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해운선사들, 동남아 운임담합부터 공정위 결정에 반발…해운법 해석·적용 방식에 불만 
동남아 항로 관련 제재 선사들, 지난달 공정위에 이의신청서 제출…행정소송도 검토 
한-일 항로와 달리 한-중 항로 부과금無 '형평성 논란'…공정위도 "위반 내용은 차이없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일 및 한-중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일 및 한-중 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중, 한-일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선사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결정했다. 지난 1월 한-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행위를 제재한데 이어 올해 두 번째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선사들의 운임 담합 관행이 타파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와 해양수산부의 입장은 다르다.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부족, 혹은 해운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적용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9일 '국내 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일 및 한-중 항로 해상운임 담합'에 대한 제재 내용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한-일 항로에서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76차례 운임을 담합한 15개 선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함게 과징금 800억원을 부과하고, 한-중 항로에서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68차례 운임을 합의한 27개 선사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선사들은 약 17년간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각종 부대운임의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 운임에 대해 합의했으며, 운임 합의의 실행을 위해 다른 선사들의 화물을 서로 침탈하지 않기로 하고, 각자의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거래 선사 보호'를 합의해 운임경쟁을 제한했다. 

공정위는 이들 선사들이 합의 운임을 수용하지 않거나 맹외선(해운동맹이 지배하는 정기항로에 끼여드는 동맹 외 회사의 선박)을 이용하는 화주 등에 대해서는 컨테이너 입고금지, 예약취소 등 공동으로 선적을 거부해 합의 운임을 수용하게끔 사실상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자신들의 운임 담합 및 기거래 선사 보호·선적 거부 등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행위를 은폐해 왔다고 봤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이러한 운임 합의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한-일 항로의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대해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400만원을 부과했다. 한-중 항로의 '황해정기선사업협의회'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만 부과하기로 했다. 

선사들이 한근협·황정협 등을 중심으로 후속 회합을 통해 합의 실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특히 이 사건 공동행위 초기부터 중립 감시기구 등을 통해 운임 감사를 실시,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는 벌과금을 부과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그간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이뤄진 선사들의 운임 담합 관행이 타파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해운당국의 공동행위 관리가 강화돼 수출입 화주들의 피해가 예방될 수 있도록 해수부와 긴밀히 협력해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항 신항 부두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 화물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항 신항 부두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 화물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해운선사들은 공정위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해운업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데다 잘못된 법 적용·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해운법(29조)이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20년 전 선사들이 해수부장관에게 신고하고 수리된 행위를 다른 정부부처인 공정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지적 등에 기반한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로 인정되려면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한 후 30일 이내에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시고 전 합의된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정보를 교환·협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일 항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달리, 한-중 항로에 대해서는 시정명령만 하고 과징금은 전혀 부과하지 않은 판단에 대해서도 향후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도 "한-동남아, 한-일, 한-중 모두 공동행위의 유형이나 형태·내용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다만, 한-중의 경우 1993년 중국정부와 한국정부간 운임협정이 맺어졌고, 그에 따라 양 정부간 매년 해운회담이 개최돼 실제적으로는 한-중 항로에 있어서는 양 정부가 공급량을 제한해 왔다"며 "(그로 인해) 어느 정도 경쟁이 제한된 상태에서 운임담합을 한 사례이기 때문에 운임담합으로 발생하는 경쟁제한 효과나 피해가 발생하는 파급효과 등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앞서 중국 해운교통 당국인 교통운수부 수운국은 공정위가 한-중 항로 운임담합 의혹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인 지난달 중순, '한중 해운회담 합의에 따라 관리되는 한중 항로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재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서한을 우리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당국의 직접적인 요구가 있던 만큼, 공정위가 한-중 항로 건은 한-동남아 건과는 다른 양상으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편, 앞서 한-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행위로 제재를 받은 국적선사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에 반발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국해운협회는 이의신청이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인 해수부도 공정위의 한-동남아 항로 담합 제재조치에 대해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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