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빈살만, 17일 尹·韓 주요 기업 8대 총수 회동
한·사우디 투자포럼서 20여개 MOU 체결
네옴시티, 전세계 기업간 치열한 수주전 예상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권자 겸 총리이자 2500조원에 달하는 재력으로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한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국내 산업계가 떠들썩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을 이끄는 그의 위상이 커진데다가 총 사업비만 670조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수주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전 중인 국내 기업에 기회가 생긴 것이다. 재계에선 이번 회동을 계기로 네옴시티 사업 수주가 급물살을 타면 1970년대 중동붐에 이어 '제2의 중동붐'이 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한국 기업과 26건에 걸친 계약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부분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시티 관련 사업이다. 

네옴시티는 비전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건설되는 첨단 미래 신도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공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70조원)를 들여 서울의 약 44개 규모 직선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이 건설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6월 삼성그룹 과거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5대 그룹 총수를 만났을 때도 네옴시티 사업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에서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의 세 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에너지 개발, 탄소 포집 기술,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또 사우디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전해진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7년 집권 이후 석유에 의존해온 사우디 경제를 문화·첨단기술·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전 2030 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열린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는 네옴시티 철도 사업 포함 20여개 MOU가 체결됐다. 특히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이날 이날 울산에 70억달러(약 9조26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시설 투자를 확정했다. 3년 전 약속했던 투자계획 집행을 최종 결정한 것이다. 아람코의 대주주는 빈 살만 왕세자다.

또 지난 10일 앞서 입국한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과 연쇄 회동하면서 사업 협력을 조율했다. 

국내 8개 기업 총수들과 대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8개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통신 홈페이지 캡처
국내 8개 기업 총수들과 대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8개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통신 홈페이지 캡처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후 5시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주요 그룹 기업인들과 회동했다. 당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과 차담회가 예정됐으나 빈 살만 왕세자 측의 요청으로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옛 대림)그룹 회장 등 4명이 더 초청돼 총 8명이 참석했다. 
 
이날 차담회는 당초 예상했던 오후 6시를 훌쩍 넘긴 오후 7시쯤 끝났다. 이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하며 여러 기업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참석자에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하고 싶은 사업과 이에 따른 애로사항도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양국간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차담회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과 만나 "오랫동안 여러 사업을 같이 해왔던 거라서 앞으로도 여러 가지 미래를 같이 한번 보도록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차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차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옴시티는 도시 인프라와 정보기술(IT), 에너지 등의 분야를 아우르는 초대형 사업인 만큼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전자 등이 네옴시티의 ICT·건설 인프라 등에 참여한다. 삼성은 이미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했으며 지난 8일(현지시간) 공사에 돌입했다. 공사 기간은 오는 2025년 12월까지다. 수주액은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 라인은 건물 일부가 모듈러로 설계되는데 여기에는 삼성·현대·포스코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한국전력 등과 함께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65억달러(약 8조5천억원) 규모의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MOU도 맺었다. 모듈러 공법은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 후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한다.

삼성은 건설 부문 뿐 아니라 스마트시티의 핵심인 인공지능과 무선통신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필수적인 만큼 삼성의 AI와 5G 무선통신, IoT 기술 등을 활용한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물산과 한국전력 등 5사는 사우디국부펀드(PIF)에서 자금을 조달,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사우디 현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연 120만톤 규모 그린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 규모가 65억달러(약 8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네옴시티 건설과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옴시티 전체가 100% 친환경에너지로 운용될 계획인 만큼 현대차는 수소차,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 함께 방한한 사우디 관료들은 이날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만나 수소차, 수소트램 등 친환경 이동수단 공급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이날 사우디 투자부와 고속철·전동차·전기기관차 구매 계약과 네옴시티 내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해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로템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중동 시장 확대를 위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SK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 최태원 회장은 친환경에너지 부문,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점쳐진다. SK는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와 ICT 기반 사업에 각각 참여할 예정이다. 

한화는 태양광과 방위사업 파트너 기대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역점 사업인 태양광과 UAM, 방산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올해 3월 사우디 국방부와 약 1조원 규모 방산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 선박엔진 공장 건설 등 협력이 진행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논의를 추가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은 향후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DL그룹은 그동안 사우디 현지에서 다양한 건설 공사를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건설과 탄소저감,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한류 콘텐츠 교류 관련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CJ ENM은 올해 6월 사우디 문화부와 MOU를 맺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2032년까지 다양한 문화 행사를 공동 개최하고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건설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분야에서 글로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네옴시티 수주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우디에서 대규모 수주가 성사된다면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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