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1월부터 태스크포스팀 구성...관심만큼 연구비 갈수록 늘어
8월 시행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맞춤형 완충재 개발에 매진 중
완충재·벽체지지형 천장시스템 호평...타 건설사와도 협력해 1등급 도전 중
김정진 롯데건설 소음진동솔루션TF팀장(사진)이 롯데건설이 개발한 완충제와 벽체지지형 천장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팀장은 층간소음 ‘제로’(0)라는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다른 건설사와도 기술을 교류하며 층간소음 방지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사진=서동영 기자)
김정진 롯데건설 소음진동솔루션TF팀장(사진)이 롯데건설이 개발한 완충제와 벽체지지형 천장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팀장은 층간소음 ‘제로’(0)라는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다른 건설사와도 기술을 교류하며 층간소음 방지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사진=서동영 기자)

우리나라 가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층간 소음은 때론 극단적인 상황까지 발생,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상황속에서 정부가 지난 8월부터 사후확인제를 실시했다. 이는 시공사가 아파트 입주민에게 사후확인(성능검사) 결과를 개별 통지토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여기에 중량 충격음 등급 기준도 강화되는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건설사들은 분주해졌다. 이에 본지는 건설사마다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연구하고 검증하는 담당자들을 만나 ‘저감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층간소음 ‘제로’(0)가 목표라고 말했더니 팀원들이 불가능에 도전한다며 놀라워하더라고요.”

연말 막바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롯데건설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김정진 소음진동솔루션TF팀장은 지난해 팀에 부임했을 때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롯데건설이 층간소음 방지 기술에 착수한 건 2015년부터다. TF팀은 지난해 1월 팀원 6명에 유관부서 7명 포함,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최근 층간소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실험 등 연구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TF팀은 지난 8월부터 시행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실험과 연구에 매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정진 팀장은 “사후확인제 실시로 중량충격음 층간소음 측정도구가 뱅머신에서 임팩트볼로 바뀌었다. 또 소음 계산방식이 바뀌어 기준이 훨씬 더 엄격해졌다”며 “이에 따른 바닥 완충재 특성도 달라졌기에 사후확인제에 맞는 완충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PP 완충재를 아파트에 적용한 개념도. (사진=롯데건설)
EPP 완충재를 아파트에 적용한 개념도. (사진=롯데건설)

바닥 완충재는 롯데건설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완충재 전문기업 EPS코리아와 지난해부터 공동 개발 중이다. 롯데건설의 완충재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EPS(발포폴리스틸렌)도 있지만 EVA(발포고무합성수지)와 EPP(발포폴리프로필렌)도 있다. 

특히 EPP는 친환경 제품으로 EPS와 달리 충격에 강하고 내구성과 복원력이 좋다. 또 내연성이 뛰어나 설령 불이 붙어도 유독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완충재와 함께 층간소음 연구에 있어 또 다른 성과는 벽체지지형 천장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천장부재를 지지하기 위해 달대(꼬챙이)라고 하는 부재(자재)를 다수 꽂는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 울리는 소음과 진동이 달대를 통해 전달된다. 하지만 벽체지지형은 경량철골이나 목구조를 이용해 달대를 최소화해 소음과 진동을 대폭 줄였다. 

롯데건설의 완충재와 벽체지지형 천장시스템은 층간소음을 함께 연구하고 있는 타건설사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롯데건설은 지난 8월 삼성물산, 포스코건설과 함께 층간소음 저감기술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축적한 층간소음 저감기술과 데이터 등을 서로 공유하는 한편 기술협의체를 통해 각 사간 강점을 모아 기술개발 중이다.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사가 손을 모았다는 사실은 건설업계 주목을 끌었다. 김 팀장은 “한 달에 한 번씩 머리를 맞대고 있다”면서 “회사 구분 없이 각자 강점 있는 기술을 나누면서 함께 발전하고 있고 분위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연구진이 완충재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 연구진이 완충재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층간소음 차단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동경대에서 콘크리트 내구성 및 특수해석분야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김정진 팀장은 “소음과 진동은 워낙에 변수가 많다.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현장에서 시공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소음 측정값이 달라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또 사후확인제는 세대 중 2%를 무작위로 선별해 검사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로선 모든 세대를 검사하기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무엇보다 사후확인제에서 강조하는 실험실 측정값이 현장에서 동일하게 나와야 한다는 부분이 건설사로선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 등급 평가에서 1등급 달성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김정진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의욕이 높다. 김 팀장은 “아파트 층간소음 방지기술 수준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1등”이라며 “층간소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입주민의 쾌적한 삶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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