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전투기 의혹' 제기 3일째… 여론 여전히 공분
LH 직원 과거 비리 재조명… 유료 투자 강의까지
문 대통령 "발본색원" 지시… LH "고개 숙여 사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사전투기 의혹 후폭풍이 거세다. 조사 대상이 3기 신도시 전체 및 관련 공공기관 직원·가족 전체로 확대된 가운데 과거 LH 직원들이 저질렀던 비리들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투기 의혹에 대해 “발본색원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LH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정례브리핑을 열고 "국무총리실 국무1차장을 단장으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며 "정부는 3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의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동조사 대상은 국토교통부와 LH, 지자체 소속 개발공사 임직원 전체다. 아울러 3기 신도시가 있는 경기도와 인천시 및 기초지자체 유관부서 업무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된다.

정 총리는 "전·현직 공직자는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거래 내용에 대해서도 빈틈없이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최대한 빨리 거래내역 전수조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동조사단 발족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이번 사전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지난 2일 이후 3일이 흘렀지만 여론의 공분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 주택 공급정책의 핵심인 LH 직원들이 토지를 공동으로 매입해 지분을 나누고, 보상을 위해 묘목을 심는 등 전형적인 ‘투기꾼’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번 의혹이 불거지면서 과거 LH 직원들의 비리 내용까지 재조명받고 있다.

LH는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8월까지 경찰·검찰로부터 직원 11명의 뇌물·횡령 혐의를 통보받고 이들에게 해임·파면 등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사례로 직원 A씨는 지인이나 직무관련자로부터 투자 조언과 자문 제공 등 명목으로 네 차례에 걸쳐 1억3150만원을 받았다. B씨는 공사현장 납품을 청탁한 업체에 그랜저 승용차 렌트비 2191만원을 총 33차례에 걸쳐 대신 내게 했다.

LH 직원들의 사전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땅. 묘목이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직원 C씨는 수원·동탄·경남·대전 등에 위치한 LH 아파트 15채를 순번추첨 수의계약, 추첨제 분양 등 방법으로 받아 본인과 가족 명의로 소유했다. C씨는 직원 의무 사항인 신고 절차를 밟지 않아 ‘견책’ 징계를 받았고 이후 스스로 회사를 관뒀다.

이와 같은 직무 관련 비리 외에도 성희롱·성추행 등을 저질러 파면된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이날 현직 직원이 토지 경매 강의로 영리 활동을 벌인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LH에 따르면 서울지역본부 의정부사업단에 근무하는 40대 직원 오 모 씨는 한 유료 사이트에서 토지 경·공매 강의를 해 지난 1월 말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 씨는 실제 이름이 아닌 필명을 쓰며 강의를 해왔다. 소개란에서 오 씨는 “안정적인 투자의 시작은 토지 투자”라며 “부동산 투자회사 경력 18년 경험으로 토지를 이해한 후 토지와 관련한 수많은 수익 실현과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오 씨가 홍보한 ‘토지 기초반’은 5개월 과정으로 수강료는 23만원에 달한다. 공기업인 LH에 근무하는 직원이 부업으로 영리 활동을 하면서 투기를 부추긴 꼴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문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추가 지시를 통해 “이번 사전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강도 높은 주문을 내렸다.

대통령이 ‘발본색원’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만큼 이번 총리실과 국토부의 합동조사는 고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H는 이날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실망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힘든 국민들게 희망을 드려야 할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공직자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합동으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관련 부서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현황 전수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으며 국민들께서 한 치의 의구심도 들지 않도록 사실관계 규명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만일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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