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벤투호, 조별리그 1무 1패 승점 1 골득실 -1
마무리 없는 점유율 축구
결과가 중요한 포르투갈전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KFA 제공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KF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 축구를 두고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다. 축구는 득실점으로 승부가 결정되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는 내용에 비해 결과에 상대적으로 관대했다. 그런데 경기 내용도 전술 및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꽤나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빌드업, 점유율 등에 공을 들이느냐, 역습이나 세트피스 등에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보이는 경기력’은 차이가 날 수 있다.

파울루 벤투(53)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4일(이하 한국 시각)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고, 28일 가나와 2차전에선 2-3으로 패했다. 벤투호는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4개 팀 가운데 3위(1무 1패 승점 1·골득실 -1)에 머무르며 사상 2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 마무리 없는 점유율 축구

경기 내용은 크게 2가지 기준을 갖고 평가해볼 수 있다. 우선 한국 축구 사상 가장 주도적인 경기를 했다는 점에선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월드컵 3회 출전에 빛나는 박지성(41) SBS 축구 해설위원이 “역대 월드컵에 나섰던 한국 축구 대표팀 가운데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상대팀과 비교해 보면 ‘효율’이 좋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구사해 온 ‘빌드업 축구’는 그라운드 위 11명이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높은 점유율을 추구하는 축구라 할 수 있다. 우루과이전과 가나전에서 빌드업 축구 자체는 잘 수행됐다. 그러나 주도권을 가졌던 시간에 비해 유효 슈팅과 득점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 축구는 골 결정력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

한국은 가나를 상대로 점유율(53-32%)에서 크게 앞섰지만 고개를 숙였다. 무려 21개의 슈팅을 때렸지만 유효슈팅은 6개에 불과했고, 득점으로 연결된 건 2개뿐이었다. 반면 상대인 가나는 8개의 슈팅만 날렸지만 무려 3개가 유효슈팅이었다. 유효슈팅 3개는 모두 득점으로 연결됐다.

한국은 패스 성공 횟수(477-260)와 크로스 성공 횟수(16-4), 코너킥 수(12-5) 등에서 모두 리드했다. 그라운드에서 더 촘촘히, 많이 움직이면서 크로스도 띄우고 양 측면에서 코너킥 기회도 자주 잡았지만 상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리진 못했다.

앞서 우루과이전에서도 한국은 초반 10여분간 수 차례 코너킥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경기 끝까지 결국 1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전반전까지 점유율(45-42)에서 앞섰지만, 그뿐이었다. 경기 총 6개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유효슈팅은 없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KFA 제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KFA 제공

◆ 결과가 중요한 포르투갈전

물론 이강인(21)이라는 벤투 감독의 히든 카드가 통한 건 그나마 위안거리다. 벤투 감독은 가나에 0-2로 뒤지던 후반 12분 권창훈(28)을 빼고 이강인을 투입했다. 이강인의 투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는 1분 만에 '택배 크로스'를 넘겨 조규성(24)의 헤더 득점을 도왔다. 분위기가 살아난 벤투호는 후반 16분 김진수(30)의 크로스를 조규성이 다시 헤더로 연결해 골을 뽑으면서 잠시나마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이강인은 벤투 감독의 의도대로 ‘게임 체인저’ 임무를 잘 수행해냈고, 선발 출전한 ‘K리그 득점왕’ 조규성은 2골을 폭발하며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한 경기 멀티골의 주인공이 됐다.

이강인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선수는 결과로 얘기해야 하는 거라 매우 아쉽다"며 "마지막 경기가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투입될 때 벤투 감독님께서 항상 공격적인 플레이, 골에 가까운 플레이를 요구하신다. 제가 들어가서 반전이 있었지만 결과가 매우 아쉽고, 다음 경기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조규성 역시 "저도 별 것 없는 선수인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골을 넣었다. 보잘것없는 선수였는데 골을 넣어서 믿기지가 않는다"라면서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증명해 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아쉽다"고 털어놨다.

벤투 감독이 가나전 추가 시간 코너킥 기회에서 종료 휘슬을 불어버린 주심에 항의하다 퇴장 당하면서 한국은 12월 3일 오전 0시 열리는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에 선장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됐다. 벤투호는 위기 속에서도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라는 이영표(45)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의 말이 뼈있게 다가온다. 4년을 다듬어온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가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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