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스타트업 첫 상업 큐브위성 발사, 지구 곳곳 탄소 측정
산림 지역은 물론 해외 사업장 환경 정책도 관측
박재필 대표 “기후위기,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바뀐다”
나라스페이스가 개발한 미세먼지 관측 위성 '부산셋' 모습 / 나라스페이스
나라스페이스가 개발한 미세먼지 관측 위성 '부산셋' 모습 / 나라스페이스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지난 수십년 간 북극의 빙상은 얼마나 소실됐을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지구의 변천사를 실시간으로 목격했을 인공지능. 최근엔 단순히 물체의 사진을 찍는 것에서 나아가 탄소와 같은 기체의 변화까지 감지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초소형 인공위성 개발 스타트업인 나라스페이스는 탄소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인공위성을 개발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과거 위성 데이터가 안보 분야에서 주로 활용됐다면 이제는 환경 분야에서도 쓰임이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순히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지구를 진단하는 청진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로 우주에서 소형차까지 관측

초소형 인공위성 솔루션 기업인 나라스페이스는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어스페이퍼, Earthpaper)을 통해 지구 환경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나라스페이스의 기술력은 NASA로부터 최고 등급인 9단계(TRL-9)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재 탄소발자국 추적, 재난재해 모니터링, 스마트 도시관리, 수자원 관리, 농작물 수확량 예측, 산림 및 식생 모니터링에 활용되고 있다.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다. 나라스페이스 인공위성은 피해 규모는 물론 피해 지역의 토지와 지형적 특성, 재난재해로 인한 지구 영향을 수치화해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 피해액을 산정하고 복구 및 재해 예방책도 강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12일 자체 개발한 상용 큐브위성 ‘옵저버 1A’ 발사에 성공했다.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쓰이는 큐브위성을 스타트업이 발사한 건 나라스페이스가 처음이다.

나라스페이스 연구진들은 사무실 대형 화면을 통해 위성의 움직임과 작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한다. / 최대성 기자
나라스페이스 연구진들은 사무실 대형 화면을 통해 위성의 움직임과 작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한다. / 최대성 기자

옵저버 1A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Falcon9)’에 실려 발사됐다. 이 발사는 스페이스X가 소형위성 113개를 한 번에 쏘아 올리는 승차 공유(Ride Share) ‘트랜스포터-9(Transpoter-9)’ 임무로 수행됐다.

옵저버 1A는 팰컨9에서 사출된 지 1시간 20분 만에 통신에 성공했다. 무게 25㎏, 가로·세로 각각 20㎝, 높이 40㎝의 옵저버 1A는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하루에 한반도 상공을 2~4번 지나친다.

옵저버 1A는 525km 상공에서 광학카메라로 지구를 촬영하고 1.5m 수준의 물체도 식별한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영상 보정을 거치면 소형차 크기의 물체까지도 볼 수 있다. 물체 외에도 특수한 파장도 담을 수 있다. 특히 식물을 나타내는 파장을 읽는데, 나라스페이스는 이 기술을 통해 지역의 나무나 생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식생지수로 데이터화 한다.

옵저버 1A는 지난해 12월 20일 한국 부산과 UAE 두바이를 관측했다. 옵저버 1A가 찍은 부산의 모습은 일부 구름에 가린 지역이 있지만 부산항과 주요 건축물, 선박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 상반기엔 옵저버 1A의 쌍둥이 큐브위성 ‘옵저버 1B’를 발사한다. 아울러 부산시와 함께 개발 중인 미세먼지 관측 위성 ‘부산샛’도 발사할 계획이다. 나라스페이스는 이번 큐브위성 발사 성공을 시작으로 향후 5년 내 위성 100기 이상을 운용한다는 목표다.

지진·산불 피해 규모와 지형 변화도 관측

나라스페이스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재난 재해 현장을 인공위성으로 분석, 피해 복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올 1월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대지진과 관련, 지진 전후의 모습을 위성으로 분석했다.

나라스페이스는 노토반도 지진의 피해 규모는 물론, 지진 후 지반의 변화, 해안 지형의 변화를 관측했다. 이를 통해 499km였던 해안선의 길이가 91.3km(18.3%) 확장된 것을 확인했다. 노토반도 북부 지역에 위치한 미나즈키만 인근은 지진 후 해안선 길이가 1389m 증가하고, 육지 면적도 증가했다.

