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년기획] 대선후보별 미리보는 '기후·에너지' 정책
이재명·심상정, 文정부와 기조 비슷…정책공약은 업그레이드 
윤석열·안철수, '원전 살리기' 강조…文정부 정책 전면 재검토 가능성  
최종 목표 '탄소중립' 이견 없지만…구체적 로드맵 차이 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정의당 심상정·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 연합뉴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정의당 심상정·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으면서 20대 대통령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 정부의 성과와 차기정권을 이끌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는 정교한 시선이 집중되는 시기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임기 후반 강한 의지를 드러낸 '탄소중립 전환'은 적지 않은 논란 속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둬 차기 정권에서도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될 지 관심이 모이는 과제다. 국가 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는 분야답게 대선후보들의 가치관도 큰 틀에서는 궤를 같이하지만, 구체적 로드맵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별 관련 공약 및 발언을 토대로 차기 정권의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전망해봤다. 

◆ '전환적 성장' 이재명, 에너지고속도로 건설·기후에너지부 신설로 탄소중립  

이른바 '전환적 성장'을 내세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미래에너지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에 기반한 공평하고 정의로운 전환시스템을 강조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고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과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대해서도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에너지 고속도로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어디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쉽게 만들어 사고 팔 수 있는 생산과 공급·소비 세 박자가 함께 이뤄지는 분산형 에너지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이 재생에너지 개발과 생산 과정에 참여해 에너지 배당을 받는 '햇빛연금'과 '바람연금'도 약속했다. 경제효과 측면만 바라보면 문재인정부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공약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너지 전환 이후 관련 업계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구상했다. 이 후보는 "발전소와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경우 지금까지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의 피해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일자리 감소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대응 기금을 조성해 전환 대상 기업 노동자와 취약계층에 두터운 사회 안전망을 보장하고, 급격한 산업 전환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은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후보는 에너지고속도로 건설·기후에너지부 신설 외에도 기후위기 대응 관련 △2030년까지 연평균 20기가와트(GW) 재생에너지 생산시설 확충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탄소세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0%(현 정부 목표 40%)로 상향하고 기후 문제를 헌법에 명시하는 공약도 검토 중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기후위기탄소중립특위' 출범식을 가졌다. 당시 이 후보는 김성환 특위 상임공동위원장의 대독을 통해 "에너지전환과 녹색전환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중대과제"라며 "국민과 함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국민과 함께, 탄소중립위원회와 함께 말이 아닌 실천으로 기후위기 극복·탄소중립 실현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기후위기탄소중립특위는 타운홀 미팅과 플랫폼을 통해 모인 제안은 선정과정을 거쳐 "이재명정부 출범 후 국정과제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후보가 직접 공언한 '이재명과 함께하는 탄소중립 100만행동' 캠페인은 탄소중립을 주요 쟁점화해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 윤준병 특위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기후대선으로 치르기 위해 당 탄소중립위원회를 선대위 산하 기후위기탄소중립위원회로 발전적으로 계승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이원영 수석부위원장도 "100만행동 캠페인은 '1000개의 타운홀 미팅·1만개의 제안·100만명의 실천선언'이라는 기치 아래 선거 역사상 유례없는 상향식·국민참여형 실천운동으로 전개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16일 '기후위기 청년 활동가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재명 후보 공식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16일 '기후위기 청년 활동가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재명 후보 공식홈페이지

◆ 윤석열 "탈원전은 표퓰리즘"…SMR 지원해 탄소중립·수출증대 기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탄소중립'에 대해서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며 긍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후퇴시키지 않는다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정신을 존중"하겠다면서도 산업계의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 점을 비춰 볼 때 일정 부분 속도조절, 혹은 전면적 개편이 예상된다. 

실제 윤 후보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탈원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전면 재검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여 탄소배출을 제한하면서 전력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원전에너지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업계와 학계 일각에선 문재인정부도 당장 모든 원전의 폐쇄가 아닌 2050년까지 '점진적 폐쇄'를 계획한 만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정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발표에서 원전을 제외하자 업계 일각에선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의 에너지공약은 사실상 '원전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시대적 과제로 받아 들이는 흐름에서 '에너지 전환'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지만, 야당 대선후보로서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강조할 수 있는 공약은 '원전 지원'이기 때문이다. 

