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ESG 정보공시 표준화·의무화 앞두고 자율공시 확대되는 분위기
UN SDGs·GRI·TCFD·SASB 등 글로벌 기준 혼용…이중 중대성평가 주류화  
보고서 명칭 다양한 제목 사용하며 ESG 경영 전략·활동·성과 담아
2023 SK주식회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2023 SK주식회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표지.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올해 7월 말까지 국내 시총 200대 기업들 중 151개사(75.5%)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11개사)와 비교하면 기업 수는 40개사, 공시율은 20%포인트가 각각 증가한 수치다. 

ESG행복경제연구소는 최근 국내 시총 200대(2022년 12말 기준)에 속한 기업들이 올해 7월말까지 공개한 지속가능성 정보공개(이하 보고서)에 대해 조사·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기업이 환경·사회·경제와 지배구조 전반에 걸쳐 ESG 경영활동의 정성적 서술과 최근 3년간의 정량적 성과 등을 담은 보고서의 공시현황에 대한 통계분석 결과다. 

기업들은 6월과 7월에 집중해 100여 페이지에서 많게는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코스피 전체 상장사 대상의 한국거래소 통계포털에 따르면 보고서 발행기업이 연간 2020년 38개사, 2021년 78개사, 2022년 131개사에서 올해는 이미 7월말 현재 138개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보고서 발간 기업수를 초과하고 있어 다가올 의무공시를 앞두고 자율공시 확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소가 조사한 보고서 발간 현황(공시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가장 높은 업종은 철강·기계업(100%)이며 이어서 물류·무역업(94.1%), 건설·조선업(91.7%) 순이다. 반면 전문기술(30.7%), 비금융지주(60.0%), 은행·증권·카드업(62.5%)은 전체평균 공시율  75.5%를 크게 하회하여 정보공개가 저조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 / ESG행복경제연구소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 / ESG행복경제연구소 

◆ 글로벌 ESG 정보공시 표준화 및 의무화 앞두고 자율공시 확대되는 분위기

최근 IFRS의 ISSB, EU의 CSRD, US의 SEC 기후공시의무화 등 세계적으로 ESG 정보공시 규제에 대한 도입이 본격화 되는 추세다. 국내 역시 금융위원회에서 올해 하반기에 ESG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고, 2025년부터는 단계별로 일정 자산규모이상 기업들에게 ESG 정보공시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다. 

아직은 자율공시 대상인 보고서 공시는 한국거래소 포털과 각 기업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원적 공시채널을 취하고 있으며, 이중 60개사(39.7%)는 각사의 홈페이지 사이트에만 공시하고 이를 PDF 파일로 제공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정보공시 채널. / ESG행복경제연구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정보공시 채널. / ESG행복경제연구소 

지난 6월 글로벌 표준 최종안을 발표한 IFRS재단 산하위원회인 ISSB는 ESG 공시적용을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5년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ESG 정보공시를 재무제표에 포함된 사업보고서의 일부로 보아 동시보고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경우 기업 보고 및 공시대상인 사업보고서(재무제표 포함)는 3월말,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5월말로 제출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보고서 공표 시기는 환경부의 탄소배출량 인증(5~7월) 등으로 대부분 매년 6월과 7월에 집중되고, 8월 이후에도 공시가 이어져 공개시기에 대한 이슈가 존재한다. 

현행 국내기업들의 재무제표 보고처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기한이 매년 3월로 의무화될 경우 기업들에겐 현실적인 당면과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정보공시 시기(기업수). / ESG행복경제연구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정보공시 시기(기업수). / ESG행복경제연구소 

◆ UN SDGs·GRI·TCFD·SASB 등 글로벌 기준 혼용, 이중 중대성평가 주류화 

지금까지 ESG 공시는 '하면 좋고, 안하면 그만'인 기업의 자율영역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ESG 정보공시의 표준화와 의무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으로 사정이 예전과 다르다. ESG 공시가 규제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기업들은 지난 1년간의 ESG 경영활동과 성과를 글로벌 ESG 정보공개 프레임인 UN SDGs, GRI, SASB, TCFD 등을 선택한 기준을 혼용해 적용했다. 각각의 기준마다 공시 목적에 차이가 있어 대부분 기업들은 4가지 기준을 산업별 특성에 따라 적용하며, GRI 만큼은 범용적(활용도 95.4%)으로 활용했다.   

