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금조달 및 운용 측면에서 법인 설립보다 해외지점이 용이
은행권이 신성장 동력의 기회를 찾기 위해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을 떠나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이 신성장 동력의 기회를 찾기 위해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을 떠나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은행권이 신성장 동력의 기회를 찾기 위해 포화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대부분이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에 현지법인 형태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해외 비즈니스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법인 방식 이외에 해외지점 규모와 기능을 확대하고, 미국 등의 선진 시장 진출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현지법인 형태로 해외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법인은 본사와 독립된 법인체로 현지 법에 따라 독립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지점은 본사와 독립된 법인이 아닌 일부 부서의 한 형태로 해외에 나와 있는 조직으로 본사에 적용되는 법이 지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해외법인이 11개로 가장 많으며 신한은행이 10개, KB국민은행이 5개다. 

최근 10년간 해외법인이 19개로 증가한 가운데 주로 동남아 저개발국가인 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의 진출이 활발했다. 

다만 시장환경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동남아 중소형 법인으로 진출한 한국계 은행은 현지 대형은행과 핀테크사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동남아 대형은행과 전자지갑 플랫폼사는 자국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상위 4개 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6%·45% 수준이며, 한국계 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0.1%에서 최대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형 지갑플랫폼사인 '고페이(Gopay)'는 고젝(차량 공유 및 배송 플랫폼)·토코피디아(전자상거래 플랫폼)·자고은행과, 오보(OVO·전자결제 핀테크)는 그랩(차량 공유, 배송, 전자결제 플랫폼)·엠텍(미디어 플랫폼)·부칼라팍(전자상거래 플랫폼)·파마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 대형은행과 대형 빅테크사가 금융 소외계층을 주로 흡수하면서 중소형은행의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종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계 은행은 현지 저원가성 예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계 은행이 현지 대형은행 M&A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있지만, 동남아 은행들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현실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헀다. 

국내 은행의 해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이웃나라' 일본 은행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행의 경우, 해외지점에서 일본 기업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 및 비일본 아시아 기반 기업을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대출 상품을 제공하며 수익성과 성장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일본은행들은 해외지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기업금융 상품과 서비스는 운전자본 및 단기 고정자산에 대한 금융(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일본계 은행 해외지점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의 미들마켓 기업들에 투자하는 사모대출펀드, 밴처캐피탈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은행(MUFG) 다이렉트 렌딩 그룹(Direct Lending group)을 구축해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 회사에 인수금융 및 자본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다이렉트 렌딩은 운용사 등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에 펀드 자금을 활용해 대출하는 것을 말한다.  
 
더불어 미쓰비시은행 미국 지점은 미들마켓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대출펀드 및 밴처캐피탈, 기술·미디어·통신·헬스케어 분야 미들마켓 기업 고객 확보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종수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이 해외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현지법인 방식 이외에 해외지점 규모와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내은행이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 생산 확대 추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국내 기업 해외법인 매출액은 국내 수출액을 추월했으며, 2021년 기준으로 100대 기업 해외법인 매출 비중은 51.2%로 확대됐다. 

해외 M&A, 지분투자 이외에 해외지점 규모를 키우는 방안도 글로벌 비중 및 수익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해외 현지 금융환경이 대형 금융사 위주로 재편되고, 대형 핀테크 업체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중소형 규모로 경쟁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현재 규제 체계에 따라 자금조달 및 운용 측면에서 법인 설립보다는 해외지점을 통한 현지 비즈니스 확대가 더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국내에서 제공하는 기업금융(대출·IB 등)이 해외지점에서도 점진적으로 동일하게 제공되고 심사나 자금 등의 기능이 자체 운영될 수 있는 방안도 수익성과 성장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계 은행과 비슷한 규모의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은행은 자국 내에서 제공하는 기업금융을 해외지점에서 거의 유사하게 제공하고 있다"며 "글로벌 은행처럼 해외지점에 트랜잭션뱅킹 서비스(은행이 기업의 자금 관리)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