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IRA로 투자 유치 및 보조금 지급…기후공시 의무화도 준비
바이든 재선시 그린산업 고성장…트럼프 환경정책 역행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을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지구의 마지막 경고선인 1.5℃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 높아졌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자’는 뜻을 모은지 8년 만이다.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한 것이 무색할 만큼 온도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한스경제는 그간 천착해온 '1.5°C HOW' 캠페인에 맞춰 인류 생존 최후의 방어선인 1.5°C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부문별로 국내외 동향과 쟁점,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엮어 연중기획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친환경 산업정책,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어떻게 될까. 미국 산업보호를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을 크게 후퇴시킬 것으로 보는게 일반적이다. 미국의 이런 기후정책 퇴조는 전세계 기후 위기 대응에도 심대한 타격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28%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대국이면서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그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정책은 어떠했을까.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의 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 대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탈탄소화 목표 동참과 함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기후공시 의무화법 등을 속속 도입하면서 자국 산업 성장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 속도전을 치렀다.  

IRA 제정을 통해 미국 내 청정에너지 제조업 투자 유치에 나서 친환경 투자액이 400억달러(약 50조원)을 넘었고, 약 7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수치가 제시된다. 생산세액공제(PTC)와 투자세액공제(ITC) 제도를 병행 운영해 재생에너지 생산과 투자에 세제 혜택도 주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속도 높인 IRA
미국의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IRA는 크게 보건, 청정에너지, 조세 3가지 분야로 나뉜다. 그중 청정에너지 분야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달러(약 4900조원)를 투입에너지 비용 감소, 청정에너지 경제 구축, 환경오염 감소가 목표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 기간을 연장하거나 항목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세제 혜택 범위를 확대했다.

전기차의 경우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돼야 하고 배터리 부품의 원산지를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를 원산지로 해야 하며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한 광물을 써야 최대 7500달러(약 974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에너지부(DOE)와 재무부가 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세부 규정을 확정했다. FEOC는 ‘우려국’이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법인을 등록한 기업이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을 조달받으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외 합작사의 경우 우려국 소속 기업이 이사회 의석, 의결권 또는 지분을 25% 이상 보유하면 보조금 대상에서 빠진다.

미국은 IRA 시행으로 400억달러(약 50조원) 이상의 친환경 투자금을 유치했다. 발표된 제조업 프로젝트 건수는 약 20건으로 태양광 제조 시설(12건)이 가장 많았고, 배터리 저장 시설은 6건, 풍력발전 제조 시설이 2건으로 뒤를 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IRA로 수혜를 본 지역이 모두 공화당 지역구라는 것이다. 법 제정 이전부터 보였던 친환경 정책으로 공화당 지역구가 이득을 챙기는 현상을 의미하는 일명 ‘레드 스테이트 그린 붐(Red State Green Boom)’이 IRA 시행 이후에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발표된 프로젝트 33건 중 21건이 공화당 지역구에 위치했고, 나머지는 민주당 지역구에서 진행 중이다.

10년간 유효한 풍력∙태양광 설치에 대한 생산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 효과로 지난해부터 태양광 설치가 증가했고, 풍력은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재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전기차 성장률은 2023년 34%에서 2024년 24%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 성장률은 37%로 높지만, 증가 속도가 올해부터는 감소 국면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가 자체 보조금을 대당 최대 7500달러로 동결하고 저소득층에만 혜택을 주도록 축소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GM∙포드∙아우디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투자를 축소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치된 투자금으로 13기가와트(GW) 이상의 친환경 에너지 생산 시설이 구축돼 150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혜택을 보고, 약 7000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연합뉴스

◆기후 관련 정보 공개 강조한 SEC의 기후 공시 의무화법
미국은 2022년 IRA를 제정하면서 기후공시법도 함께 제안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기업의 기후 공시 의무화 규칙의 최종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기업과 중기업이 기후 관련 정보를 연차보고서, 증권 신고서 및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최종안은 초안보다 다소 완화됐다. 시총 7억달러(약 9305억원) 이상의 대기업 상장사는 2025년 기후 정보를 20206년부터 공시해야 한다. 관련 정보는 재무제표 주석에도 기재돼 내부통제 및 외부감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재무제표 항목별로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는 요구사항은 삭제됐고, 심각한 기상이변 및 기타 자연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최소 임계값인 자본 총계 및 세전 손익의 1%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해당 영향이 반영된 금액을 공개하도록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상장사들이 SEC에 매년 제출하는 연례보고서에 GHG 프로토콜(온실가스 회계 처리 및 보고 기준)에서 정의된 스코프(Scope, 유효범위)1과 2의 구체적인 목표치를 담도록 했다. 다만 논란이 많았던 스코프3는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게리 갠슬러 SEC 위원장은 발표 후 “최종안이 투자자에게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며 “스코프3는 공개 의견 수렴을 통해 받은 의견을 반영해 철회했다”고 밝혔다.

보고 요건은 △비즈니스 전략, 운영 도는 재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 관련 위험 공개 △기후 관련 위험을 완화∙적응하기 위한 계획의 중대한 지출이나 재무 영향에 대한 양적 및 질적 설명 △기후 관련 위험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 및 위험 평가와 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역할 △회사가 중대한 기후 관련 위험을 식별, 평가 및 관리하기 위해 보유한 모든 프로세스가 포함된다.

더불어 허리케인, 산불, 홍수, 가뭄 등 악천후 및 기타 자연조건으로 인한 비용과 손실, 탄소 상쇄 및 재생에너지 크레딧이 회사의 기후 관련 목표 달성 계획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는 경우에도 관련 비용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일부 규정은 단계적으로 도입되며, 약 2800개의 미국 기업과 미국에서 사업하는 약 540개 외국 기업이 기후 정보를 보고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책 유지 여부는 대선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의 그린 산업은 향후 10년간 고성장을 구가할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산업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모든 것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4일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 제95호에서 "(트럼프 재집권시) 청정에너지 및 관련 산업에 대한 재정지원이 크게 삭감되고 화석연료 공급 확대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경연은 또 "기후·환경 목표 달성을 위한 자동차 연비규제,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 등 각종 행정규제가 철폐되고 파리협정의 재탈퇴가 예상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내에서도 친환경 산업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을 쉽게 뒤집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정 산업이 이미 미국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유권자들이 기후대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상 트럼프도 쉽게 IRA 폐지나 기후정책 철폐에 나서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11월5일 미국의 대선 투표일까지는 7개월 보름 정도 남았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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