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 /연합뉴스
LG 오지환. /연합뉴스

[수원=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경기 연속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29년 만의 우승에 딱 두 걸음만 남겨뒀다.

정규리그 1위 LG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위 KT 위즈에 8-7로 재역전승했다.

잠실에서 열린 1~2차전에서 KT와 1승씩을 나눠 가진 LG는 시리즈 분수령이었던 3차전을 잡아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무승부 포함)로 맞선 뒤 먼저 2승째를 거둔 팀은 85% 확률(20번 중 17회)로 정상에 올랐다.

반면 KT는 창단 후 처음으로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S 경기를 치렀으나 패배의 쓴맛을 봤다. KT는 2021시즌 KS에 진출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척돔 중립 경기를 치렀다.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장소가 수원 KT위즈파크가 아닌 고척돔이었다.

이날 KT 선발 웨스 벤자민은 그야말로 ‘쌍둥이 천적’이었다. 그는 이번 시즌 LG를 상대로 ‘좌승사자(좌타자+저승사자)’와도 같은 면모를 뽐냈다. LG전에 5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를 올렸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0.68, 피안타율은 0.165에 불과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워낙 벤자민에게 약했기에 이젠 우리 타자들이 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2차전에서 뒤집은) 흐름을 믿는다"고 했다.

또 다른 변수는 강추위였다. 이날 양 팀은 ‘초겨울 야구’를 치렀다. 경기 후반에는 기온이 1도로 예보돼 체감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오늘은 날씨가 최대 변수"라며 "추워서 손이 곱으면 1번 타자와 외야수가 가장 불리하다"고 내다봤다. 이강철 KT 감독도 “급변한 날씨가 경기에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1차전 때는 바람이 안 불어서 괜찮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바람이 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양팀 타자들은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LG는 홈런 3방 포함해 11안타로 8점을 뽑는응집력을 보였고, KT는 장단 14안타로 7점을 뽑았다.

2차전에서 8회말 박동원의 짜릿한 홈런을 앞세워 역전승을 거둔 LG는 이날도 대포 한 방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3회초 2사 2,3루에서 나온 오스틴 딘이 벤자민을 상대로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시속 147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 당겨 왼쪽 폴을 때리는 스리런 홈런을 작렬했다.

이후 LG는 KT의 거센 반격에 직면했다. 선발 임찬규가 배정대에게 볼넷, 김상수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후속타자 황재균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아 실점했다. 하지만 임찬규는 장성우에게 2루수 직선타를 유도했다. 이때 2루수 신민재가 곧바로 2루에 공을 던져 3루로 뛰려다 귀루하지 못한 황재균을 잡았다.

LG는 4회에도 위기에 몰렸다. 앤서니 알포드의 좌중간 안타와 조용호의 우전 안타로 2사 1,2루가 됐다. LG 벤치는 지체 없이 불펜 물량공세를 시작했다. 김진성이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상수를 우익수 뜬공으로 요리하며 불을 껐다.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LG는 5회말 뼈아픈 수비 실책으로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5회 등판한 정우영이 1사 1루에서 장성우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오지환이 포구 실책을 범했다. 이때 좌익수 문성주의 송구 실책까지 겹쳐 1사 2,3루가 됐다. LG 벤치는 다시 투수를 함덕주로 바꿨다. 그러자 KT 벤치도 올가을 ‘조커’로 맹활약하고 있는 좌타자 김민혁을 내세웠다. 함덕주는 물오른 KT 타선을 막지 못했다. 김민혁에게 안타, 알포드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아 2점을 내줬다. 함덕주를 구원 등판한 백승현은 후속타자 이호연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해 3루 주자의 득점을 막았다. 그러나 조용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다.

LG 박동원(오른쪽). /연합뉴스
LG 박동원(오른쪽). /연합뉴스

자칫 흐름이 KT 쪽으로 기울 수 있는 상황에서 LG는 다시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6회초 문보경의 안타로 만든 무사 1루에서 박동원이 바뀐 투수 손동현의 속구를 받아쳐 역전 투런포를 작렬했다. 비거리는 125m로 측정됐다. 박동원은 2차전에 이어 이날도 결정적인 홈런을 때리며 미친 존재감을 발산했다.

LG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무리 고우석을 5-4로 앞선 8회에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러나 고우석은 KT 타선의 추격을 막지 못하고 무너졌다. 8회말 1사 2루에서 황재균에게 좌월 2루타를 맞으며 동점을 헌납했다. 이어 후속 타자 박병호에게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LG는 9회말 2사까지 5-7로 패색이 짙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9회말 2사 1,2루에서 타석에 나온 오지환의 KT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2구째 시속 143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 당겨 재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렸다. 3루 쪽 LG 응원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고, 1루 쪽 KT 응원석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고우석이 1사 후 김준태에게 몸에 맞는 공, 정준영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결국 LG 벤치는 고우석을 내리고 이정용을 투입했다. 이정용은 폭투와 배정대의 자동 고의 4구로 이어진 1사 만루에서 김상수를 투수~포수~1루수루로 이어지는병살타로 요리하며 극적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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