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형식적 지배구조 보고서, 실상은 달라"
사후적 평가 보완 필요..."주가가 올랐는지"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서울 호텔에서 열린 '시총 200대 기업 ESG 평가 자문위원단 정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15.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서울 호텔에서 열린 '시총 200대 기업 ESG 평가 자문위원단 정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15.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ESG 공시 연기가 아쉽지만, ESG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정신이라면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종 교수는 지난 2월 서울 종로 서머셋팰리스서울 2층 회의실에서 열린 'ESG 자문위원단 정례 회의'에 평가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이날 이 교수는 이번 200대 기업 평가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가 먼저다 보니, 각 규제에 맞춰 형식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내고 있어서 지배구조가 잘 갖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잘 작동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형식상 잘 갖춰진 보고서는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미 기업들은 기관들이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포인트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임원 선임이나 이사회 독립성 등 평가 항목을 준수하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실질적인 평가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평가 보완을 위해 '사후' 평가를 제시했다. 그는 "사전적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니 '기업이 가치를 제고하는데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타당성, 특히 방향성을 통해 기업의 가치 재고가 나타나야 한다"며 "주가 등락 확인 등으로 사후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거버넌스 평가 지표들 가운데 '주주와의 소통'을 주목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표 자체는 잘 디자인이 됐다. 하지만 명확한 한계를 가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주주와의 소통' 항목은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자주 했느냐에 대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주총장이 아닌 물밑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부분을 유의 깊게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체로 회사 안건에 찬성을 하지만, 가끔 연금이나 대형기관 투자자들 의견에 거절(NO)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그 부분을 어떻게 처리했는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ESG공시가 2026년 이후로 연기된 것에 아쉬움을 전했다. 이 교수는 "공시가 미뤄지면서 기업들의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한국 정부도 미국과 괴를 같이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든다"며 "이미 유럽 기준에서 국내 진도는 뒤처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ESG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기업들이 따라올 명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작정 압박해서 형식적인 컴플라이언스 외의 것들을 얻어낼 수 없다"며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업 대상 교육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무조건 100점 맞고, 전교 1등을 하라고 요구하면 안된다.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우종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및 경영전문대학원의 회계학 교수다. 동 대학과 대학원에서 학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홍콩이공대학에서 근무했다. 학부 및 대학원, MBA 과정에서 재무회계 주제들을 강의하고 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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