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8일 국회 본회의서 납품단가 연동제 통과
원자재 가격 변동분 납품단가에 반영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관련 민당정협의회. /연합뉴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관련 민당정협의회.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납품단가 연동제 의무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데에 이어 8일 국회 본회의 문턱도 넘어섰다. 해당 법안 통과로 경제단체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혜택을 보게 된 중소기업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전한 반면, 대기업집단이 포함된 경제단체들은 제품 가격 상승과 시장 왜곡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입장을 내놨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납품단가 연동제 법안을 재적 217석 중 찬성 212석, 기권 5석으로 가결했다. 반대표는 없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처음으로 공론화된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과 원유 가격 급등, 여기에 환율까지 치솟아 반발의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하청기업이 요청 시 납품단가를 조정·협의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합의를 봤다. 이후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도 이 법안이 거론됐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상승 폭을 약정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납품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주 원재료에 도입된다. 다만, 양 당사자 간 합의 시 위수탁 계약 금액이 1억 원 미만이거나 계약기간이 90일 이하일 경우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됐다.

여기에 위탁기업의 예외 조항 악용 방지를 위해 탈법행위 금지 조항과 이를 위반한 위탁기업에는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납품단가 연동제 통과는 기존에 중소기업만 떠안았던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대기업이 대신 지게 돼 ‘기울어진 운동장’이 해소됐다고 평가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4년 만에 여야 협치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며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통해 이제는 중소기업 상생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같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통해 이제는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벤처기업협회도 “납품단가 연동제는 그간 대·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다”라며 “기업 경영 안정화와 근로자 임금,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등 공정한 시장경제 발전에 일조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기업집단이 포함된 다른 경제단체들은 제품 가격 상승과 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행되면, 최종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공장 해외이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계약법의 기본 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도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선 정부 조달계약 등에 대한 가격조정을 권장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다는 부분을 근거로 제시했다.

물론 납품단가 연동제를 위한 기초적인 틀은 세웠지만 시행 이후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위수탁 기업이 합의할 경우 연동제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갑을 관계인 상황에서 '연동제는 피하자'라는 위탁기업의 요구를 수탁기업이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법안 통과로 연동제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일부 수탁기업들의 경우 원재료 공개를 꺼려해 연동제를 바라지 않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적용 예외 조항이 일방적으로 악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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