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3지대' 개혁신당, 통합 11일 만에 결별 수순
이낙연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
이낙연(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왼쪽)과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양당 정치 폐해를 극복하자, 정직한 정치를 하자, 특권 없는 정치를 하자, 성역 없는 법치주의를 회복하자."(2월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

"우리가 총선에서 심판하고 싶은 건 윤석열 정부의 일방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역할을 못하는 것에 대한 심판인데…"(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

이낙연 공동대표가 20일 이준석 공동대표와의 선거 연대를 이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개혁신당으로 합당을 선언한 지 11일 만에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말했다.

◆ 이낙연 "특정인 낙인"…홍준표 "얼음과 숯, 함께할 수 없어"

개혁신당의 내홍은 이미 합당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오죽하면 '재산을 노린 위장 결혼'이라는 뒷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당초 이낙연·이준석 두 지도부가 당을 이끌고, 이낙연 공동대표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것이 통합 전제 내용이었으나, 이낙연 공동대표 측을 제외한 개혁신당 내 그룹들이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에 대한 표결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며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미래에서 남은 총선 일정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미래와 합당이 철회된 것과 관련해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다"라며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만, 따로 노력하게 된 이 대표 및 새로운미래 구성원들의 앞길에 좋은 일이 많기를 기대하겠다"고 행운을 빌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합당 철회 선언과 관련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혁신당 파탄을 보면서 빙탄불상용(炭不相容)이란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각자의 길이 다른 세력들이 함께 가기에는 서로 융합할 시간이 없다"면서 "아무튼 재미있는 총선이다"라고 적었다.

양당 정치의 폐해를 해소하겠다며 등장한 개혁신당이 국민들의 원하는 새로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들의 등장에 기대를 걸었던 지지층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고 있다. "거대 양당에 실망한 이들이 볼 때 지금 개혁신당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거 제3지대 정당 성공 사례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31석),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50석), 안철수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38석)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최근 실패 사례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두고 비박계(비박근혜계)가 탈당해 창당한 바른정당이 꼽힌다. 바른정당은 이후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 2020년 해산했다.

◆ "개혁신당 사실 아무 것도 없어…빅텐트 해체 예견된 수순"

국내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은 정당 지지율 4%를 기록했다. 개혁신당은 설 연휴 첫날인 지난 9일 (합당 전) 이준석 대표와 새로운미래를 이끄는 이낙연 대표, 이원욱·조응천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지대 4개 세력이 전격 통합해 '빅텐트'를 쳤다.

그러나 통합 이후 첫 조사에서 국민의힘(37%)과 더불어민주당(31%)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더욱이 통합 결의 일주일 전 진행된 지난 2일 발표 조사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각각 3%를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했다.

올해 1월 2주차 때 25%였던 무당층은 1월 3주차(26%) 증가했다가 △1월 4주(22%) △2월 1주(21%)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2월 3주차 조사에서 3%포인트(P) 오른 24%로 집계됐다.

과거 무당층은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참여형 성격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무당층은 정치 무관심·혐오층으로 구성되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제3지대의 필패는 이미 예상됐다. 중도, 무당층을 비롯해 여야에 실증을 느끼신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개혁신당은 세대를 아우르는 정책, 지지기반 등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수치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호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