올해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중 정보공개 글로벌 기준인 UN SDGs, GRI, SASB, TCFD 중 4개 모두를 채택한 기업수는 104, 3개 활용은 20, 2개 활용은 13, 1개 활용은 10개사이고, 4개사는 기준적용을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ESG정보공개기준 전체 활용도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GRI 95.4%, SASB 84.1%, UN SDGs 82.1%, TCFD 76.8% 순으로 조사됐으며, 업종별 특성에 따라 활용도 차이가 나타났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글로벌 기준(UN SDGs,  GRI, TCFD, SASB) 활용 현황. / ESG행복경제연구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글로벌 기준(UN SDGs,  GRI, TCFD, SASB) 활용 현황. / ESG행복경제연구소 

현재 도입이 임박한 글로벌 ESG 공시의 표준화와 의무화를 감안할 때 기업의 준비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될 ESG공시기준이 기존 공시기준과 빌딩블록접근(building block approach) 방식 적용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강화를 감안한다면, 기업들은 현행 공시기준들에서 정합성과 타당성을 찾아 보다 적극적인 수준에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국제기준 활용도. / ESG행복경제연구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국제기준 활용도. / ESG행복경제연구소 

ESG 경영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정보공시가 본격화됨에 따라, 이에 대응한 기업들이 위원회 설치, 여성임원 선임, 스코프3 시스템 구축, RE100 및 UNGC 가입 등을 통해서 ESG 경영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146개사가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ESG 위원회를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점검하고, 사업 및 주요과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책임과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운영측면에서 위원회의 실질적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원회에 상정되는 대부분 안건이 의결·심의보다는 보고사항 중심의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부터 개정 시행된 자본시장법으로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회사는 특정성(性)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되어 여성임원 1명 이상을 선임하여야 한다. 현재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146개 기업이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임원의 확대는 ESG 가운데 거버넌스(G)의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건강함의 일환이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한편 기업의 온실가스배출 감축이 공급망 차원에서 강조됨에도, 보고서 발간업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65개 기업만이 스코프3 배출량을 카테고리별로 산출해 공시했다. 스코프3는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 걸쳐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스코프3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80%를 차지해 환경공시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국내기업들은 EU와 IFRS의 스코프3 공시요구에 서둘러 대비해야한다. 공급망 실사란 대기업이 공급망에 포함된 모든 협력사에 ESG 관련위험을 조사 및 시정토록 하고 이를 공시하는 제도로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중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만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제로 EU의 공급망 실사지침과 ISSB(2026년부터 적용)는 공급망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까지 측정해서 책임져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때문에 협력사와의 공동대응과 동반성장이 필수적이다.  

또한 자발적 기업시민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여 ESG 경영목표와 추진기반을 뒷받침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한다는 RE100 가입과 기업 활동에서 친인권, 친환경, 노동 차별반대, 반(反)부패 등의 10대 원칙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UNGC(UN Global Compact)에 가입하는 기업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ESG 경영 추진 체계(기업수). / ESG행복경제연구소 
ESG 경영 추진 체계(기업수). / ESG행복경제연구소 

각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항과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선정하는 중대성 평가를 통해 전략화한 과제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담고 있다. 중대성 평가는 기업이 ESG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보고서를 발간한 151개 기업 중 141개사(93.3%)가 중대성 평가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특징적인 것은 단일 중대성 29개사,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112 개사로 조사돼 지난해와 달리 이중 중대성 선택이 대세가 된 양상이다. 

이중 중대성평가는 EU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에서 제시한 중대성 평가방법으로, GRI를 비롯한 지속가능경영분야 글로벌 스탠더드들도 해당개념을 적용해 보고기준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이중 중대성평가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이슈 풀을 구성하고 사회·환경적 영향과 재무적 영향 측정결과를 종합한 이슈의 우선순위 결정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기관을 통한 검증절차를 밟았다. 보고서가 정해진 규정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등이 검증 대상이다.

중대성 평가  및 검증 이행 현황. / ESG행복경제연구소 
중대성 평가  및 검증 이행 현황. / ESG행복경제연구소 

143개사(94.7%)가 중요성의 관점에서 사용한 준거기준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했는지에 대해 제3자 검증을 받았다. 또한 102개사(67.5%)는 보고서에 수록된 온실가스배출량 데이터가 검증기준에 따라 작성, 산정됐는지에 대해서도 별도의 환경검증 절차를 거친 것으로 조사됐다. 

◆ 보고서 명칭 다양한 제목 사용하며 ESG 경영의 전략, 활동 및 성과 담아 

보고서 명칭으로는 지속가능성, ESG 정보, 통합 보고서 등 다양한 제목을 사용한다. 제목에 따라 그 지향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59%)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ESG보고서(24%)는 투자자나 투자평가사를 대상으로 한다. 통합보고서(12%)는 재무성과와 비재무성과를 통합해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간되는 보고서다. 

ESG 정보공시는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적인 성공조건의 하나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ESG 경영에서 보고서의 공개는 기업의 가장 큰 ESG 현안 중 하나다. 보고서의 발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고서의 골자는 ESG 경영을 위한 조직구성에서부터 도출한 과제의 내용과 실천과정 및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이 핵심이 돼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화된 ESG 경영체계 및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백캐스팅(Backcasting) 발상으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의 수립을 통해 이행한 단기적 성과에 대한 여러 지표를 성실히 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경영의 산출적 차원의 사회적 책임성 과 홍보성에 머물러, 다양한 투입자본의 사회적 영향(Impact)에 대한 측정과 설명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ESG행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기업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다양한 ESG 데이터와 정보를 양적·질적으로 축적하고, ESG 정보공시기능을 내재화해 ESG 경영활동에 대해 자기규율적인 최종 결과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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