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김현수. /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 김현수. /LG 트윈스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선수의 나이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신체 능력이 저하돼 기량이 떨어진다는 이른바 '에이징커브' 이론은 KBO리그에서 공식처럼 여겨진다. 베테랑 타자들의 장타력이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올 시즌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S존) 정상화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 맞물려 '투고타저'로 진행되고 있다. 2020시즌 0.406이었던 KBO리그 평균 장타율은 올 시즌 0.366(1일 오전 기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어느 지표나 평균에서 훌쩍 벗어나는 '아웃라이더(outlier·다른 대상과 확연히 구별되는 통계치)'가 존재한다.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타격 기계' 김현수(34·LG 트윈스)는 올 시즌 매서운 장타 본능을 뽐내며 여전한 '클래스'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는 7회까지 2루타 3개를 터뜨리며 4타수 3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6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한 김현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2016∼2017시즌을 제외하고 15시즌 만에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에서 2000안타를 친 선수는 김현수가 16번째다. 김현수가 기록한 2000안타 가운데 홈런은 222개, 3루타 23개, 2루타 378개, 단타 1377개다.

그는 올 시즌 팀이 치른 51경기 중 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188타수 57안타), 10홈런, 36타점, 34득점, 출루율 0.385, 장타율 0.537, OPS(출루율+장타율) 0.922를 마크하고 있다. 

장타력 향상이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2018년 LG와 FA 계약해 2019년부터 장타율이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해에는 140경기에서 타율(0.285)과 장타율(0.435) 모두 다소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장타율이 0.537로 수직 상승했다. 올 시즌 장타율 전체 7위, 토종 타자 5위를 달리고 있다. 순수 장타율(IsoP)은 전체 3위(0.234)다.

LG 트윈스 김현수(가운데). /LG 트윈스 제공
LG 트윈스 김현수(가운데). /LG 트윈스 제공

홈런 페이스도 심상치 않다. 김현수는 지난달 21일 SSG 랜더스전에서 2점 홈런을 터뜨렸다. 2016∼2017시즌을 제외하고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KBO리그 통산 26번째 기록을 달성했다. 또 통산 8번째로 1200타점도 돌파했다.

올 시즌 42경기 만에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데뷔 후 가장 가파른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 김현수의 타석당 홈런 비율은 21.3%(6위)다. 현재 페이스대로면 28홈런으로 시즌을 마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두산 시절인 2015년에 기록한 28홈런이다. 데뷔 첫 30홈런도 넘볼 만하다. 역대 LG 국내 선수 가운데 30홈런을 때린 타자는 1999년 이병규(48·현 LG 2군 타격코치) 한 명뿐이다. 

신고선수(현 육성선수) 출신인 김현수는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로 KBO리그 최고 타자 자리에 올랐다. 지금도 더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류지현(51) LG 감독은 "김현수가 올 시즌을 앞두고 훈련 방법을 바꿨다. 겨울에 준비할 때 웨이트에 대한 변화를 줬다는 얘기를 들었고, 나이가 들고 순발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어떻게 커버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트레이닝 방법을 바꾸면서 회전력이 자연스럽게 증가했고, 좋은 타구들이 늘었다고 본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정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