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종훈 기자] '백세시대'란 표현처럼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체계적인 설계가 중시되고 있다. 이는 경제 생애주기에서 은퇴 후는 '인출' 중심의 시기가 길어지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6호 리포트 '은퇴준비를 위한 인출계획 수립과 인출계획서 활용'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박지혜 연구원은 연기금 등의 자산운용지침인 적립운용계획서(IPS) 개념을 차용한 '인출관리지침(WPS, Withdrawal Policy Statement)'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인출계획서를 활용해 인출계획을 수립하면 다양한 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대응해 계획적으로 재무적 위험을 관리하면서 소득을 인출하기 때문에 인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인출계획서를 통해 인출계획을 관리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지난 1980년 66.2세에서 점점 늘어나 2000년엔 76.0세, 2020년에는 83.5세에 달하고 있다. 생애주기에서 은퇴 후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 생애주기 차원에서 볼 때 자산을 적립하는 기간은 그대로인 데 반해 인출해야 하는 기간은 늘어나므로 좀 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향후 미래엔 의학의 발달 등으로 ▲은퇴 후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 ▲물가변동 등에 따른 구매력 유지 부담 ▲투자손실에 따른 은퇴자산의 감소 등의 리스크를 통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언급된 인출계획서의 활용은 이러한 체계적인 관리 차원에서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재무적 리스크를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자의 재무설계나 연금제도 등이 발달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이 인출계획서의 활용이 널리 장려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도 상당히 진행돼 있다.
처음 이 개념을 구체화한 것은 미국의 재무설계사인 조나단 가이턴으로 지난 2010년 미국 재무설계협회(FPA) 저널에 게재한 칼럼에서 처음 언급하고 있다.
선진국의 주요 자산관리 전문기업들은 이 WPS 양식을 응용하고 발전시켜왔다. 또한 고객들의 높은 관심 아래 상호 충분한 합의를 거쳐 맞춤형 은퇴 자산관리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공공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금이라든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관은 관련법에 따라 '자산운용지침'인 적립금운용계획서(IPS)를 작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강제하는 이유는 개인 은퇴자 자산관리의 목적과 동일하다. 펀드의 운용이 단기적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사전에 설정한 운용 목적과 원칙대로 지속될 수 있도록 규제하는 기능이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리포트를 참고하면 인출계획서 작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고려돼야 할 점은 ▲은퇴기간 예상 ▲재무적 목표 선택 및 수립 ▲지출목표 및 인출계획 수립과 관리 등이다.
은퇴 후 시기, 즉 '인출시기'의 재무적 리스크는 앞서 언급처럼 ▲장수 ▲물가상승 ▲수익률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수익률과 관련한 리스크를 고려할 때는 통상 활용되는 평균 수익률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여러 해 동안 자산운용과 인출 현금흐름을 감안하면 설사 평균 수익률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초기 수익률이 저조하다면 은퇴자산의 조기 고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익률을 기간별 시퀀스(sequence)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아래 표와 그래프가 이와 같은 사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는데, 동일한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도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인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연평균 수익률이 설사 같다고 해도 수익률 실현 순서가 정반대이다.
또한 인출 없이 '묻어놓은' 운용에서는 수익률 실현이 최종 잔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생활비든 용돈이든 꾸준히 자산을 인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은퇴 전반부 손실을 볼 경우 잔고가 빨리 고갈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는 국내 상황 등의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WPS 양식 사례도 리포트에서 함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인출계획서 작성을 통해 점검해 볼 수 있는 8가지 체크리스트 역시 도움이 될 내용이다.
박종훈 기자 plisilla@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