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신 편집부국장.
박광신 편집부국장.

얼마 전 LH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으로 인해 지하주차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공을 한 건설사 측은 ‘전면재시공’을 선언하고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LH 아파트 91개 단지 중 15곳에서 철근누락이 발견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더욱이 LH는 2년 전 투기사태로 '조직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공언한 바 있음에도 ‘전관특혜’등의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현장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경우긴 하지만 국내 모 건설사의 대표이사는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입건 중이다. 해당 건설사의 건설 현장은 작년 첫 사망사고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6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총 사망자는 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송치조차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두 사건 중 어떤 것이 더 중대재해에 가까울까? 우리나라 건설시스템은 하청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라 실질적으로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기업마다 저마다 안전매뉴얼 등이 존재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건설현장에 모든 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설계감리 등 비리에 따른 시공 문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권 개입에 따른 도덕적 해이는 국가 재해 수준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인명피해에만 처벌을 받는다. 엄연히 따지면 LH사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비리는 아파트 붕괴와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에 이번 사태를 관련자 처벌만으로 쉽게 넘어가선 안 될 일이다.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관련자들만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한 처사일까? 

LH는 외부 수사기관에 관련 업체들과 내부 직원들까지 고발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그 약속은 이미 2년 전에 물 건너간 일이다. 철근 누락 조사 이후 벌인 안전점검 대상조차 누락한 공기업 수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또 다른 면죄부가 국민의 생명위협에 어떻게 다가오는 지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나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대해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정부는 ‘이권 카르텔’ 운운하면서도 전 정부서 벌어진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관련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국토부장관, LH사장 등 관료들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재현이 LH아파트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박광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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