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혼인·출산율 해결 위해 증여세 면제 카드 꺼내
신혼부부, 최대 3억원까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與 “미래세대 지원 강화” vs 野 “초부가 감세·청년 소외감”
장혜영 의원, 혼인 공제 신설 상위 약 10%만 혜택…전문가 “근본적 해결책 경제구조 변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웨딩타운 상점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웨딩타운 상점가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수 기자] 여야가 정부의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미래세대를 위한 지원이 대폭 강화됐다는 시각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부자 감세 또는 일부 부유층에 한정된 혜택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 떨어지는 혼인·출산율…정부 증여세 면제 카드 꺼내

정부는 지난달 27일 자녀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2023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낮은 혼인율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증여세 면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가 신설된다. 이에 따라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4년간)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1억원에 대해 추가 공제가 가능하다. 현재는 부모가 10년 동안 5000만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신혼부부가 10년간 증여받은 재산이 없으면 각자 1억 5000만원씩, 최대 3억원까지 증여세를 물지 않는 혜택을 보게 된다.

다만 결혼자금에 대한 증여세 공제 한도를 두고 여야의 평가는 극명히 갈렸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한 가운데,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혼인 및 출산 장려, 육아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은 지난달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세법 개정안은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경제 회복, 미래 대비 그리고 납세 편의 및 형평 제고를 기본방향으로 특히 결혼-출산-양육 등과 관련된 미래 대비 지원이 대폭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를 ‘초부자 감세’라며 혹평했다. 아울러 공제 혜택도 일부 계층에게 돌아가 청년들의 상실감을 우려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또 초부자 감세냐’ 이런 한탄이 나오고 있다”며 “증여를 못 받아서 결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방안으로 혜택을 볼 계층은 극히 적고 많은 청년에게 상실감과 소외감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안’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 혼인 공제 신설 상위 약 10%만 혜택…전문가 “근본 해결책 경제구조 변화”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이번 혼인 공제 신설 혜택이 상위 계층에게만 돌아간다는 비판적 분석도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MDIS)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정부의 결혼자금 증여 공제 신설 혜택은 상위 13%에 집중될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 ‘연령 및 출생자녀수별 기혼여성인구’ 자료를 기반으로 추산하면 50~60대의 평균 자녀 수는 2.1명으로 추정된다. 편의상 2명이라고 가정하면 2억원 이상을 증여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보유해야 증여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중 2억 원 이상의 저축성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상위 13.2%에 불과했다. 하위 86.8%는 애초에 자녀의 결혼으로 증여세를 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공제 확대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게 장 의원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결혼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구조가 변화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일자리 양극화가 해소돼 청년들이 장기간 안정적인 임금 생활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육아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청년들의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제일 큰 이유는 취업 문제다. 일자리 양극화가 크다 보니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취업이 늦어지고 있다”며 “일자리 양극화가 해소돼 오랜 기간 임금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구조로 바뀌어야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부모가 자산이 많으면 더 일찍 결혼하고 더 빨리 첫째를 출산한다는 연구가 있다. 다시 말하면 결혼이나 저출산 문제는 부유한 집안에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에) 내세운 목적은 결혼·출산이지만 결국 필요한 계층에 대한 지원도 아니고 부의 대물림을 더 쉽게 해주는 방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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