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우조선, 산은 체제에서 이익보다는 기업 명맥 유지에 주력"
저가수주 등으로 이어져 ‘빅3’ 경쟁 과잉 논란 부르기도
한화 인수 뒤 건강한 경쟁 및 인력 투자 전망
중국과의 조선업 헤게모니 싸움에서도 유리할 듯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 /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기 기자]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안기게 되면서 국내 조선사 빅3 체제도 변함 없이 유지되게 됐다.

조선업계는 3사 존속을 대체로 반기고 있지만, 저가 수주 등 그간 드러났던 과다 경쟁 후유증이 개선돼야 한다는 분위기도 드러내고 있다.

산업은행이 전임 이동걸 회장 체제에서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빅3 체제가 과잉 생산을 부를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실제 지난 2015년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조1245억원과 1조5019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하고, 맏형 현대중공업도 적자를 내는 등 조선업황 쇠락에 따른 3사 실적 감소가 눈에 띄게 커졌다.

게다가 중국이 조선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는 양상도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전 회장은 빅3가 아닌 양강 체제로 재편해야 국내 조선업계가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을 대우조선 새 주인으로 낙점하고 합병 작업에 전념했다.

그러나 LNG선 독과점 우려에 따른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허로 좌절됐다. 산업 현장에선 두 회사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대우조선 인력 구조조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노조의 반발이 극심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결국 강석훈 회장이 산은 새 지휘봉을 잡은 뒤 현대중공업그룹이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를 배제하고 M&A 대상을 물색한 끝에 한화그룹이 2조원에 대우조선을 품게 됐다.

국내 한 조선사 관계자는 "해외 선사가 국내 3사를 한바퀴 돌고 나면 배값을 상당히 깎을 수 있다는 말을 할 만큼 한 때 3사 경쟁이 저가 수주로 이어졌던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국책은행이 대주주로 있다보니 이익이나 기술개발보다는 수주고를 올려 기업의 명맥 유지에 치중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화그룹 밑으로 들어가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문제가 됐던 조선사간 인력 빼가기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가 국내 7위 대기업인 만큼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부터 LNG선을 중심으로 조선업황이 크게 개선된 것을 들어 빅3 유지가 단기 혹은 중기적으론 다행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3사 모두 2026년까지 LNG선 일감을 꽉 채우는 등 국제에너지계 탈러시아화 바람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선사들은 한국에 배를 주문할 경우 4∼5년 기다려야하는 상황에 몰리자 건조 기록이 적은 중국 조선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한화가 대우조선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중국으로 가는 일감을 제한시켜 한국 조선업의 영향력을 지켜낼 수 있을 전망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생산능력 40%가량의 구조조정을 마쳤다. 빅3 체제가 건강한 경쟁 관계 훼손할 정도로 조선시장 회복세가 약하지 않다"며 대우조선이 한화 새 식구로 들어간 뒤 덩치를 조금 키워도 괜찮을 것이라 예측했다.

한화가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며 그 과정 중 하나로 대우조선을 인수한 만큼, 민수보다 군용에 치중해 차별화 이룰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잠수함 개발 등으로 최근 국제시장에서 각광받는 한국 무기의 새 장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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