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00조원의 새해 추경 편성 요구한 與…거리두기 나선 기재부
‘물가·나랏빚 상승세’ 국면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팽배
한공노협 조합원들, 홍남기 부총리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기획재정부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2년 기획재정부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우승준 기자] 나라 곳간일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임인년 새해부터 ‘본업’이 아닌 ‘잔업’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이 3년 연속 1분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한국노총 공공·금융 노동자들로부터 기재부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고발을 당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증가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고통 분담을 위해 100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3일 “코로나 손실 보상을 위한 100조 추경안을 정부에 촉구하기 위한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을지로위 소속 의원들은 당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추경’이라는 야당의 비난이 늘 반복돼 왔던 일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새해 벽두에 추경안을 편성해 제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선 지원’과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임대료와 고용 유지 인건비 등 고정비 상환을 감면하는 ‘한국형 PPP제도(급여보호 프로그램)’ 도입, ‘10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골자로 정부의 추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결의안에는 을지로위 소속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83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당 의원들의 촉구에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을지로위 소속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있던 날 “저희(기재부)가 아직 생각(추경 계획)한 게 없다”며 “기존에 지급하고 있는 소상공인 예산 또는 본예산을 집행하는 일에 속도를 내는 게 우선”이라며 사실상 100조원 추경 편성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홍 부총리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1월3일은 2022년도 예산 607조원의 본예산 집행 첫날”이라며 “추경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시점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집권당 의원들이 촉구한 100조원대 추경에 힘을 실고 있다. 이 후보는 4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경)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로 추가 지원하는 게 맞다”며 “100조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한들 작년까지 다른 나라가 지원한 것에는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추경 편성 시점에 대해서 이 후보는 “설날 전에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규모는 25조원 내지 30조원 정도가 실현가능한 목표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경에 따른 나랏빚 증가세도 문제다. 실제 작년 정부가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3년 1175조4000억원에서 오는 2025년엔 1408조5000억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여기서 여당의 요구로 정부가 30조원 이상 추경을 국채로 발행한다면 국가채무 증가세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또 수십조원의 혈세가 단기간에 풀릴 경우, 상승세인 물가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소비자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0로 전년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2011년(4.0%) 이후 10년만에 최고치이기도 하다. 이 역시 기재부가 집권당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기재부의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가 한국노총 공공·금융 노동자들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한국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협의회(한공노협)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련 공무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한공노협 조합원들은 “공공기관 노사가 단체협약과 관련 법령에 근거해 합법적으로 운용한 사내대출제도를 기재부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지침 개정을 하는 등 노동자들의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고발 사유를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해철 공공노련 위원장은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에 따라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발현돼야 함에도 기재부는 권한을 남용해 헌법에 따른 단체협약으로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라 운용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용을 기재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따르지 않으면 경영평가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파탄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관가 안팎에선 나라예산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잔업에 발목을 잡힌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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