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진가 형제, 창업회장 사후 재산분쟁
조양호, 형제 중 유일하게 승승장구
메리츠금융 계열분리 후 30배 성장
지분율 하락에 ‘자녀 승계 없다’ 천명

[한스경제=김성욱 기자] <경제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개인적인 시각(獨)으로 이야기(說)해보고자 합니다.>

# 괄목상대(刮目相對) :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학식이나 업적이 크게 진보함.
오나라 손권의 장수 중 여몽은 병졸에서 장군까지 됐으나 지식이 부족했다. 이에 손권은 여몽에서 학문을 깨우치라고 충고한다. 이때부터 여몽은 전장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학문에 정진한다. 어느 날 오나라 노숙이 여몽과 의논할 일이 있어 방문합니다. 어릴적부터 여몽을 알고 있던 노숙은 여몽의 박식함에 깜짝 놀란다. 여몽은 “선비가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대해야 할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이라네”라고 놀란 노숙에게 말한다.#

지난 11월 17일은 한진그룹 창업자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20주기였습니다. 고 조 창업회장은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신조로 세계 최초로 육‧해‧공 물류 서비스와 조선‧항공 제조까지 결합한 종합물류기업 한진그룹을 만들어 키워냈습니다.

1945년 11월 인천에서 트럭 한 대를 갖고 한진상사를 창업한 이후 1969년엔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국영기업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국내 민간항공사의 역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을 설립하면서 육·해·공 종합 물류기업으로 육성시키며 재계 14위(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재계 순위)의 한진그룹을 완성시켰습니다.

조 창업회장은 생전에 사실상 형제간 승계를 통한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조 창업회장 사후에 장남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을, 차남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을, 3남 고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 4남 조정호 회장은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 등 금융사를 맡게 됩니다.

그러나 조 창업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된 후 형제간 분쟁이 시작됩니다. 고 조양호 회장이 공개한 유언장에 대한 진위여부를 놓고 법정싸움을 벌입니다. 다행이 형제간 1차 갈등은 집안 어른들의 중재로 4형제는 2003년 1월 계열분리 약정에 전격 합의합니다.

마무리된 것 같았던 한진가 형제 분쟁은 2년이 지난 후 다시 발생합니다. 2남 조남호 회장과 4남 조정호 회장이 정석기업의 주식을 달라는 소송을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것입니다. 또 한진중공업은 제주 KAL호텔 부지를 놓고 대한항공과 소송전을 벌입니다.

여러차례 소송에서 조양호 회장은 대부분 승소합니다. 하지만 계속된 소송전으로 인해 한진가 형제는 첫째와 셋째, 둘째와 넷째로 갈라서게 됩니다.

완전히 갈라선 형제의 모습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대한항공은 비행기 등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맺은 보험 계약을 메리츠화재에서 모두 타 보험사로 옮깁니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출장길에 대한항공을 타지 않았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이스타항공 출범 때 투자를 한 것이 대한항공을 타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선친 제사도 따로 지내고 2016년 모친 김정일 여사가 별세했을 때 한자리에 모였지만 조문객은 각각 따로 맞기도 합니다.

◆화재・증권, 계열분리 후 업계 상위권으로 부상

형제간 분쟁 때문은 아니지만 현재 한진해운과 한진중공업을 사실상 와해됐습니다.

또 고 조양호 회장은 2019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연임에 실패합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문제 등이 터지면서 그룹 오너의 이사진 퇴진이라는 첫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조양호 회장은 그해 4월 미국에서 별세합니다. 당시 한진그룹은 KCGI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조양호 회장 맏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이 KCGI에 손을 잡으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대를 거쳐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숙부인 조정호 회장이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편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잡고 흑기사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퍼집니다.

그러나 메리츠금융은 백기사로도 흑기사로도 나설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합니다. 조정호 회장이 한진가 큰집과는 이미 남이 됐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정호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온갖 설이 나온 것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현재 장기인보험 시장 1위, 당기순이익 3위 업체입니다. 한진투자증권 시절엔 증권사 중 10위권 밖이었지만 현재 메리츠증권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익 6583억원을 달성,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6000억원을 넘겼습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자녀승계 없는 안정적 수익창출 금융그룹 추진

조중훈 창업회장의 20주기 나흘 뒤인 11월 21일,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했습니다.

주식교환이 끝나면 메리츠금융지주는 100% 완전 자회사를 둔 첫 민간 지주사가 됩니다. 물론 완전 자회사를 보유한 은행지주도, 올해 초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한 포스코그룹도 민간기업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주인(오너)이 있는 민간기업은 아닙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미래 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업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이미 메리츠금융지주가 각각 59.46%, 53.39%의 지분율로 지배해 왔습니다. 따라서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해도 지배구조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율에는 변화가 생깁니다. 1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은 현재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은 75.8%입니다. 완전 편입 후에는 신주가 발행되기 때문에 조정호 회장의 지분율은 45.9%로 30%포인트가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출처=한국신용평가

조정호 회장 지분율이 크게 줄지만 그래도 50%에 육박하는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대기업 오너가의 자녀 승계는 항상 화제가 됐고,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조정호 회장은 자녀에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녀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두 번째 대기업 총수입니다. 조정호 회장에서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5월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력 회사인 메리츠화재는 올해로 설립 100년을 맞았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총자산 규모는 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조정호 회장이 2005년 한진그룹에서 분리될 당시 3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년도 안 돼 30배 이상으로 회사를 키운 것입니다.

조정호 회장은 형제간 싸움에서 밀려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를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금융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조 창업회장이 보실 수 있다면 노숙처럼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조정호 회장과 메리츠금융사를 다시 보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조정호 회장의 결단이 앞으로 메리츠를 얼마나 더 괄목상대하게 만들지 기대하게 만듭니다.

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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