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제유가 오름세·농산물 가격 폭등…정부, 물가 안정화 총력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유가 80달러 돌파…물가상승 우려
정부 1500억원 대규모 자금 투입해 소매가 낮췄지만 도매가 강세 여전
우리정부가 물가 안정 목표 2.0% 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이미지)/ 연합뉴스
우리정부가 물가 안정 목표 2.0% 도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이미지)/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한국은행이 물가 2%대 안정화에 방점을 찍고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도 물가를 잡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나 2%대 물가 안착까지는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3월 소비자심리지수(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CCSI)는 100.7로 중 전월 대비 1.2p 하락했다. 이는 농산물 가격을 비롯한 체감 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 등의 영향을 받아 넉 달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또한 미래 물가상승률 인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로 직전인 2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농축수산물이 6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공공요금 54.2%, 석유류제품 27.0% 순이다. 

한국은행 측은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으로선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적 관리가 필수적이다"며 "인플레이션 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소비를 앞당기고자 하는 유인이 커져 가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제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고 밝혔다.

더욱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3%대로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으로 2023년 2월 대비 3.1%가 올랐다. 이는 농산물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20.9%나 올라 전체 물가를 0.80%p 끌어올렸기 때문이며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영향이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잠정)도 지난달 122.21(2015년 100기준)를 기록하며 2023년 동월 대비 1.5%나 상승했다. 특히 부문별로 농림수산품 지수가 전월비 0.8% 오른 152.48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성, 농산물 가격 폭등에 대응해 물가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나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국제유가 오름세가 쉽사리 꺼질 것 같지 않다.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수출 감소와 중국의 경기회복, 미국 주간 원유 재고 감소 등 영향을 받아 심리적 저항선인 80달러선을 넘겨 거래되고 있다. 특히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연중 최고치인 81.26달러로 장마감하기도 했다. 

중동과 러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가 유가 변동성을 높인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올해 들어서만 러시아의 정유공장 등 석유 시설에 최소 9차례 공격했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석유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 국제 유가 상승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물가 상승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공행진 농산물 물가 잡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약 1500억원 규모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면서 물가 상승 주범으로 꼽힌 금(金) 사과, 금배 등 과일 소매 가격을 10%가량 낮추는 성과를 냈지만 도매가는 잡지 못하고 있다.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도매가격의 경우 여전히 전년 대비 2배 이상 비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확인 결과 사과(후지·상품) 10kg의 중도매가격은 26일 기준 9만1860원으로 전월과 비교해도 2.6% 올랐고, 배(신고·상품) 15kg의 중도매가격은 11만2400원으로 23.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매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 여름철 햇과일 출하 전까지는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2%대 물가 조기 안착은 현재로선 쉽지 않다. 우리정부 주요국의 가격 안정화 대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실효성 있는 공급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또 우리나라가 식량 자급률과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상기후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충격에 따라 물가 변동성이 큰 점이 물가 안정화를 지연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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