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기상이변에 많은 부채 직면한 국가들 여력 없어" 
오는 22일 기후 금융 관련 파리정상회담 앞두고 각국 정상들 향한 메시지
IPCC 보고서 "기후변화, 가장 가난한 사람들 식량 생산에 타격"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 연합뉴스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수장이 기후 위기로 타격을 입은 가난한 국가들이 엄청난 부채 상환으로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난한 국가들일수록 기후 위기에 대처할 재원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우려에서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IMF 총재가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에 관한 세계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상이변에 고통 받는 국가에 부채 탕감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기상이변은 전 세계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으며, 이미 많은 부채에 직면한 국가들은 특히 고금리 시대에 부채를 갚을 여력이 없다"며 "적시에 (이들 국가의) 부채를 탕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기후위기로 인한 충격으로 (재정적) 타격을 입었을 때 우리(IMF)는 해당 국가들이 부채 상환 의무를 충당하기 위한 자금을 제공한다"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기후 대 채무 스와프'(debt for climate swaps)외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기후 대 채무 스와프는 채무국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정책 및 프로젝트를 이행한다는 조건으로 채권국이 기존의 부채를 일정부분 탕감해주는 채무 재조정 협상이다. 개발도상국이 채무를 갚기 위해 환경파괴적인 정책을 펼치는 대신 채무의 일부를 현지 화폐로 돌려 받음으로써 기후변화 프로젝트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가난한 국가들이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재원이 심각하게 부족한 점도 우려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배출량 증가가 가장 큰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을 위한 재원 동원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

오는 2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에서 50여 명의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기후와 개발을 다루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을 논의하는 정상회담(Summit for New Global Financing Pact)을 개최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세계은행과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가능성과 개발도상국이 이용할 수 있는 기후 금융의 규모를 연간 수십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기후위기로 타격을 입은 가난한 국가들의 부채 상환을 도와야 한다는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발언도 22일 회담 참석을 앞두고 있는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빠른 해결책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기후 금융 논의에 정치적인 문제가 뒤섞이면 논의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IMF는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현상)이 2024년이나 2025년에 통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고금리 문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따라서 부채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부채 해결은 극빈층에 매우 시급하고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기후위기가 가난한 국가나 극빈층에 더 타격을 입힌다는 주장은 다양한 연구보고서에서 다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2월 내놓은 '제6차 평가보고서' 중 '제2 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식량 생산에 타격을 입혔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미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급격한 식량 생산량의 감소로 아동·노인·임신 중인 여성이 있는 소규모 식량 생산자와 저소득 가구에 피해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도시에서도 이상고온으로 인한 피해는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보고서는 "관측된 효과들은 모두 불안정한 거주 시설에 사는 도시민 등 경제적·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른바 '기후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취약한 지역의 사람들은 덜 취약한 지역의 사람들에 비해 홍수나 해수면 상승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15배나 더 높았다. 

보고서는 "폭우·열대성 저기압·가뭄이 빈번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던 곳에서 떠나도록 내몰 것"이라며 "평등·기후 정의를 기반으로 사람과 자연이 지속 가능하게 기후 변화의 영향에 대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촉구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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