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럽사법재판소, EU 일반법원 임시조치 뒤집고 기각
VLOP로 지정된 21개 기업, 온라인 광고 데이터 공개해야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의 이익이 아마존 물질적 이익보다 우선된다"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광고 관련 데이터 공개를 최종 확정했다. /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의 이익이 아마존 물질적 이익보다 우선된다"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광고 관련 데이터 공개를 최종 확정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의 이익이 아마존의 물질적 이익보다 우선된다"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광고 관련 데이터 공개를 최종 확정했다. 플랫폼이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기존원칙을 뒤집고 자체적으로 고객 정보를 남용할 수 없도록 규제할 것을 못박은 것이다.

ECJ는 27일(현지 시각) 아마존이 디지털서비스법(DSA) 일부 규정인 '온라인 광고 관련 데이터 제공' 의무를 유예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최종 기각했다.

앞서 하급심인 EU일반법원은 지난해 9월 아마존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임시조치를 내렸는데, EU집행위원회가 항소한 사건에서 ECJ가 이를 뒤집었다. 글로벌 플랫폼 산업에서 소외된 유럽의 미국 빅테크에 대한 견제와 압박이 소송과 규제의 형태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CJ는 아마존의 의도대로 EU가 임시조치를 허용할 경우 초래되는 위험이 더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무 유예는 DSA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수년 동안 지체시킬 수 있다”며 “시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온라인 환경이 지속되거나 더욱 발전하도록 허용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EU는 지난해 8월 불법·유해 콘텐츠 확산에 대한 글로벌 IT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DSA를 시행했다. 이 법에 따라 플랫폼이 가짜 뉴스와 같은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지 못하면 제재를 받는다. 플랫폼은 차별적 콘텐츠나 학대·테러 콘텐츠, 사용자를 속여 구매와 가입을 유도하는 다크패턴,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한 맞춤형 광고, 미성년자 대상 광고 등도 의무적으로 검열하고 제거해야 한다.

벌금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 Very Large Online Platform)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글로벌 매출의 6%까지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은 벌금 상한을 낮춰서 적용한다. 아마존은 이 법상 VLOP로 지정되자 작년 7월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EU일반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또 VLOP 지정에 관한 판결이 나올때까지 온라인 광고 관련 데이터 공개 규정에 대한 의무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아마존의 VLOP 지정 취소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27일 ECJ의 판결에 따라 아마존은 VLOP로 지정된 21개 기업들과 함께 온라인 광고와 관련한 개인정보 등의 데이터들을 공개해야 한다.

아마존은 판결 직후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아마존은 VLOP의 개념에 들어맞지 않는다. VLOP로 지정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U가 VLOP로 분류해 최고 강도로 규제할 기업은 총 22개다. 페이스북·틱톡·X·유튜브·인스타그램·링크드인·핀터레스트·스냅챗 등 8개 소셜미디어기업과 아마존·알리바바 등 5개 전자상거래업체, 구글플레이·애플 앱스토어를 비롯한 모바일 앱스토어 등이 적용 대상이다. 

페이스북에서 "추천" 게시물을 끄는 방법을 안내하는 페이지 / 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에서 "추천" 게시물을 끄는 방법을 안내하는 페이지 / 페이스북 제공

이들 기업은 알고리즘에 따라 사용자의 관심사와 관련된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DSA 시행 이후 맞춤형 광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제는 틱톡·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시청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주는 추천 알고리즘을 끌 수 있다. DSA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와 데이터에 의해 표시되는 콘텐츠를 더 잘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알고리즘 추천이 제한되면 사용자에게 맞춤형 콘텐츠가 아닌 일반적인 콘텐츠가 더 많이 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플랫폼은 사용자들이 극단적인 콘텐츠를 시청하게 되는 원인요인에서 벗어나 구동 원리를 보고함으로써 사용자에게 해악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경제 주도가 더욱 굳건해지자 유럽은 DSA, DMA, AI법, 데이터법을 통해 구글·메타·애플·아마존 등에 대한 공정성 규제와 이용자 보호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이들 법안은 대형 플랫폼의 책임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설계됨과 동시에 EU 내 플랫폼 시장을 삼킨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자국 기업 보호 법안'의 성격도 띄고 있다. 자국 플랫폼 기업이 없는 유럽으로선 DSA, DMA 등 강력한 플랫폼 규제법이 도입돼도 타격이 크진 않다.

앞서 25일에는 EU집행위원회가 구글·애플·메타 등 3개 기업이 DMA 조항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바 있다. 6개 게이트키퍼 중 아마존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으나 EU는 아마존이 자사 온라인 장터에서 자체 브랜드를 입점업체 브랜드보다 더 유리하게 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ECJ의 판결을 통해 EU의 빅테크 기업 압박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서방 당국의 반독점 규제가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것은 주의 깊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고객 정보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없던 상황에서 고객 정보를 남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해외에서는 구체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EU는 빅테크 기업의 강력한 규제 기관으로써 EU의 표준이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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