나라스페이스가 분석한 지난해 8월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산불 피해 면적 / 나라스페이스
나라스페이스가 분석한 지난해 8월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산불 피해 면적 / 나라스페이스

나라스페이스의 어스페이퍼 서비스는 위성을 통해 산불 등 화재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파이어 레이어(Fire Layer)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화재 면적과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는 지난해 8월 8일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피해도 분석했다. 위성을 통해 확인한 피해 면적은 8117km²에 이른다. 그중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초목 지역은 피해 면적이 2242km²으로 분석됐다.

미국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는 마우이섬 화재에 대해 화재 발생 한 달 전부터 비가 내리지 않아 목초지가 건조해지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봤다. 나라스페이스는 “기후변화로 발생한 가뭄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산불 피해가 매년 커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환경 변화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인공위성 데이트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필 대표는 “환경이라는 것은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위성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산림 훼손 정도 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다. 환경 분야에서 위성이 활용된다면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나아가 지구를 진단하는 청진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나라스페이스는 현재 부산시와 함께 연평균 기온을 위성 영상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예컨대 우리 지역의 공기가 좋다면, 타 지역 대비 얼마나 좋은지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도시는 굉장히 복잡하고 빨리 움직이는 만큼 위성 자료가 도시의 식생 변화, 대기질 등도 관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가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최대성 기자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가 한스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최대성 기자

박재필 대표 “기후위기,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바뀐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환경 정책이 기업과 국가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진 인식의 전환이 산업 전반에 정착되진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후위기 극복’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이젠 국가 정책뿐 아니라 기업의 수익과도 연결돼 있다”면서 “보기 싫다고 외면했다가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럴 바에 초기에 트렌드를 선도하는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하는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한국무역협회에서 소개한 나라스페이스 기술은?
환경은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다. 기업에서도 일회용을 줄이고 텀블러로 대체하는 식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은 하기 어렵다. 2026년부터는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기업군의 경우 기후리스크를 공시해야 한다. 즉,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한데 위성 기술이 그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발사한 옵저버 1A는 식생지수를 통해 산림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주요 랜드마크나 주요 산업 지역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수요도 높아질 것 같다. 향후 메탄을 볼 수 있는 위성을 기획하고 있고, 현재 설계에 들어가서 2026년 말 발사할 계획이다.

- 위성 관측의 장점은 무엇인가.
드론이 현미경이라면 위성은 망원경이라고 볼 수 있다. 위성은 굉장히 넓은 지역의 경향성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드론으로는 해외 사업장을 살펴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해외에 주요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질 것 같다.

앞으로 대규모 기업군은 해외 공장의 환경평가도 자가진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진단하고 개선할 점을 확인한다면 환경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 탄소 관측 기술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 달라.
흡수선 스펙트럼이라는 개념인데, 예를 들어 빛은 백생광으로 보이지만 쪼개보면 무지개색이다. 그 다양한 빛들이 화학적인 기체를 통과하면 기체의 종류에 따라 흡수선이라는 까만선이 생긴다. 메탄은 메탄의 흡수선이 생기고 이산화탄소는 이산화탄소 흡수선이 드러난다. 즉, 그 지역의 대기물 조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제작한 위성에 탑재한 하이스펙트럼 카메라가 그 역할을 한다.

박재필 대표가 위성의 운행 상태를 확인하는 대형 화면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최대성 기자 
박재필 대표가 위성의 운행 상태를 확인하는 대형 화면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최대성 기자 

- 사업 운영에 있어서 애로사항은 없을까.
환경 정책은 일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장기적으로 봐야하는 문제다. 또한 이는 이미 전 세계 트렌드가 됐는데 한국은 다소 따라가기 급급한 모습인 것 같다. 한국만의 플랜과 국제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같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환경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제도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위성 데이터를 얻었다고 해도 그게 회계에 반영되지 못하면 그 데이터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를 기업이 공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줬으면 한다. 한국에서 선제적으로 그런 환경 정책을 만든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 모델을 활용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온실가스 감축 전략에 있어 실측 데이터의 중요도는?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예로 들자면 일부 인증제도를 남발하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환경 이슈 자체가 의심을 받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실체를 보여줘야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자기 주변의 환경은 많이 신경을 쓰지 않는가. 수치로 보여주면 그 효과가 더욱 크다. 작게는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부터 시작해 마을, 도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작은 관심이 도시와 기업과 국가의 정책 변화를 끌어냈으면 한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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