예보센터 "올해 6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더웠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의 모습. 현재 이탈리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폭염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부 도시에는 '적색 경보'가 발령될 예정이다. /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의 모습. 현재 이탈리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폭염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부 도시에는 '적색 경보'가 발령될 예정이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일부 기후 과학자들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요 이정표인 1.5도(℃)를 넘어설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유럽 중기 예보 센터(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 ECMWF)가 올해 6월이 전 세계적으로 기록상 가장 더웠다고 발표한 데는 이유가 있다. 

텍사스 등 미국 남서부 일부 지역은 뜨거운 폭염을 견뎌내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한때 1억 20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은 어떤 형태로든 폭염주의보를 받았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약 3억 4000만 명)의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영국에서도 6월 더위 중 올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1940년 이전에 가장 높았던 6월과 비교하면 0.9도 더 뜨거웠다. 

이밖에 북아프리카·중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전례 없는 더운 날씨가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종전 기록을 경신하는 전 세계적 더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후 관찰 기관인 '코르페니쿠스'에 따르면 이달 초에는 역대 가장 더운 날이 3일 동안 이어졌다. 

이달 3일에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6.89도를 기록한 데 이어, 4일에는 17.04도를 기록해 처음으로 17도를 돌파했다. 5일에는 17.05도를 기록하면서 하루 만에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엑서터 대학교의 기후 과학자 리처드 베츠(Richard Betts)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 이상 고온에 대해 "과거 과학자들이 예측한 기후 모델과 일치할 뿐"이라며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지구 기온에 놀라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있던 것을 극명하게 상기시켜주는 것일 뿐"이라며 "대기 중에 더 많은 온실가스가 축적되는 것을 멈출 때까지 우리는 더 많은 극단적인 기후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는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높은 온도가 기후 변화의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구 표면 근처에 저장된 열의 대부분은 대기가 아니라 바다에 있어서다. 실제 올 봄과 여름 북대서양 등에서는 기록적인 해수 온도가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해양 폭염은 특히 영국 연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 봄과 여름 영국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기온보다 최대 5도나 더 높은 온도를 경험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이번 폭염을 '카테고리 4'로 분류했다. 이 카테고리는 열대 지방 외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극심한' 더위를 나타낸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지구과학 교수인 다니엘라 슈미트(Daniela Schmidt)는 "북대서양 지역에서 이런 이상 기온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교수는 "영국에서 목격되는 해양 폭염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이렇게 극심한 폭염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호주 주변이나 지중해 등 다른 지역은 생태계 전체가 바뀌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동시에 열대 태평양에서는 엘니뇨가 발생하고 있다. 엘니뇨는 열대 중·동태평양에 이르는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2~7년의 주기로 평년과 비교해 따뜻해지는 현상이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자외선 차단 장비와 휴대용 선풍기를 착용한 채 거리를 걷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자외선 차단 장비와 휴대용 선풍기를 착용한 채 거리를 걷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서양과 태평양 모두 폭염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4월과 5월의 전 세계 해수면 온도는 185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팀 렌튼(Tim Lenton) 박사는 "바다가 평소보다 더 따뜻하면 기온도 더 높아질 것"이라며 "온실가스 축적에 의해 갇힌 열 대부분이 표층 바다를 따뜻하게 하는 데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처럼 유난히 더운 날씨가 이례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울한 사실은 기후 변화로 인해 기록적인 기온을 경험하는 것이 이제는 정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기후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해마다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감시기관인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증가율은 약간 둔화됐지만,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지난해 1% 가까이 증가했다. 

런던 임페리얼대학의 선임 연구원인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는 "지구 기온이 높을수록 폭염의 위험도 높아진다"며 "이런 폭염은 지구 온난화가 없었을 때보다 더 빈번할 뿐만 아니라, 더 뜨겁고 길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엘니뇨의 발달로 인해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엘니뇨로 지구 온난화의 주요 이정표인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기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BBC는 "우리가 점점 더 덥고 혼란스러운 기후의 미래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과 도구가 있다"며 "이제 문제는 우리가 기후 변화를 늦추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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