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與 "비례 1석 줄이자" vs 野 "못 받아"
강원 '초대형 선거구' 등장 불가피
국회 본청 전경. /김근현 기자
국회 본청 전경.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겨우 40여일 남았는데 선거구 획정이 오리무중이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1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제출한 선거구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획정위는 지난해 12월 전국 253개 선거구 중 6개는 통합하고 6개는 분구하는 내용의 획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야는 3개월 가까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오고 있다. 각자의 '텃밭'인 전북과 부산 의석수 조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북을 1석 줄이는 대신 부산에서 1석 줄일 것을 요구하고, 국민의힘은 부산 의석 감소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획정위 안대로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획정위 원안을 보면 서울 노원과 부산 남구, 경기 부천·안산, 전북, 전남 등 6곳에서 선거구가 1곳씩 줄어들고 부산 북구, 인천 서구, 경기 평택·하남·화성, 전남 등 6곳에서는 1곳씩 늘어난다.

서울의 경우 노원갑·을·병이 노원 갑·을로 변경된다. 민주당은 고용진·우원식·김성환 현역 의원들이 버티고 있는 곳으로, 지역구가 축소하게 될 경우 내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예비후보자들만 갑(장일·현경병)과 병(김광수·최우성)으로 나눈 상황이다.

중·성동갑·을과 종로는 구역 조정을 통해 성동갑·을, 종로·중구로 바뀐다. 지역구가 3곳으로 그대로이기 때문에 대진표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중·성동갑은 민주당 공천 갈등의 핵심 지역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천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임 전 실장을 이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한 건데, 당내 공천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민정 최고위원은 총선 공천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금 민주당은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위기는 다름 아닌 불신이다. 오늘부로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지금이라도 민주당 지도부가 현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충분히 국민들께 강한 야당, 유능한 민주당으로 선택받을 수 있다"고 했다.

중·성동을은 현역인 박성준 의원이 재선을 준비 중이며, 종로의 공천 신청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 이종걸 전 의원 등이다.

국민의힘은 중·성동갑(윤희숙)과 종로(최재형)에 각각 단수 공천을 마쳤다. 중·성동을의 경우 경선(이영·이혜훈·하태경)이 예정돼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선거구획정위 원안대로 갈 경우 강원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이 하나로 묶이는 '초대형 선거구'가 등장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여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는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과 속초·인제·고성·양양을 유지하는 방안을 담은 특례구역 지정안에 합의했지만, 획정위 원안이 처리되면 물거품이 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에 전북 지역구 의석수 10석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1석 줄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나서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301석을 늘리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구 획정 협상과 관련해 "불공정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수정안을 과감하게 제시하든가 획정위안을 받든가 두 가지 중 하나로 입장을 정리해와라"면서 "자칫 29일 본회의에서 획정위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4월 총선거를 정상적으로 실시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의 책임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칫 이대로라면 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사실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불리한 선거구 획정위 원안을 그대로 처리하자고 여당 측에 제안했다"며 "선관위가 제출한 획정위안은 사실 여당인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편파적인 안이다"라고 꼬집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는 비례대표 의석 1석까지도 양보할 뜻이 있음을 민주당에 이미 통보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민주당 입장을 감안해 제안한 것이다"라며 "전략적 판단에 의해 획정안 그대로 하자는 건 전례가 없는, 국회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29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불확실하다. 만약 2월 국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3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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