실제 윤 후보는 최근 '미래에너지 살리는 공약'을 발표문을 통해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우려한 원전의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일체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윤 후보는 지속적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도 "원자력이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뿐만 아니라, 원자력과 연계한 수소 생산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 중소형원자로(SMR) 개발도 적극 지원해 탄소중립과 수출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윤석열 후보 공식 홈페이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윤석열 후보 공식 홈페이지

◆ '기후 대통령' 내건 심상정, "기후대책이 국가 제1전략"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위기를 직시하는 기후대통령' 구호를 내걸고 거대 양당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모두 비판하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의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공약에 대해 "판매금지가 아닌 운행금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핵발전 이외에는 사실상 기후 대책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심 후보는 기후대책을 국가 제1전략으로 설정하고 △기후에너지부 신설 △2010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 50% 감축 △녹색 일자리 100만개 창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50%로 확대 △2030년 석탄발전 중단 △2040년 핵발전 중단 △2030년 전기차 1000만대 보급 △임기 내 대중교통 전기화 △탄소세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의당 기후정의 선대위는 '정의로운 전환'을 내걸고 기후위기 극복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탈탄소사회 전환 책임이 특정 계층에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심 후보는 지난달 21일 기후정의 선대위 출범식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우리는 기후위기와 불평등,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해 가는 노력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뤄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대선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달 14일 대전 원자력연구원 앞에서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용 후 핵연료 처분방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심상정 후보 공식 홈페이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달 14일 대전 원자력연구원 앞에서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용 후 핵연료 처분방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심상정 후보 공식 홈페이지

◆ 안철수, 일부 공약 尹과 대동소이…"원전없는 탄소중립은 허구"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오히려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으로 인해 탄소중립 실현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전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라는 견해는 윤석열 후보와 궤를 같이 한다. 중소형 모듈원전(SMR)의 적극적 활용이나 한미 원자력협력 강화 등 일부 공약도 윤 후보와 닮은꼴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격차 혁신형 SMR로 탄소중립 실현'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5개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선도기업 5개를 만들어 'G5 국가'로 진입하겠다고 발표한 1호 공약 '5-5-5'를 구체화했다. 

안 후보는 "안전하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값싼 청정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실현을 위해서는 원자력에너지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안 후보는 "SMR은 모듈 형태이기 때문에 대형 원전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할 뿐 아니라 1000배 가량 안전하다"며 "현재 한국·미국·러시아·중국 등 많은 국가에서 71종 이상을 개발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012년에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고 국내 기술력의 우위를 강조했다. 

안 후보는 원전산업 진흥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산업자원에너지부로 개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재조정 △한미 원자력협력 강화 △신한울 3·4호기 공사재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9일 친환경 수소생산설비업체를 방문해 수소 설비 현장을 견학하고 있다. / 안철수 후보 공식홈페이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9일 친환경 수소생산설비업체를 방문해 수소 설비 현장을 견학하고 있다. / 안철수 후보 공식홈페이지

◆ 이재명·심상정, 재생에너지 방점…윤석열·안철수, 원전 필요성 부각 

대선후보들의 기후·에너지 정책공약을 비교하면 우선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사실상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기조만 놓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일부 정책공약에서 현 정부보다 더 과감하게 목푯값을 설정한 정도다. 

두 후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탄소세 도입' 등 일부 공약도 같다. 다만, 현 정부가 점진적 폐쇄를 추진 중인 원전 관련 정책에서는 대선정국의 정치적 상황 등이 맞물려 다소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현 정부에서 건설이 백지화된 원전 신한울 3·4호기와 관련 "필요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의 의사와 객관적 검증을 통해 판단하겠다"며 다소 모호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중소형 모듈원전(SMR)에 대해서는 건설이 아닌, 연구에 한해 계속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심 후보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핵발전소는 단계적으로 폐쇄해 2040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현 정부의 탈원정 정책 마저 "2080년까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반의 반쪽짜리 탈원전 정책'"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야당 대선후보들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재명 후보 조차 연구는 지속하겠다고 밝힌 SMR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다"며 "전문가들은 경제성도 떨어지고, 위험성도 기존 원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고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원전 지원' 공약으로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탈원전은 포퓰리즘(윤석열)"이라거나 "원전없는 탄소중립은 허구(안철수)" 등 발언만 놓고 봐도 두 후보의 기후·에너지정책 기조는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미국과의 원자력협력 강화 등 일부 공약도 같다. 탄소중립 실현 수단으로 원자력에너지를 주목하고 있어 사실상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들은 전면 재검토 될 가능성이 크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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