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 5% 차지하는 25개사 조사
높은 건정성 받은 기업 전무...“넷제로 불가능”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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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지은 기자] 글로벌기업 25개사 가운데 단 3개사만이 전체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90% 이상 탄소를 제거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2개사는 기업의 배출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넷제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기후조사기관 신기후연구소(NewClimate Institute)와 벨기에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카본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CCRM)’ 보고서를 공동으로 발간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넷제로가 뜻하는 100%가 아닌 최대 40%까지만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분석 대상 기업은 머스크, 애플, 소니, 보다폰, 아마존, 도이치텔레콤, 에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구글, 히타치, 이케아, 베일, 폭스바겐, 월마트, 엑센츄어, BMW 그룹, 까르푸, CVS헬스, 도이치 포스트 DHL, E.On SE, JBS, 네슬레, 노바티스, 생고뱅, 유니레버 등 총 25개사다. 

분석 대상 기업은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5%를 차지한다. 이는 탄소 발자국이 크지만 기후 변화를 억제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대기업 중 상당수는 자사가 내세운 기후 변화에 대한 자신들의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5개 기업 중 단 3개사(머스크, 보다폰, 도이치텔레콤)만이 생산 및 공급망에서 탄소배출량의 90%를 제거하기로 분명하게 약속했다. 

이번 연구는 각 기업에 ‘건전성’(integrity) 등급을 부여했다. 일부 기업은 비교적 배출량을 잘 줄이고 있지만, ‘높은 건전성’(high integrity) 평가를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연구는 기업이 발표한 연간 배출량을 평가, 배출원을 세분화, 정보 공개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현재 기업들이 추진 중인 전략이 제대로 실행돼도 넷제로이라는 용어가 뜻하는 100%가 아닌 최대 40%까지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후연구소는 기업들의 넷제로 진행 상황을 과장하거나 잘못 보고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연구소는 충분히 재빠르게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으로 구글, 아마존, 이케아, 애플, 네슬네를 꼽았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기후 변화가 심각한 문제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며 "204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한다는 목표로 아마존은 2025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네슬레는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행동과 헌신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환영한다. 그러나 신기후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는 우리의 접근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상당히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기후공약에 대한 접근법이 다양하고 검증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예컨대 구글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반면, 이케아는 2030년까지 ‘기후 포지티브’(climate-positive)가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기후 포지티브는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흡수량보다 적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연구에 참여한 토마스 데이는 “기업들 중에서 모범 사례 찾기가 힘들었다”면서 “좋은 사례들도 발견됐지만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주장들 중 낮은 건전성에 놀랐고 실망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기후 공약을 제시하는 방식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야심차게 외치는 헤드라인성 구호에는 실체가 결여된 경우가 너무 많다. 비교적 잘 나가는 기업들도 자신들의 노력을 과장한다”며 “기업의 말과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으며, 소비자들은 진실을 판별하기 어려울 것”라고 지적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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