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투자자 블루벨, 'ESG 위선' 이유로 래리 핑크 사퇴 요구
"블랙록의 ESG 전략, 일관성 없어...정치적 야망 있다고 볼 수밖에"
美 플로리다·루이지애나까지 블랙록에 투자금 회수해
블랙록자산운용 / 사진=연합뉴스
블랙록자산운용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 CEO의 래리 핑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구자에서 위선자로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블루벨 캐피털 파트너스가 래리 핑크에게 'ESG 위선'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라 요구했기 때문이다.

투자계의 ESG 바람은 2020년 래리 핑크의 서한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앞으로 투자 결정시 핵심 목표는 환경 지속성이다. 그 시작은 석탄 투자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서한은 ESG 투자의 신호탄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그랬던 핑크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등의 '무늬만 ESG'라는 의심을 받다 결국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다. 7일(현지시간) NBC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래리 핑크에게 사퇴 요구를 한 블루벨의 서한을 보도했다. 

앞서 블루벨은 11월 대형 자산 운용사 이사회에 블랙록이 소위 ESG 이니셔티브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서한을 보냈다. 블랙록의 ESG 입장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시작한 블루벨은 새로운 수석 독립 이사를 임명하도록 요청했다. 블루벨은 현재 블랙록의 지분 0.01%인 약 2억50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블루벨 서한에는 "블랙록의 ESG 전략은 일관성이 없다. 고객을 소외시키고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의 부정적인 평판을 끌어들였다"며 "블랙록의 행동에 대한 모순과 명백한 위선이 ESG 논쟁을 정치화했다.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평판이 훼손된 것은 블랙록의 독립성에 의문을 가지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블루벨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주세페 비보나 역시 래리 핑크의 이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7일 로이터·NBC 등과 인터뷰에서 "블랙록이 ESG에 대해 말과 실제 행동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며 "E, S, G 관점에서 이들이 실제로 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은 나쁜 관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블랙록은 최근 리치몬트 그룹의 활동가 캠페인에서 회사의 90%를 소유한 투자자의 이사회 대표를 1에서 3으로 늘리는 데 반대했다. 이는 투자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아니다"라며 "신탁을 기반으로 돈을 투자하는 것은 물론 어떤 주주에게도 최선의 이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비보나는 블랙록의 석탄 투자 중단 선언에 대해 "이 약속이 회사의 10조달러 이상의 관리 자산 중 64%를 구성하는 지수 추적기 및 ETF와 같은 패시브 펀드를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핑크의 에너지 정책을 지시는 분명히 정치적 야망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블루벨은 글렌코아 등을 비롯한 석탄 채굴 회사의 투자 약속과 화학 회사 솔베이가 지중해에 소다회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에 지원 거부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 / 사진=블랙록 홈페이지
래리 핑크 블랙록 CEO / 사진=블랙록 홈페이지

블루벨이 지적한 블랙록의 그린워싱은 최근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국제 환경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는 래리 핑크를 '석탄 중독자'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석탄에 투자하지 않겠다던 블랙록은 세계 최대 광산 업체인 BHP와 독일의 전기·가스 공급회사 RWE 등에 최소 85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며 래리 핑크의 지속가능성은 '그린워싱'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블랙록 ETF 중 3%만이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97%는 석탄 사업을 비롯해 연관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블랙록은 꾸준히 석탄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한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을 포함한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은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와 주요 석유 및 가스 회사에 수백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초 핑크 회장은 기업에 보낸 서한이 블랙록의 그린워싱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블랙록은 석유와 가스를 배제하는 투자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고객들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우리는 이런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탄소중립에 필수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란 속에 최근 미국 텍사스는 블랙록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어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까지 ESG 투자에 대한 자산 관리자의 지원 때문에 블랙록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그린워싱 외에 인권 관련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해 블랙록의 흑인 직원은 자신이 백인 남성 직원과 차별 대우를 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때 블랙록은 여성들과 흑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히스패닉 및 라틴계 직원 등을 고용하면서 논란을 무마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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