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화당 "치솟는 휘발유 가격으로 소비자 고통" vs 환경단체 "온실 가스 배출로 온난화"
미국 석유 시추 현장/연합뉴스
미국 석유 시추 현장/연합뉴스

[한스경제=박지은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멕시코만과 알래스카의 쿡 인렛(Cook Inlet)에서 석유 시추 임대 판매를 취소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을 고유가 탓으로 돌리는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강력한 반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환경 단체들은 석유 시추는 재생 가능한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환영의사를 보이고 있다. 

멜리사 슈워츠 내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쿡 인렛의 임대 매각은 산업적 이익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멕시코만에서 계획된 두 개의 임대차 계약은 법원의 상충된 판결로 인해 파기됐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대선 후보였을 때 공공 토지와 연방 해역에 대한 새로운 시추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취임 직후 새로운 임대 계약 발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13개 주 출신의 공화당 연방 법무부 장관들은 임대 중단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 결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계획됐던 사상 최대 규모인 8000만 에이커 이상의 멕시코만을 경매에 부쳤다.

지난 1월 다른 법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임대 계약을 경매할 때 기후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임대 판매를 무효화했다. 그러나 올해 초 연방판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규제나 다른 정책을 발표할 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상충된 판결이 나온 것이다. 

석유 시추 임대 프로그램은 바이든에게도 딜레마다. 그는 진보적인 민주당원들과 환경 단체들에게 기후 변화를 주도하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동시에, 그는 석유 산업에 더 많은 원유를 공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포함해 가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석유 공급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공화당과 석유업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휘발유의 치솟는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고통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임대 판매를 압박했다.

AAA(미국 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전국 휘발유 1갤런당 평균 가격은 4.3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위기 특별위원회(House Select Committee on the. Climate Crisis)에 소속된 공화당 최고 위원인 게릿 그레이브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해양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무책임하고 무모한 어리석음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다른 공화당 의원들과 석유업계 지도자들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새로운 5년 해양 시추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방법에 따르면 행정부가 5년마다 새로운 해양 임대 계획을 발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의 에너지 수요와 환경적, 경제적 요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현재 계획은 오는 6월 30일에 만료돼 공화당, 석유·가스업계, 그리고 화석 연료 주들의 일부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는 7월부터 해양 임대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석유·가스 기업들을 대표하는 무역단체인 미국석유연구소(American Petroleum Institute)의 프랭크 마키아롤라 수석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석유산업에 대해 불확실성을 종식시키고 5개년 계획을 발표하도록 행정부에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마키아롤라 수석부사장은 “멕시코만과 알래스카에서의 임대 매매 중단 결정이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패턴이 되고 있다”며 “정부는 더 많은 공급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바이든 정부의 석유 시추 임대 판매 취소 결정에 환영 의사를 보이고 있다.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지난해 지구가 위험하게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들이 새로운 석유와 가스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석유, 가스, 석탄이 연소될 때 발생하는 온실 가스 때문에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합의라고 주장했다.

환경보호단체 어스 저스티스(Earthjustice)의 드루 카푸토는 “임대 계약은 불필요하다”며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태양, 풍력, 기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려는 목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 계약들은 기후 변화를 의미 있게 다루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청정에너지 미래로 전환하는 것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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