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획일적 기준 적용에는 역차별·쏠림 등 문제 발생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등이 소재한 경남 혁신도시 전경 /경상남도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등이 소재한 경남 혁신도시 전경 /경상남도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시행 6년을 넘기고 있는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와 관련해 본래 도입 취지처럼 지역균형발전의 순기능도 일부 있지만, 획일적인 기준이 적용되기에 향후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선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시행령에 따라 도입됐다.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에 위치한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인원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지난 2018년 18% 비중으로 시작된 제도는 그동안 5년에 걸쳐 매년 3%씩 기준을 높여왔다. 따라서 2022년에 이르러 30%까지 의무채용 최저기준이 상향됐다.

이러한 제도는 지역 출신 우수인재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의 발전 동력을 확보하며, 나아가 국가의 균형발전 도모에 기여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반면 수도권 지역 및 타지역 대학 출신 지원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한정된 인재풀에서 기인하는 조직의 획일화나 전문성 저하 등의 문제도 지적돼 왔다.

아무튼 128개 공공기관에 적용되기 시작한 해당 제도는 2018년 지역인재 채용율 23%를 기록했으며, 이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말에는 38%까지 비중이 올라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전의 채용율이 2012년엔 2.8%, 2014년 10.2%, 2016년 13.3%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부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불씨가 여전하다. 국회 입법조사처 정진도·김보미 조사관은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중 지역별로 규모가 큰 8개 공공기관의 지난 6년간 채용 결과를 분석하니, 6개 기관에서 대졸 지역인재 전형 합격자 중 절반 이상이 지역거점국립대학 출신인 것으로 나타나 출신대학 편중이 심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지목했다.

가령 부산에 소재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경우 최근 6년 동안 지역인재로 입사한 사원의 58%가 부산대 출신이다. 147명 중 86명에 해당한다. 이어 부경대가 22%(32명)을 차지했다.

경남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67%가 경상대(283명 중 190명), 19%가 창원대(53명) 졸업자다.

대구·경북 지역은 경북대와 영남대의 비중이 높다. 대구 소재 신용보증기금은 경북대가 52%(211명 중 109명), 영남대가 18%(38명)이다. 김천으로 옮겨간 한국도로공사는 경북대 49%(286명 중 139명), 영남대 34%(97명)이다. 이처럼 경남과 대구·경북은 부산지역보다 출신 대학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나주에 소재해 광주·전남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전력공사는 59%(681명 중 401명)가 전남대, 18%(124명)가 조선대 출신이다. 전북 지역 대상 국민연금공단은 전북대 출신이 74%(280명 중 208명)를 차지, 쏠림현상이 가장 두드러진다.

충북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충북대 출신이 35%(148명 중 51명), 교통대 20%(30명), 충남대 10%(15명), 기술교육대 10%(15명) 등 비교적 다양한 대학 출신이 고루 분포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지역인재의 대상 지역을 대전·세종·충남·충북 전역으로 광역화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원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관광공사는 강원대가 47%(45명 중 21명),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36%(16명)로 양분되고 있다.

현행 제도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지역인재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대해 타 지역 이들이 역차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에는 지역인재를 공공기관의 대졸 채용 시 공공기관 소재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학들의 지역간 서열화가 정착된 걸 감안하면, 이런 규정은 상대적으로 입학 장벽이 높은 수도권 대학에 들어가 졸업한 지역출신 지원자들에게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앞서 통계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역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 인원의 출신대학이 획일화되는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고착될 경우, 조직 구성이 특정 출신대학에 편중되거나, 기관 내 특정 부문 종사자의 전문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진도·김보미 조사관의 평가다. 중장기적으로는 기관 내 파벌 형성을 가져오고, 결국 공공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 5월엔 공공기관 소재지역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졸업한 자가 타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지역인재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혁신도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지역인재 대상을 넓히는 조처인데,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졸업한 이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이 높다는 주장을 반영한 내용이다.

아울러 여기서 말하는 '지역'의 범위에 대한 쟁점도 다양성보다 획일성에 치우치고 있는 현 제도운영의 실태를 감안한 문제제기다.

현재 부산권·울산경남권·대구경북권·광주전남권·전북권·충청권·강원권·제주권 등 8개 권역으로 공간적 범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대해선 일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우선 현재 적극적으로 광역도시화를 모색하고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경우 부산권과 울산경남권으로 권역이 구분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역인재 채용이란 제도가 광역화 추세와 서로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가스안전공사의 현황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충청권의 경우 충북·충남·세종·대전을 모두 아우르는 충청권 전역에 해당하며 출신대학의 다양성도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부울경 외에도 광주전남권과 전북권 역시 권역을 통합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앞서 8개 공공기관처럼 채용 규모가 크고 구직 선호도도 높은 일부 기관에 대해선 지역인재 인정 범위를 기관 소재지역에서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직군 모집단위가 적은 경우, 과감하게 지역의 벽을 허물고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령 부산 지역 전기공학 전공자들에게 전남 소재 한국전력공사에 지역인재전형 입사 기회를 주자는 의미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강원도나 제주도처럼 외부 인재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저조하고, 따라서 지역인재 풀이 좁은 지역의 공공기관에 대해선 지역인재의 공간적 기준을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결국 지역인재 의무채용이라는 제도의 본질은 지역균형 발전과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 억제 등이 정책 목표 중 하나이므로. 메가시티화, 광역교통망 확충 등 최근의 지역균형개발 방향을 감안해 제도의 탄력적 운용도 보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령 현재 30%의 의무채용 비율을 분할해 적용하는 방법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15%는 소재지역 대학 졸업자를, 나머지는 비수도권 전국에서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식이다.

특히 각 기관 특성에 따라 이러한 지역인재 선발 체계의 일부 자율권을 보장하는 등 유연한 대안 모색도 고려할 수 있다.

그동안 지역 혁신도시 이전이 완료된 공공기관들의 경우 수년 동안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경험해 오며 나름대로 문제점과 대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지만, 향후 지역 이전을 앞두고 있거나 이전 가능성이 높은 공공기관의 경우 어떤 여파를 겪게 될 지 미지수다.

가령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이라든지,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과 같은 국책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3개 국책은행은 여타 공공기관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이 높은 편이며, 따라서 구직선호도가 높고 수도권 대학 출신 편중도도 높다.

신입 입사자의 30%를 지역출신 인재로 채용해야 한다는 강제가 현실적으로 채용 과정과 조직 내부에서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불확실하며, 무엇보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역차별 이슈는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시행 사례와 경험을 토대로 초기에 제도의 방향을 개선한다면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지역균형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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