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참가기관 대상 확대...관련 문제점 선제적 파악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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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테스트를 금융기관과 연계해 추진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한은은 기존 모의시스템이 정상 동작함을 확인했으며, 향후 발생할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모의실험은 단일 클라우드 환경에서 기능과 성능실험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보다 실제적인 IT시스템 운영 환경에서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CBDC 모의시스템 구축 사업은 수행사인 크러스트가 KPMG·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엔글 등, 일부 업체와 협업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연계실험은 지난해 6월 금융기관 대상 설명회를 거쳐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를 표명한 14개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참가했다.

연계실험은 ▲실험 착수 준비(참가기관별 IT시스템 준비 수준 및 일정 확인, 참가기관 직원 교육 등) ▲실험 환경 구성 및 운영(CBDC 모의시스템과 참가기관간 IT시스템 연계 등) ▲성능 및 기능실험 순으로 진행됐다.

모의실험 환경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인 1개 IT센터에 한국은행과 가상 참가기관 5곳의 6개 노드로 구성됐으나, 연계실험 환경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3개, 금융기관 9개, 12개 IT센터에 한국은행과 참여 금융기관 등, 18개 노드로 구성돼 있다.

또한 현행 지급결제 시스템에 준하는 정보보호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네트워크가 분리된 내부망에 CBDC 관련 IT시스템을 설치하고 기관 간의 통신에는 VPN을 활용해 주고받는 데이터를 암호화했다.

이번 연계실험에선 모의실험에서 수행했던 CBDC 기본기능 관련 64개 주요 기능의 정상 동작여부를 확인했다. 이는 중앙은행 시스템과의 연계(CBDC 발행·환수기관용 지갑 생성 등), 이용자 지갑 관리(CBDC 지급·수납, 이용자용 지갑 생성 등), 이용자 간 CBDC 송금 등의 기능이다. 실험 결과 전체 항목이 모두 정상 동작함을 확인했다.

성능실험은 한은과 12개 참가기관이 모두 15개 노드의 분산원장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4개 시나리오 기반으로 수행됐다. 시나리오 목록과 구성 목적은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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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시나리오별 실험을 5회 반복하며 측정된 값의 평균을 산출했는데, 이는 공통적으로 이용자 5000만명을 등록한 상태에서 30분 동안 입력한 임의의 거래에 대한 처리 성능을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모의실험 결과와 동일한 조건 하에서 1초당 거래 처리 건수(TPS)는 연계실험 결과가 10% 정도 하락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국내 주요 소액 지급결제 인프라인 전자금융공동망의 최대 피크일(월말, 급여이체일 등)의 평균 TPS인 1200건보다 높아 1900건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응답 대기시간은 실험 결과 최대 5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모의실험 때는 참가기관별 성능 편차가 미미했으나, 연계실험에선 IT 시스템 운영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참가기관별 처리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클라우드는 사업자에 따라 성능 차이가 나타났으며 자체 IT서버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메모리 용량이 같더라도 CPU 성능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차이가 났다. 이는 결국 향후 상용화 과정에서 코어 수나 메모리 크기 등 현재 요구기준을 포함해, 보다 세분화된 요구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동시 활성 이용자 수에 따른 처리성능 차이에 대한 실험은 모의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활성 이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성능 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 모의실험에서는 지속적인 대량 거래 입력 시 발생하는 응답 대기시간 지연문제 개선방안으로 거래 대기열 크기가 시스템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 바 있다. 거래 대기열은 처리 성능을 제고할 목적으로 임시로 다량의 거래를 모았다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정보 저장소를 가리킨다.

이 거래 대기열 크기는 작아질수록 응답 대기시간 지연 문제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계실험 결과 이 축소폭이 과도할 경우 처리 성능 측면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되며 향후 분산원장 환경 구성시 이를 고려해 최적의 거래 대기열 크기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마찬가지로 분산원장 처리 성능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블록 생성 시 더 많은 거래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블록 구성'에 대한 실험도 진행됐다. 이를 통해 블록 구성 비중을 늘리면 처리량과 평균응답시간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계실험에선 실험 환경 구성 및 운영, 기능 실험, 성능 실험 등의 단계에서 ▲블록생성 지연 ▲블록생성 오류 ▲중복 채번 ▲시간 초과 ▲디스크 부족 ▲계정생성 지연 ▲네트워크 성능저하 ▲특정노드 성능저하 등, 주요 문제점이 고루 발생했지만 대부분 처리나 조치가 가능했다고 한다.

다만 참가기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모의시스템 운영 경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니, 중앙집중식 시스템보다 문제해결 방식, 담당자 간 의사소통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답변이 나왔다. 한은은 이에 대해 실제 CBDC 시스템을 분산원장 기반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결제국은 올해도 참가기관 대상을 확대해 연계실험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며, 참가기관들이 개발한 스마트계약을 CBDC 모의시스템 상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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