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1메가와트시 당 275유로의 가스 가격 상한제 추진...이달 재논의 예정
ECB 총재 "변동성과 마진콜 증가 우려"
유럽엑스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인 영향"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 사진= 라가르드 총재 SNS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 사진= 라가르드 총재 SNS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제안된 유럽연합(EU)의 가스 가격 상한제에 대해 우려했다. 가스 가격 상한제는 지속적인 논의에도 불구하고 EU 회원국의 이견과 산업계의 우려 속에 표류 상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ECB는 상한제가 극단적인 가격 수준과 변동성의 완화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실제 금융 안정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의견서를 내고 "ECB는 가스 가격 상한제의 현재 설계는 어떤 상황에서 금융 안정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EU의 제안은 관련 마진콜과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는 중앙에서 장외시장으로 거래 이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한제가 자신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EU 조약의 변경 없이 은행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역할은 타 기관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본격적으로 상한제 논의가 이뤄질 무렵, 유럽에너지거래소협회(Europex)는 "상한제는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공동 서한을 발표했다.

유럽엑스는 거래소의 가격 투명성은 떨어지고, 회원국을 채무 불이행 위험이 더 높은 장외 시장으로 밀어낼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특히 에너지 위기가 한창일 때 유동성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담보 등의 요구 사항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엑스의 최고 전략 책임자인 토비아스 파울룬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상한제는 생각과 반대되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공급 보안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상한선의 형성 가격은 상관없이 이해 관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의 체결을 제한한다"고 우려했다.

가스 가격 상한제는 11월 본격 논의됐다.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우려한 EU는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에너지 파생 상품 거래에서 금융 시장 스트레스가 가중돼 천연 가스 가격과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 조정 메커니즘으로 제안했다. 

상한제는 내년 1월부터 1년간 네덜란드 가스 거래소인 TTF의 선물 가격 상한제 시작 기준을 1메가와트시(MWh)당 275유로(38만원)로 설정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TTF의 가스 가격이 1메가와트시당 275유로를 초과한 상황이 2주 동안 지속되고, 동시에 액화천연가스(LNG)의 글로벌 기준의 가격보다 58유로 높은 상황이 10일 동안 지속되는 등의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275유로의 가스 가격 상한제가 자동 발효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높은 상한선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U 의장국인 체코는 이달 중순 각 국 에너지 장관들을 만나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유럽연합(EU) 홈페이지 
사진=유럽연합(EU) 홈페이지 

한편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1월 EU의 가스 수요가 지난 5년 평균 대비 24% 감소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EU의 노력이 통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최대 가스 소비국은 독일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 감소했고 이탈리아(21%), 프랑스(약 20%), 스페인(약 33%) 등도 수요가 감소했다.

그러나 석유업계는 추가 수요 감소와 LNG 수입 증가 없이는 유럽의 가스 부족은 계속 될 것으로 내다 봤다. 분석업체 CRU그룹은 "내년 겨울에 필요한 재고 확보를 위해 가스 수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보다 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월 중순 EU의 가스 비축량은 95%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지만, 추위 시작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93%로 감소했다. 

여기에 가스 가격까지 올랐다. TTF의 선물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150유로에 달하는 등 한 달 여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그럼에도 유럽과 영국은 LNG 확보에 힘쓰고 있다. 11월 사상 최고치의 LNG를 수입(1114만톤)한 유럽과 영국은 12월 1220만톤의 LNG를 들어올 예정이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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